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 2

그가 물었다. 사는 게 뭐냐고.

"사는 게 뭐냐?"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흐느끼던 형이 내게 물었다. 형은 존경하던 스승의 병문안을 다녀온 터였다. 스승은 위독하셨다고 한다. 그는 스승을 만나온 십수년 동안 성실한 제자였고 스승의 진실한 우정이었다. 그는 스승을 존경했고 스승을 그를 사랑했다. 나는 종종 두 분의 아름다운 사제지간을 부러워하곤 했다. 조금 전, 그는 내게 이런 질문도 했었다. "너네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다고 했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고 대답했다. 형은 살아오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승이 계신 병원을 나서며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 순간, 한때 나의 소중한 분들이었던 어머니, 배수경 선생님, 친구 재민이가 떠오른다. 형이 말을 이었다. "인..

물결치는 허벅지 근육 감상기

1. 휴일 오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글을 쓰던 중이었고, 시계바늘은 오전 9시 45분을 가리켰다. 차창 밖 잠실대로에서 호각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매주 휴일이면 잠실 롯데마트, 키즈니아 등으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뒤범벅이 되는 곳이다. 교통경찰들의 호각이려니 했지만, 그것은 오후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아직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닌데...' 하는 호기심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잠실대로가 한산했다. 잠실역에서 갤러리아팰리스에 이르는 도로를 통제하는 교통결찰이 보였다. '와! 마라톤이 있는가 보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동아마라톤대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표시하는 골드라벨로 승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1년 개최된 국제마라톤대회 중에서 골드라벨 대회는 1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