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3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착각들

1. 오랫동안 양준혁 선수를 좋아해 왔다. 그가 삼성에서 LG로 이적당할 때 열받았고, 그가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기뻐했다.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기를 염원했고 그가 은퇴할 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가 없는 프로야구가 아쉽다. 그리고 그립다. 야구장에서 빠라빠빠빰 위풍당당, 빠라빠빠빰 양준혁! 을 신나게 외쳐대던 때가. 왠지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 그도 나를 반가워할 것 것만 같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놀랍게도 그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난 외근 중이었던가 퇴사한 이후였던가 그랬다). 어쩌다 나는 그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연예인이 마치 지인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말이다. 2.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

내가 뽑은 최고 글빨의 작가

"그는 칼로 치듯이 글을 쓴다. 욕망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단칼에 베어내면서 독자의 내면 깊숙한 욕망으로 단박에 다가선다.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나에게는 순수한 욕망만이 남는다. 나를 둘러싼 허위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 욕망을 들고, 내 삶으로 뛰어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삶의 도약을 경험한다." - 스승의 날을 기리는 글. 내 삶을 바꾸어 놓은 책들이 있다. 그런 책 중의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일부를 5월 초에 다시 읽었다. 어린이날에 7 Habits 워크숍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코비의 제안은 통합적이었고, 깊었다. 통합적이라 함은, 여러 분야를 아울러 하나의 전체를 이룬 모양을 말한다. 이 책은 개인의 승리와 대인관계에서의 승리를 균형 있게 다룬 점에서 통합적이다. 깊..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Y는 파리 여행을 꿈꾼다. 오래 전부터 가졌던 그녀의 꿈이었다. 낭만과 자유를 좋아하는 그녀는 파리의 이미지와 퍽이나 어울렸다. 나는 그녀가 어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가기를 바랐다. 파리는 그녀의 로망이었다. 행복할 수 있고,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허나 수년이 지나도 그녀는 파리 여행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적은 없다. 그저 마음속에 동경 하나를 품고 있을 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을 바라보듯 그렇게 자신의 꿈을 바라보고 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파리지앵으로 살고픈 Y에게 몇 명의 파리지앵이 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빅토르 위고는 19세기의 파리지앵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작시집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전 그 어느 때보다 동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양은 일반인이 깊이 몰두하는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