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19

동네 친구 이야기

추석 전날의 테헤란로는 아주 한산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도 명절이면 인적 드문 거리가 된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열 명도 되지 않은 사실이 신기해서 한산한 거리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외출 후 늦은 시각에 선릉역에 도착했다. 여전히 선릉역은 조용했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어느 여인과 나 뿐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둘 만이 어둔 골목길을 걸었다. 골목길에 둘만 있다는 게 그에겐 무서울 것 같아 내가 앞서 걸었다. 그러다가 골목 맞은편에서 3~4명의 남자가 걸어오는 걸 보고 내 속도로 걸었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 아니니 천천히 걷고 싶었던 게다. 다시 그 여인이 앞서나가는데,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짐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워 보였다. 4~5m쯤 떨어진 거리에서도 약간 ..

친구와 보낸 하룻밤

친밀한 우정은 행복이요 성공이다! 친구랑 근처 맛사지샵에 갔다. 중국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 번에 한 번 갔다가 참으로 몸이 시원하여 언제 다시 한 번 가자고 언약했던 걸 행하는 날이다.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아주 시원했었는데, 오늘은 아주머니가 한 분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남자 청년에게 받았다. 아쉬웠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빨리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뇌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맛사지는 이성에게 받아야 음양의 기를 주고 받아 더욱 편하다'는 마사지계의 속설을 부인했다. 그리고는 '남자가 해야 힘이 제대로 실리지'라고 합리화했다. 호호. 사람들은 늘 이렇게 자신의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를 합리화하곤 한다. 그런대로 시원했다. 발마사지만 받았는데 어깨 마사지까지 받을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구미에서 우정을 나누다

친구들과 함께 구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다. 시합은 아니고 셋이서 공을 던지고 받거나 혹은 한 녀석이 배트로 공을 치면 두 놈이서 그 공을 잡으러 뛰어다니며 놀았다. 20년 전에 나는 이렇게 놀았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늦게까지 그렇게 학교 운동장에서 놀았다. 축구를 하거나 야구를 했고 반대항 야구 혹은 축구 시합도 자주 있었다. 그 때는 참 승부근성이 강했는데, 그래서 승리에 참 집착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악바리 같은 근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 듯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네. 나는 강연을 줄이고 보다 많이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강연 준비를 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갑자기 이런 결론으로 흘러가 버리다니, 으악! 내가 요즘 게으르게 사나 보..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준 녀석

친구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근 길... 하루를 마감하며 우린 종종 통화하곤 한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불쑥 묻는다. 집에 안 가냐? 방금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수원에서 강연이 늦게 끝나서 이제 막 들어왔어. 이번 주에 베트남엔 안 가냐? 장사가 안 된다. 야! 하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전화를 했더니 내가 베트남에 가 있는 동안에는 장사가 참 잘 되었다며 다시 베트남 떠나라고 말했었다. 그 때도 마구 웃었는데 이 녀석이 오늘 나를 또 웃긴다. 슬쩍 덧붙이는 그 녀석의 멘트에 나.. 쓰러진다. 올 여름 휴가는 베트남으로 갔다 오지. 이 녀석, 오늘 하루 종일 장사는 안 하고 개그 연구만 했나 보다. 웃다가 어찌하다보니 얘기가 배수경 선생님 이야기로 흘렀다. 아직 슬..

친구에게

친구야,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냈니? 나는 오랜만에 짧은 자유 시간을 가졌다. 오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된 교육이 끝나니, 저녁에는 이것을 할 수도, 저것을 할 수도 있는 나만의 자유 시간이 생겼어. 네가 알다시피 이번 주는 현대경제연구원 촬영 원고를 작성하느라 약간의 부담감을 안은 채 지냈잖우. 긴장이 풀려서인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내게 주어진 몇 시간의 자유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초여름의 햇살이 나를 반겼다. 내 곁에 그 사람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어쩌니. 지금은 없는 걸. 와우팀원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를 나누고 끊었다. 일찍 귀가하는 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햇살이 나를 어딘가로 부르는 것 같더라. 그런데 그다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

3년 만의 만남

4시 50분에 눈을 떠서 바쁜 아침을 보냈다. 한국리더십센터 웹진 를 작성하고 메일 두 통을 보낸 후 집을 나섰다. 용산역으로 향하여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이다. 경부선이 아닌 호남선을 탄 것은 작년 여름 순천으로의 강연 여행 이후 처음이다. 오늘 향하는 곳은 광주의 전남대학교이다. 광주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내게는 민주화항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금은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광주. 대학생일 때에는 매년 5월 18일마다 광주에서 피고 진 영혼들의 넋을 기렸다. 마음속에 언젠가 꼭 망월동에 가 봐야지, 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따스하고 포근하다. 며칠 전, 베이징에서의 둔탁한 하늘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봄날은 무척이나 화창하다. 호남의 산세는 여성스럽..

친구,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토요일 오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말 속에 만나자는 속마음이 묻어난다. 강연은 8시가 넘으면 끝날 것이다. 그 이후에 보자고 약속을 했다. 두 번의 강연이 있는 날이라 피곤했지만 친구이기에 약속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친구들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말이다. 같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관계가 바로 우정인 것 같다. 함께 찜질방에 갈까 했었는데, 친구는 집에 가 있으라 했다. 집으로 들어와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친구가 도착했다. 9시에 다 되어가는 시각인데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친구는 BBQ를 시켜 먹었다. 개콘을 보다가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 자다 보니 침대 곁에서 자는 친구가 느껴졌다. 둘이서도 잘 자는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친한 친구라 잠자리를 함께 해..

문득, 고마움이 느껴지는 놈들

새벽에 눈을 떠졌다. 역시 일찍 잠드니 일찍 일어나기가 쉽다. ^^ 문득 몇 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1. 구미 인동 GUESS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 별다른 일이 없어도, 별달리 할 말이 없어도 우리는 종종 전화를 주고 받는다. 어제 저녁에도 전화가 왔었는데, 무슨 얘길 나눴는지 생각해 보면 별 얘기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일하다가 문득 내가 그리워서 전화를 했겠지... 내가 그렇듯이 말이다. 1월 14일, 15일 이틀동안 대구에서 강연이 있다. 대구는 나의 본가가 있고, 친구와 와이프가 사는 곳이다. 보름 전에 친구놈에게는 15일에만 강연이 있다고 말했던 것 같다. 이틀 강연이라고 하면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할까봐서. ^^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부담이 될 것 같으면 말 못하는 나다. 친구..

즐겁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떠납니다~!

"별 일 없지?" 누군가가 제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아니, 있어. 어제 오늘 TV를 봤어. 그런데 되게 재밌더라." 어제, 오늘 한 시간씩 TV를 보았습니다. TV를 보는 일이 많지 않은 제게는 이런 일이 별 일입니다. 그런데, TV 보기가 참 유쾌하게 재밌더군요. ^^ 어제 보았던 상상플러스에는 개그우먼 이영자가 나왔습니다. 그의 대단한 입담으로 엄청 웃었습니다. 오늘 본 여걸식스에서는 조혜련의 개그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두 프로그램을 신나게 웃으면서 보았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TV 평균 시청시간이 하루 3시간이라는 말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에서는 '부표 밀어내기'라는 코너가 있더군요. 수영장 풀 한 가운데 떠 있는 지름 약 2.5m 정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