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9.05.31 마지막 불씨만 남은 화로
  2. 2019.05.17 뵙고 싶어서 왔어요
  3. 2019.05.14 세 줄 일기
  4. 2019.05.12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5. 2018.11.07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6. 2018.11.05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7. 2018.10.29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8. 2018.10.28 고마운 가을 아침
  9. 2018.10.27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4)
  10. 2018.10.26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유투브에서, 언론에서 자주 뵙는 요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된 것이다. 5월 23일을 전후로 바쁘게 보냈다. 와중에도 틈틈이 영상을 찾아 시청했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고 싶었다. 오늘 그 마음을 좇아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4부 작별’을 읽었다.

두 번 울었다. 2008년에는 국가기록물 사태가 터졌고 이후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정치 인연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형님이 구속된 직후에는 봉하 방문객 인사를 관두었다. 외출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노짱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겨울 내내 가끔씩 학자들을 집으로 불러 보았다. 이 모임을 할 때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부풀어 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읽고 메모하고 또 읽으면서 새벽까지 토론 준비를 하곤 했다. (…)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나를 겨냥한 4월에는 이 작업마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덤덤하게 읽었다. 그러고 싶었다. 바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아래 문단을 읽다가.

“4월 11일 아내가 부산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같은 날 건호가 귀국했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건호가 탄 차와 따라붙은 기자들의 차가 보였다. 공항 입국장에서 사진을 다 찍었는데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자고 밥을 먹어야 다음날 대검중수부에 가서 조사를 받을 텐데……. 건호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흉기로 보였다. 미국에서도 기자들이 건호 집을 포위하는 바람에 손녀가 남의 집에 피신했다고 들었다.”

아비의 심정이 전해져 흐느껴 울었다. 이중의 고통이었다. 당신의 고통 그리고 가족들의 힘겨움을 바라보는 고통.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어나갔다. 다시 눈물이 흐른 것은 지난날을 회한 가득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정치가의 마음을 읽으면서였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다.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꾼 지도자가 되려고 한 것이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원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야망이 있어서 스스로 준비하고 단련했지만, 그들은 나로 인해 아무 준비 없이 권력의 세계로 끌려들어 왔다.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들이 고초를 겪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가난하고 억눌린 노동자들을 돕겠다고 소박하게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 끝나리라는 것을 꿈에라도 생각했다면 애초에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향에 돌아와 살면서 해 보고 싶었던 꿈을 모두 다 접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재판 결과가 어떠하든 이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회한 그리고 체념···. 노짱에게서 강인한 영혼을 느끼고 아모르 파티(운명애)를 생각하며 니체가 떠오르기도 했다. 유시민 지금의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대통령의 젊은 날 기록은 의분이 슬픔을 압도하지만, 봉하마을에서 남긴 기록은 회한이 두터워 분노가 잘 보이지 않노라고 썼다. “모든 것이 다 타 버리고 켜켜이 쌓인 잿더미 아래 마지막 불씨가 숨어 있는 화로”와 비슷하다고. 과연 그렇다. 회한에 덩달아 마음이 아파 가까스로 읽었다. 읽었던 챕터 중 하나의 제목은 “수렁에 빠지다”였다.

유시민 이사장은 에필로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함께 고통 받지 않으면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썼다. 사람에 대한 “연민과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백(?)을 써 두었더라. “나에게 그는, 그가 하는 일에 힘을 보태지 않고는 부끄러움을 면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청년 윤동주는 시적 언어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삶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윤동주를 좋아하는 바로 그 이유로 인간 노무현을 가슴 깊이 존경한다. 청년 윤동주와 마찬가지로 인간 노무현도 나에게는 일종의 예술가였다. 정치적 행동으로, 아니 삶 전체로 수오지심이 빚어낼 수 있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인생 예술가.

자기 삶에 날선 비판을 던지는 사람. 이리 쓰고서 멈췄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잠시 창밖을 내다본다. 봄바람, 흔들리는 나무, 서서히 흐르는 뭉게구름,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당신이 떠나시고 이러한 봄의 향연이 열 번이나 반복됐다고 생각하니, 그 속절없는 세월이 야속해진다.

두 문장을 적는 사이에 구름이 저만치 흘렀다. 구름 사이로 보이던 하늘 모양도 달라졌다. 구름 모양과 하늘 표정은 잠깐 동안에 잘도 변하는구나. 십년의 세월에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일까?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불씨만 남은 화로  (0) 2019.05.31
뵙고 싶어서 왔어요  (0) 2019.05.17
세 줄 일기  (0) 2019.05.14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후 서촌 밤거리를 걸었다. 스승과 함께였다. 적당한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도 동행했다.

스승의 날이었지만 식사하는 동안 감사의 말 한 마디를 드리지 못했다. 특별한 날 혼자서 뵈니 이것도 저것도 쑥스러웠다. 꽃다발을 준비하려다가 꽃바구니를 연구실로 보내 드리기로 했다. 이런 계획도 말씀드리진 않았다.

둘이서 나란히 걷다가 스승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오늘 왜 저를 만나자고 했어요?”
뜻밖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답했다.

“뵙고 싶어서요.”
(웃으시며) “제일 좋은 말이네요.”

마음에서 우러난 대로의 말인데 스승의 화답으로 충분한 답변이 된 느낌이다.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차로 단골 술집을 향해 걸으며 나눴던 이 대화가 지금도 마음을 적신다.

가로등이 적어 거리는 어둑했다. 서촌 카페들이 내뿜는 은은한 조명이 정겨웠다. 내 토트백에는 정성스럽게 쓴 감사 카드와 『그리스인 조르바』 책 한 권 그리고 한정식 집에서 절반쯤 마시고 남은 이차를 위한 ‘화요’가 들어 있었다.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불씨만 남은 화로  (0) 2019.05.31
뵙고 싶어서 왔어요  (0) 2019.05.17
세 줄 일기  (0) 2019.05.14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배움여행에서 만난 분들의 에너지가 남달랐다. 서로 즐거움과 유익을 주고받는 관계로 깊어져 가면 좋겠다. 나도 무언가 기여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마음으로 경청했다. 이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였으니. 같이 일하다 보면 난관이나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함께 넘어가는 경험도 해 보고 싶다.

존경하는 후배와 함께 컬처웨이 대표님을 뵈었다. 일상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사업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편안했고 따뜻했고 즐거운 대화였다. 작년부터 회사 행사에 네댓 번은 부르셨는데 인문정신 수업이랑 매번 겹쳐서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에라도 뵈어 반갑고 감사했지만 대표님을 이리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문경수 선생님으로부터 비보를 들었다. 홍승수 교수님이 지난달에 소천 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가슴이 먹먹했다. 직접 뵙지는 못했기에 나의 슬픔에 내가 당황스러웠다. 리버럴 아츠 특강에서 홍승수 교수님의 강연을 자주 추천했고 무엇보다 이충일 교수님께 들었던 홍 교수님과의 일화를 살갑게 느꼈기 때문이리라.

*

와우 모임에서 ‘세 줄 일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담 없는 형식으로 느껴져 귀가 솔깃했네요. 아직은 간소함의 지혜와 기술을 익히지 못해 '세 줄' 대신 ‘세 덩어리’로 며칠 써 보려고요. 제게 적절한 형식이라면 이어가겠지요. 첫 날을 기념하여 포스팅해 봅니다. 자주 올리진 않겠지요. 일기는 가장 내밀한 글쓰기잖아요. 일기쓰기의 가치와 미덕은 그 내밀함에서 극대화될 테고요.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불씨만 남은 화로  (0) 2019.05.31
뵙고 싶어서 왔어요  (0) 2019.05.17
세 줄 일기  (0) 2019.05.14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랜만에 신간이 나왔습니다.『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3월 12일에 손에 받은 책을 이제야 포스팅하네요. 미루고 또 미루다 어느새 두 달이 지났어요. 미룬 것인지 두려웠던 것인지 모를 마음을 누르고 책을 처음 받고서 썼던 메모를 옮겨 둡니다. ^^

<책상 앞에 놓인 신간을 바라봅니다.
오랫동안, 물끄러미.

여러 생각들이 스쳐가네요. 이제야 나왔구나. 더 치열할 걸! 아, 부끄럽다. 깊은 공부의 신호탄으로 삼아야지. 엄마가 보고 싶네.

읽기를 즐겼고 공부를 잘하고 싶어 쓴 책입니다.
그 행복감과 열망이 전해지면 좋겠네요.>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뵙고 싶어서 왔어요  (0) 2019.05.17
세 줄 일기  (0) 2019.05.14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2018.10.29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로살리아 2019.05.30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브라질에도 보내주세요 강사님~~~

    • 보보 2019.05.31 0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로살리아님! 반가워요. ^^

      참 놀랍네요. 벌써 몇 주가 지났어요.
      '안젤리카님께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지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드는 밤인데
      오늘은 안젤리카님에게 메일을 써야지,
      하고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켰어요.

      그리고 로살리아님의 댓글을 본 거죠.
      교감이라도 나눈 듯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달린 댓글에 반갑고 놀라웠어요. ^^

      네, 얼른 보내 드릴게요~
      제 바람과는 달리 한참 걸리겠지만.

양평에도 비가 옵니다. 안개가 자욱하여 거실에서 내다보이던 산 풍광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분명 저기쯤 존재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생경한 느낌의 아침입니다.

  

소멸이 아니니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하고 자꾸 찾게 되네요. 존재함을 알기에 찾습니다. 새삼 그리움이란 '지금 여기'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감정임을 깨닫습니다.


'소멸'이든 '부재'든 여기에 없으니 그리워하고, 존재함을 알고 있으면 찾거나 헤매게 됩니다.


아침 시선이 헤매는 까닭은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절절히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와 깊은 친밀함을 누렸던 응보겠지요. 오늘도... 나는 헤매고 그립니다.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줄 일기  (0) 2019.05.14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2018.10.29
고마운 가을 아침  (0) 2018.10.28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정은 2018.11.28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에서 책을빌렸습니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인데요,, 독서를 이제시작하고 인생의 방향을 잡는시기이라,,또 이런블로그를 알게되었네요~좋은글많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혹시추천해주실만한 책이있으신지요,

    • 보보 2019.05.31 0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적시에 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후일에라도 관심사, 읽으신 책, 연령대를
      알려 주시면 정성껏 추천 드리겠습니다.


대화의 희열! (2018년 9월부터 시작된 KBS2 프로그램명입니다.) 이리도 매혹적인 제목이라니요! TV가 없기도 하고 잘 보는 편도 아니라 송해 선생님의 기사를 통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관심이 갑니다. 위로, 희열, 감동, 자극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송해 선생님 편부터 보고 싶습니다. 아래 기사 때문이에요. 기사 만으로도 위로가 되더군요. 제 인생의 상실을 들여다보면 30~40대의 삶이기보다는 50~60대의 삶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이야 그렇다 쳐도 친한 친구들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갔기에 하는 말입니다. 

 

'92세 송해의 그리운 사람들'이란 기사의 마지막 두 문단을 옮겨 둡니다. 너무나도 슬픈데 희망적이어서... 


<송해는 올해 1월 부인 故 석옥이 씨와도 사별했다. 송해는 "어머니, 아들만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데 마누라까지 그러게 됐다"며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었다. 같이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아내는 못 나왔다. 폐렴이라는게 나쁘다. 아내의 빈자리는 (나중에) 동행하는 날까지 채울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송해는 "내가 실의에 빠지지 않게 각오해야지 도리가 없더라. 견디기 힘들지만 손녀 둘과 손자 하나가 있는데 그 아이들이 내 희망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놈들에게 할아버지 본 때를 보여줘야지 하면 거뜬해진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가족이야말로, 특히 자녀야말로 삶의 존재 이유이자 삶을 버티는 기둥이겠지요. "녀석들에게 든든한 힘(울타리, 기동, 희망)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고통과 힘듦을 버티게 만들고 삶의 무상함을 얼마간 덜어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솔로 생활을 부러워하는 친구가 이리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원아, 나는 정말 네 자유가 부럽거든. 그런데 주말이나 명절엔 네 생각이 안 나더라. 녀석들이 내 삶의 기쁨이거든." 두 아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행복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친밀한 관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네요. 친구, 연인, 스승이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2) 2019.05.12
오늘도 난 헤매고 그립니다  (2) 2018.11.07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2018.10.29
고마운 가을 아침  (0) 2018.10.28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4) 2018.10.27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제 막 카페에 와서 100개에 달하는 카톡을 모두 읽었어요. 집에선 인터넷이 안 되니 이런 수고를 해야 하네요. 차를 타고 5분을 달려 양수리 카페에 오는 ‘수고’ 말이죠. 조금 불편하지만 재밌는 일상이에요. 월말 며칠 동안만 겪는 불편함이니 일시적이고요. 물론 카톡을 하러 카페에 온 건 아니에요. 오늘은 인문정신 수업이 있는 날이니 외출해야 하죠.


창밖 풍광이 아름다워요. 초록, 연두, 주황, 노랑, 붉음이 어우러진 단풍들이 고즈넉하게 한강을 바라보고 있어요. 정말 그래요. 내가 단풍을 바라보는지, 단풍이 나를 바라보는지 순간 혼동될 만큼 저네들이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이런 표현은 과장이나 의인화가 아닌 지금의 제 감상이에요. 이곳에서 우리 셋이서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울까요?


중고 도서로 『인생의 맛』을 구했다는 소식을 봤어요. 나까지 즐거워지는 기분이었죠.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거든요. 부담 없이 읽히는데 깊은 인문적 풍미를 만나고, 문장이 좋은 데다 또 다른 책(『수상록』) 읽기로 이끌어 주니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입니다. 게다가 분량은 또 얼마나 착해요?!


내가 읽을 책을 선택하는 일은 그야말로 즐겁고 흥분되는 일상입니다. 반면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어요. 때론 곤혹스러운 정도죠. 훌륭한 책이면 다소 어렵고(『인생의 발견』처럼) 읽기에 편하면 내용이 아쉬워요(대다수 베스트셀러 입문서들). 『인생의 맛』은 복잡한 심경을 날려 줘요. 『고민하는 힘』, 『예술 수업』 등도 그렇고요.


공부에 대한 얘기를 나눴더군요. ‘혼자 하는 공부’와 ‘인식을 열어 주는 청강’의 조화라면 공부 여정에 힘이 붙을 테죠. 답사가 가능한 공부라면 길을 떠나면 좋을 테고, 동학과 함께 대화마저 곁들인다면 공부가 깊어지고 즐거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공부를 위해 내년에는 공자의 묘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최근 『논어』를 열심히 읽었거든요.


‘책방’은 예상하신 대로 <최인아 책방>입니다. 여느 책방이면 함께 프로그램을 하자는 제안에 뜸을 들이고 늑장을 부렸겠지만 이번에는 바로 "YES"라고 대답했죠. 사부님과의 인연도 한몫 했지만, 말씀하신 대로 지금까지 참여한 분들의 면면이 훌륭하거든요. 저도 슬쩍 끼어 후광효과라도 맛보고 싶은 겁니다. 책방에서 어찌 제게 제안을 했는지 의아하기도 해요.


토요일에 책방 홀에서 독서 특강을 했는데(그날 세미나룸에서는 김상근 교수님이 함께하는 독서 토론 모임이 있었죠) 선전했지만 기분 상으로는 ‘폭망’한 느낌입니다. 논리적으로 진행하지 못했고 재미가 결여되었고 무엇보다 청중의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 경청해 주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분들께는 재미없었을 거에요.


이미 읽으시어 알고 계신 대로, 지난주부터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가꾸지 못한 곳이라 막상 첫 글을 쓰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엔 마음 준비의 문제지만 그 마음을 먹고 실행하기가 마냥 쉽진 않더군요. 마음 속 잡초를 뽑고(다음 주부터 하지 뭐), 밭을 갈아(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씨를 뿌렸어요(글을 써 올리는 일이죠).


블로그를 가꾸는 일은 상징적인 출발이에요. 일상의 변화가 비단 포스팅에만 그친 게 아니거든요. 상실의 고통이 3개월 쯤 지나니 회복되기 시작하나 봐요. 책도 열심히 읽기 시작했어요. 어제는 하루키 단편을 읽고 서평을 하나 썼어요. 주말의 여유를 빌어 단편 소설을 읽고 그에 관해 마음 가는 대로 글을 끼적인다는 게 내게는 행복이더라고요.


제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시겠죠? 이럴 땐 자진 신고가 살 길입니다. (함구한다고 해서 갑자기 죽는 건 아니지만 ‘살 길’이란 표현을 썼네요. 은근히 장난끼가 발동한 겁니다.)

『잠의 사생활』(잘 자는 법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어요), 『그리스인 조르바』(이젠 놀라지도 않죠?),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초반 1/3은 훌륭해요. 끝까지 괜찮으면 추천할게요. 자기다움이 아니라 꿈의 실현에 관한 책예요), 『반딧불이』(하루키 단편집입니다. 아주 재밌진 않으나 제겐 울림을 주네요) 등을 읽거나 읽는 중입니다. 


강원도의 여러 산들을 다녀오셨다고요? 강원도가 선사하는 숲 종합선물세트를 만끽하신 느낌이네요. 양평에선 그나마 가까운 산들인데 저도 얼른 시간을 내고 마음을 챙겨 다녀와야겠습니다. 아직은 마음이 쓸쓸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만나는 가을 풍광도 또 다른 맛과 멋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즈음이면 흔히 듣는 단풍 나들이인데(지난주에도 친구의 단풍 여행 소식을 들었거든요) 어찌 이번에는 ‘나도 가야겠다’고 결심한 걸까요? 가까운 이들끼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질 확률이 15%라고 했던가요? 친구의 친구면 6%(가물하네요)! 이 영향력은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가야 소멸 된다죠?


오늘 아침 두 분이 전해 준 긍정적인 에너지와 행복의 기운에 감사드려요. 3개월 넘게 진행된 저의 불면증은 점점 떠나가는 것 같아요. 아직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수면 시간이 확실히 늘었어요. 잠을 자니 기운이 생겨요.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면 기운이 필요한데, 불면이 악순환을 가속시킨 것도 같더라고요. 더욱 회복되어 저도 행복한 마음을 나누고 싶네요.


11월에는 분명 전환의 시간이 될 거예요. 이건 느낌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그리 만들고 말 테니까요. 월초에는 인문정신 세미나(4주 희랍 고전 과정)이 시작되고 중순에는 최인아 책방 독서토론(6주 과정)이 출발해요. 월요일마다 인문정신 수업이 진행되고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으며 글을 부단히 쓸 겁니다. 이건 바로 이런 뜻입니다. “연지원이 살아났다!”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박종옥 2018.10.29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지원이 살아났다!”
    이 문장을 읽으며 소리쳤네요.
    "앗싸!"

같은 풍광을 보고도 때마다 반응이 달라요. 기분이 좋을 때에는 감탄사가 나오고, 마음이 아플 때에는 한탄이 나오더군요. 오늘 아침의 가을 풍광은 여전히 아름다웠죠. 서정주의 <푸르른 날에>가 떠오르는 아침이었습니다. 가을이 산에 부린 마술에 감탄하기보다는 그리운 시절을 회상했다는 말이에요.


눈을 뜨자마자 책을 읽었습니다. <다섯 가지 소원>이라는, 10여 년 전에 읽은 자기계발서를 어젯밤에 침대 옆 테이블에 두었거든요. ‘언젠가는 읽어야 할 책’이었어요. 처음 읽었던 당시, 나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저는 내게 필요했을 내용을 은근슬쩍 회피하면서 읽었거든요. 그리고는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다시 읽은 소감은 ‘후회막급’입니다. 책에 대한 후회가 아닙니다. 왜 그때 나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다시 생각하니 '막급'까지는 아니네요. 후회하면서도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도 크거든요. '그래, 문제를 외면했으니 지금 이 모습이 된 거야' 하는 자기 직시의 심정으로 책을 읽었던 겁니다. 이번에는 문제로부터 도망가지 말아야죠.


구 선생님은 당신의 책에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마흔은 성취 없이는 견디기 힘든 시절이다.” 이 구절의 한참 뒤에는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는 말도 나와요. 전환에 성공하려면 자신의 문제와 적절한 거리 감각이 필요하겠죠. 자기 문제를 모조리 개선하는 사람은 없을 테고, 중요한 문제의 해결 없이는 삶의 도약이 없을 테니까요.


최근 3일 동안 아침마다 긍정적인 기운을 만나요. 창조적인 일에 마구 달려들고 싶은 요즘이네요. 무진장 책을 파고들거나(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늘 독서예요) 의미 가득한 여행을 떠나거나(아, 정말이지 내게 필요한 건 여행인지도 모르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거나(필라테스나 일본어는 어떨까요? 영어부터 잘 하고 싶긴 하네요)! 사랑에 폭 빠져도 좋겠어요.


지금 양평에는 비가 내려요. 가을비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가 이내 평온을 되찾았어요. ‘아! 단풍이 더 떨어지겠구나. 추워질 테고. 하지만 괜찮아. 달리 어쩌겠어? 이것이 계절의 순환인 걸. 아쉽게도 마음앓이를 하느라 2018년 가을을 향유하지는 못했지만 여유롭고 우아한 이들은 올 가을을 즐겼을 거야. 세상의 좋은 것들을 언제나 누릴 수는 없지.’


아침 음악은 재즈로 연주되는 캐롤 곡이에요. 흥겨운 리듬을 듣고 있어요. 마음에서는 알싸한 그리움과 경쾌한 설렘이 손을 잡고 춤을 추어요. 사랑하는 연인과 보낼 크리스마스를 꿈꾸면 좋겠지만 지금 난 상실감에 아파하고 있어요. 마음에 들진 않지만 고통스럽지 않음에 감사해요. 어젯밤에도 숙면을 취했거든요. 3일 연속으로 5시간 이상을 잤어요.


열흘 동안 숙면에 성공하면 이렇게 선언하려고요. “연지원 씨, 오늘 부로 이번 불면증은 떠나갔습니다. 땅땅땅!” 내가 나에게 보내는 판결입니다. 이 판결을 받기 위해 숙면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려고요. 밤사이 괜찮은 숙면을 취했고, 알싸한 마음이지만 고통스럽지 않으며, 잠깐의 여유에 기대어 글을 끼적였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고마운 가을 아침입니다.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이 그리워지는 가을  (0) 2018.11.05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2018.10.29
고마운 가을 아침  (0) 2018.10.28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4) 2018.10.27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0) 2018.10.26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0) 2018.10.18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에 드러누운 모습을 봅니다. 가을의 평화, 주말 아침의 여유, 햇살의 따사로움 등을 슬쩍 느끼면서도 마음의 중심부에 자리한 쓸쓸함과 공허감을 토닥거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허전한 마음들이 가시겠지만 2018년의 여름과 가을은 혹독하네요. 거실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았어요. 쌀쌀한 공기와 함께 까마귀와 까치 소리가 번갈아 거실을 방문하네요. (양평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포스팅하진 않았군요. 저는 지금 양평에 삽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수면 시간부터 체크했죠. 그제처럼 푹 자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이만하면 이틀 연속으로 숙면을 취한 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가 보내 준 '만남'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사별과 상실이 많은 제게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겠지만 저보다는 메시지를 보낸 그에게 더 절실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통찰이란 결국 인간의 개별성을 얼마만큼 이해하는가에 달린 일이 아닌가 싶어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말이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여섯 번째 읽는 중이죠. (일곱 번째인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보수적으로 체크하고 싶네요.) 오늘은 11장을 읽었습니다. 오후 특강 준비 탓인지, 쓸쓸함 탓인지 희열을 느끼며 읽진 못했습니다. 11장이 다소 약한(?) 챕터였는지도 모르죠. (아무렴! 정말 그럴지도요.) 가슴을 울린 구절이 없진 않았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라 막연한 단상을 글로 적어보았어요. (별도 포스팅으로 올려 볼게요.)


잠시 일어나 양말을 신고 두꺼운 니트를 걸쳤어요. 거실의 공기가 많이 차가워졌거든요. 창문을 닫기는 싫었고요. 몸은 따뜻하고 공기는 차가운, 이 양극의 조화가 정신을 맑게 하는 것 같아서요. 무엇이든 상반된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겠지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에도 크림 소스와 토마토 소스를 조화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방금 까치 한 마리가 테라스에 앉았어요. 작은 소리로 깟깟! 소곤대더니 이내 날아갔어요.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요?


오후에는 강연이 있어요. 좋아하는 책방에서 불러준 강연이라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무 일정 없이 하룻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아무런 일정이 없다면 '아, 외로운 하루구나' 하고 아쉬워할 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죠. 요즘의 제가 고독을 잘 즐기지 못해요. 스스로도 낯선 모습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제게 성취와 낭만의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실제 일정이 없다면 '오늘도 정말 외로울까?' 하는 물음이 드네요. 마음이 얼마나 나아졌나 궁금한 거죠. 


진솔함과 편안함을 좇아 생각나는 대로 끼적이다 보니 기분이 나아지네요. '한결' 달라진 건 아니지만 '쓰는 동안' 잠시 평온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나 같은 글쟁이는 이렇듯 '쓰는 동안' 온갖 보상을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면서 자기를 만나고, 쓰는 동안 평온해지며, 쓰는 순간에 살아 있는 거죠. 상대적으로 글을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부류들입니다. 저는 아마 이런 부류에 속할 테고요. 이러한 성향이야말로 열 편에 가까운 책 원고를 투고하지 못한 채 끌어 안고 사는 근본적인 이유겠고요.


'가장 힘겨웠던 여름 날들을 이렇게 끼적이면서 살아야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늦진 않았겠지요. 제 삶이 다시 일상적인 궤도를 찾고, 제 마음이 다시 평온해지는 날까지, 다시 부지런히 '글이라도' 써 보렵니다. 나도 모르게 '글이라도' 라고 표현하게 되네요. 자조적인 기분이 자주 저를 휘감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기 위한 집필을 하지 않을 때에 종종 느끼는 기분입니다. 해결 방안이 또렷히 보이네요. 진솔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책을 집필함으로 존재 이유에 다가설 것!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을 향한 뜨거운 기대  (2) 2018.10.29
고마운 가을 아침  (0) 2018.10.28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4) 2018.10.27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0) 2018.10.26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0) 2018.10.18
오늘 선택한 행복  (2) 2018.10.12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진경 2018.10.28 0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다보니 불안한 자유를 떠올리게 되어요
    반가운 글입니다.!

  2. 2018.11.02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18.11.05 08: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 연락 주세요,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 연락 주세요...

      자꾸 곱씹게 된다.
      참 예쁘고 따뜻한 말이어서.

      *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고 참 행복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쓸쓸함이 커져갔다.

      혼자 있음의 시간이 충만했던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으로 연결된
      우정이 존재했기 덕분임을 느낀다.

      *

      여름을 혹독하게 보냈다.
      상실의 고통에 넘어지고 또 넘어졌네.
      난 잘 견뎌내지 못했고 그저 무언가가 지나갔다.

      인생의 폭풍이었고 내면의 지진이었다.
      지금도 여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았지만
      견딜 만하다. 네 말처럼...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
      그리고 용기가 날 때...
      연락하마. 참 고맙다.

어젯밤엔 무려 7시간을 잤습니다. 최근 열흘 동안 2시간 넘게 잤던 날이 딱 하루 뿐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아니, 7월 23일 이후로 이렇게 많이(7시간을 말함입니다) 잔 적이 처음입니다. 잠을 제대로 잔다는 것! 참 좋은 일이더군요. 눈이 개운했고 몸이 가벼웠습니다. 푸석했던 피부도 나아졌고요. 무엇보다 하루를 살 만큼의 신체적 에너지가 채워졌음을, 오늘을 보내는 동안 줄곧 몸으로 느꼈습니다. 


기뻤습니다. 마음이 회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여전히 슬픔과 원통함이 남아 있으니까요. 숙면은 어젯밤에 먹었던 감기 약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자연스레 잠들었거든요. 무엇 덕분인지 몰라도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긴 잠을 잤고 덕분에 하루를 잘 살았으니 그걸로도 고맙고 만족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좋은 숙면으로 어젯밤의 일로만 치부하고 싶지도 않더군요.


어떻게 하면 오늘밤에도 단잠을 잘 수 있을까요?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3개월 내내 느껴왔습니다만 오늘은 또 다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싶어진 날이었습니다. 운동을 했고, 세 끼를 건강하게 먹었고, 잠깐의 명상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하루를 감사함으로 돌아볼 생각입니다. 내일부터는 숙면에 관한 책도 읽을 테고요. (데이비드 랜들, 『잠의 사생활』입니다.)


몇 주 전부터 이 블로그를 가꾸고 싶어졌습니다. 지인들은 네이버 블로그를 해야 한다, SNS가 대세다, 브런치에 글을 쓰셔라 등의 말들을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저는 다시 이곳에서 마음을 담고 있네요. 예전만큼 블로그 운영에 열심을 내고 싶지만 출발은 가볍고 산뜻하게 하는 게 좋겠지요. 자주 진솔한 글들을 끼적이고, 댓글마다 정성스럽게 화답하기! 이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하려 합니다.


계획을 내비친 김에 원대한 포부도 적어 봅니다. 수 개월 동안의 마음앓이에서 벗어나 명랑한 도전을 해보고도 싶거든요. 다시 열심히 책을 읽고(오늘은 미치도록 읽고 싶은 열 권의 책을 선정했죠), 와우 12기도 출범하려고요(11월 초에는 공지할 생각입니다).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강연도 자주 해 볼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조만간 다음 책 집필에 돌입하여 신바람 나게 글을 쓰고 싶네요. 설레는 계획들입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가을밤... 버스커버스커의 <가을밤>을 듣습니다. 숙면을 꿈꾸며!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운 가을 아침  (0) 2018.10.28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4) 2018.10.27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0) 2018.10.26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0) 2018.10.18
오늘 선택한 행복  (2) 2018.10.12
마음아, 너는 어떠니?  (0) 2018.04.14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