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Nova/단상 2

오래 전에 죽은 자

그는 죽은 자였다. 언젠가 죽을 줄로만 알았지, 이미 죽은 상태였음은 전혀 몰랐다. 세상은 곧잘 우리의 인식을 벗어난다. 그 역시 자신의 인식과는 달리 오랫동안 죽은 채로 살았다. 누군가에겐 헛소리로 들릴 테지만, 내겐 '그의 이른 죽음'이 자명한 사실로 들린다. 어느 소설 속의 문장이 진정 진실로 들리는 것이다.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계속 숨을 쉬고 거리를 걸어 돌아다닐지언정 신의 눈에는 죽은 자입니다. 사람은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강합니다. 결정의 힘은 강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약해지는지를 엄포하는 선언이다. 그의 삶이 왜 그리 시시한지 역설하며, 정신은 또 왜 그리 비실한지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이의 시시함과 비실함에 대한 발언이 과격한데, 그나마 정제한 표현이고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

Vita Nova/단상 2026.04.20

씻고 달리고 쓰는 하루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과를 시작하기 전, 세안을 위해 손에 물을 받으며 생각했다. '눈앞의 오늘을 잘 살아보자!' 얼굴을 씻을 때마다 자주 『소학 小學 』이 떠오른다. 조선의 학동들이 유학에 입문하면서 가장 먼저 공부한다는 주자학의 기초 교재 말이다. 칠팔년 전 『소학』을 정성스레 읽었다. 당시 얻은 숱한 배움 중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쓸고 세안을 하고서 책상에 앉으라는 가르침을 참 좋아했다. 요즘엔 그리 못하지만, 아침마다 마당 쓸기와 세안하기를 오랫동안 실천했었다. 칠팔 년 전의 세월이 그립기도 하고, 몇몇 구절을 복기하고 싶기도 해서 책장에서 『소학』을 찾아서 펼쳤다. 찾으려던 구절은 '이른 아침에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 하에 달린 글이었다. "안팎의 사람들은 첫닭이 울면 모두 세수하고..

Vita Nova/단상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