밥벌이 2

허접한 결과물이 나와도

"어쩌면 내가 쓰는 소설이 아주 작은 살구씨를 품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고통만 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겪는 산고가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 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양분을 흡수하고 가슴을 부풀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꾸물꾸물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어도,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넓히는 나무 한 그루를 내 속에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면, 그리하여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새콤한 살구 맛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되지 않을까? 나는 단단한 껍데기가 열리고 싹을 틔우는, 내 몸에 자리잡은, 하나의 살구씨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깥으로 내보이기 위해 거쳐야 할 고통을 기쁘게 맞을 것이다." 소설가 천운영의 말이다. 희망과 위로가 적절히 뒤엉킨 이 소설..

포트폴리오 생활자

나는 밥벌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재정 관리를 못해 돈이 솔솔 새어나가곤 한다. 과소비를 한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4년 전, 할머니께서 오시면 보신다는 목적으로 설치한 케이블 TV 시청료가 그 예다. 나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TV를 켜고, 할머니는 요즘 거의 대구 본가에 계신다. 매월 통장에서는 3만원 남짓의 케이블 TV 이용료가 빠져 나간다. 참 비합리적인 모습이다. (일년에 6개월 동안은 그나마 좋다. 프로야구를 볼 수 있으니.) 이런 사정이 여럿 있으니 돈을 모으는 데에는 '꽝'이다. 물론, 잘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