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후 서촌 밤거리를 걸었다. 스승과 함께였다. 적당한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도 동행했다.

스승의 날이었지만 식사하는 동안 감사의 말 한 마디를 드리지 못했다. 특별한 날 혼자서 뵈니 이것도 저것도 쑥스러웠다. 꽃다발을 준비하려다가 꽃바구니를 연구실로 보내 드리기로 했다. 이런 계획도 말씀드리진 않았다.

둘이서 나란히 걷다가 스승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오늘 왜 저를 만나자고 했어요?”
뜻밖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답했다.

“뵙고 싶어서요.”
(웃으시며) “제일 좋은 말이네요.”

마음에서 우러난 대로의 말인데 스승의 화답으로 충분한 답변이 된 느낌이다.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차로 단골 술집을 향해 걸으며 나눴던 이 대화가 지금도 마음을 적신다.

가로등이 적어 거리는 어둑했다. 서촌 카페들이 내뿜는 은은한 조명이 정겨웠다. 내 토트백에는 정성스럽게 쓴 감사 카드와 『그리스인 조르바』 책 한 권 그리고 한정식 집에서 절반쯤 마시고 남은 이차를 위한 ‘화요’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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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