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6

열심을 전염시켜 준 선생님

강연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페 데 베르에 온다. 7시 30분에서 8시 30분 사이에 도착하여 오전을 이곳에서 보낸다. 3년 8개월째 이곳에 출근했으니 나에게 이 곳은 사무실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 이곳에 매일 출근하는 이가 생겼다. 두 달 정도 되었으려나. 8시 30분 경에 나타나는 그녀는 대상 웰라이프 판매사원이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끌고 다니는 손수레에 적혀 있는 바에 의한 것이니 맞으리라.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카페 데 베르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카페 데 베르 바깥 적당한 곳에 손수레를 놓아두고 가방만을 들고 한 시간 정도 근처의 빌딩에 녹즙이나 카모렐라를 배달하는 듯 하다. 손수레는 놓이는 곳은 내가 매일 앉는 자리에서 불과 1m 떨어진 곳이다. 그녀와 나는 통유리를 사이에 둔 채, ..

카테고리 없음 2010.08.05

참 좋은 시간

향이 좋은 와인에 취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와인은 그것의 술기운에 취하는 게 아니라, 향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게 한다. 어제 선생님과 연구원 동기 두 분과 함께 식사와 와인을 들었다. 고품격 (그러나 양은 무지 적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으로 행복은 시작되었다. 달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은 감미로웠다. 우리는 선생님 댁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모님께서 불을 한 번 꺼 보라신다. 산 너머 달이 차올랐던 것이다. 주방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창이었기에 우리는 달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와인은 달콤했고, 달빛은 감미로웠다. 낭만적이었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깃들었다. 그 무엇보다 참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했으니. "달빛 참 좋지? 그런데 더 ..

내 생애 가장 슬픈 스승의 날

배수경 선생님 중학교를 졸업한지 16년 여가 지났네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저 희석입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현대영수학원에도 보내주시고, 제게 시집도 선물해 주셨던 그 이희석입니다. 선생님을 찾아오는 길이 참 행복했습니다. 내 삶에 나를 아껴주고 살펴 주신 은사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저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십 수년의 세월을 넘어서까지 제가 선생님을 기억하고 이렇게 찾아오도록 만들어 주신 선생님의 은혜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참 고우셨던 모습은 여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게 보여 주신 참 스승의 모습은 제 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진학을 함께 고민해 주셨던 기억, 현대영수학원에 있는 친구 분을 통해 제가 학원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

여행 길에서

여행길에서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 중국 여행을 떠나며 이해인 시인의 시선집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그 풍경 안에 머무르며 시를 읽었습니다. '여행길에서'는 나의 마음에 들어왔던 시들 중 하나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찾으면서 시작된 삶이 찾으면서 끝난다는 시인의 말. 그 찾음은 자신이 뜻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뜻한 것이든, 아니든 과정에서 의미와 행복을 발견..

스승의 날 #1. 16년 만에 찾아 뵙는 그리운 선생님

아침 7시 52분. 차창 밖으로 봄 햇살을 기대했는데 짙은 안개가 산을 뒤덮고 지면까지 내려와 있다. 마산에서 대구로 향하는 열차 안의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약간의 허기를 느낀다. 간밤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여 눈이 조금 따끔거리기도 하고, 이로 인해 기분이 그리 상쾌하지 않다. 생수라도 하나 사 먹고 싶은데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음료카트는 흔적도 없다. 봄 햇살이 비치면 안개가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찌뿌둥한 기분도 안개처럼 사라지면 좋겠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놀랍게도, 스승의 날임을 인식하여 키보드로 오.늘.은.스.승.의.날.이.다, 라고 두드리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참으로 기다렸던 날이 아니던가. 그래! 나는 이 날을 기다렸다. 5월 초였던가, 4월 말이었던가? 올해..

나는 왜 화살을 쏘지 않을까? (12월 수업 후기)

"사랑은 사랑이어야 해. 사랑이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서는 안 돼. 사랑을 영원히 사랑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현명해져야 해." "그 나이에 그렇게 여러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너가 위험한 놈이 아니라는 거야. 물론 기본적으로 남녀 관계는 위험하다는 전제를 하고서 말야." 12월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두 말씀 모두 나에게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공감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말씀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있어 마중물이다. 이전에 이렇게 저렇게 익혀 내 안에 있는 지식들이 선생님의 말씀으로 인해 콸콸 쏫아나오며 잘 꿰어져 지혜가 되는 느낌이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참 사랑스러워 보인다. 선생님 얼굴을 볼 때마다 [마흔 세살]의 내용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