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70

비즈니스 석을 예매했다

크레타행 에게항공(Aegean Airlines)은 본의 아니게 비즈니스 좌석으로 예매했다. 이코노미 석이 없었고,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의 가격이 비슷했다(3만 5천원 차이). 비즈니스 탑승권을 살펴보았다. 이름부터 달랐다. ‘탑승권(Boarding Pass)’이 아니라 ‘탑승/ 라운지 이용권(Boarding / Lounge Pass)’이었다. 이런 문구도 보였다. “We are pleased to invite you to our lounge prior to the departure of flight." 나를 라운지로 부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라운지가 어디에 있지? 단 한 번도 비즈니스 석을 구입한 적은 없다. 누군가가 나를 비즈니스 석이나 일등석의 세계로 초대한 적도 없다. 이왕이면 라운지에서 탑승 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여행 0일차, 10월 15일(토). 1.열흘 동안 함께 그리스를 여행했던 일행과 헤어졌다. 그들은 서울로 갔다. 나는 아테나 공항에 남았다. 지금 시각은 저녁 7시 30분. 일행과 헤어진 시간이 정오니까 일곱 시간 반이 지났다. 렌트카를 예약하고 다시 취소하고, 여행지를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크레타 섬으로 바꾸는 등 네댓 시간 동안 혼자서 소동을 치렀다. 신용카드를 챙겨 오지 못한 결과들이다. 신용카드를 지참하지 못한 사연은 길다(기회가 온다면 그 사연을 풀어내고 싶지만, 지금은 ‘허락된 지면이 짧다’라는 말로 간단히 넘어가련다). 신용카드만 있었더라면 차 렌트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테고, 나는 폭스바겐 골프를 몰고서 코린토스의 어느 호텔에서 쉬고 있으리라. 지금쯤이면 에게해의 밤하늘을 보면서 식..

다시 가고 싶은 1순위 여행지

1) 미코노스 타운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순백의 미로 탐험, 2) 바닷가 위에 세워진 리틀 베니스의 이국적인 건물들, 3)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여행자를 유혹하는 카페와 갤러리 등의 상점 구경이 내가 미코노스에 빠져든 이유들이다. 누군가가 이 모든 것들과 미코노스의 아름다운 비치에서 수영과 선탠마저 즐긴다면, 그는 미코노스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미코노스는 바이마르, 포틀랜드, 비엔나, 팔라우, 아테네와 함께 내겐 꼭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다. 이 중에서도 1순위가 미코노스다. 제우스는 바람둥이였다. 아내 헤라를 질투의 여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바람기였다. 외도가 취미였고, 자녀들이 수십 명이었다. 한번은 아내 몰래 미케네 왕의 딸 알크메네를 범했다. 죄는 결과를 낳는 법, 반신반인의 아들이 태어났다...

여행은 인생 수업입니다

보보는 2009년 2월 4일부터 3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일정 중 2/3는 브라질(상파울로, 리오데자네이루, 이과수 폭포)에서 5기 와우팀원들과, 1/3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홀로 여유롭게 보내었지요. 브라질 여행은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개인사가 되었고, 팀원들과의 소중한 이야기를 공유하게 된 아름다운 추억이었고, 여행의 순간 순간마다 삶의 지혜를 얻은 인생수업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와우팀원들과 함께 진행된 3차례의 수업과 강연이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저는 팀원들의 삶에 감동하며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배웠습니다. 보보의 해피레터 11편은 브라질 여행 중에 느꼈던 몇 가지 단상입니다. 팀원들에게..

그리스 터키 여행의 4가지 의미

그리스와 터키로, 또 하나의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의 해외여행 경험을 헤아려 보니 약 220여일 동안 18개국을 다녀왔다. 다녀온 나라는 정확히 기억하나, 해외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제대로 정리해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행히도 여행 때마다 최소한의 기록을 남겨 두었으니 그간의 기록을 살피며 해외여행 체험들을 정리해야겠다. 그저 '다녀왔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이번 여행은 그간 체험하지 못한 경험들이 많았다. 32명이 함께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고, 여행 막바지에 며칠을 홀로 지냈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다. 서로 다른 방식과 모순된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이 자기경영의 묘미다. 정신과 물질의 조화, 준비와 즉흥의 조화, 고독과 어울림의 조화. 1) 이번 여행의 백미는 고대..

발을 씻고 자미에 들어가다

자미(이슬람 사원) 이야기를 쓰려는데, 문득 '낭만 유럽여행'이란 폴더와 자미가 어울리지 않음을 느낀다. 유럽에는 자미가 없다. 성당이 있을 뿐이다. 지난 해 두 달 가까이 유럽을 돌아다니며 도시마다, 마을마다 줄곧 방문한 곳이 성당이었다. 여행 중 만난 길동무 중 몇몇은 "이제 성당은 지겹다"고 할 만큼 유럽엔 성당이 많다. 이 말에 동의하지만, 유럽을 이해하고 유럽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성당을 지겨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당마다 역사가 깃들어 있고, 기독교 없이 유럽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터키에 오니, 성당 자리를 자미가 대신하고 있다. 터키에는 성당과 자미가 결합된 형태도 있었고, (이즈니크의 아야소피아 성당처럼) 지척의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성당과 자미도 있었다. (이스탄불..

니케아 종교회의 성지를 찾아서

기원전 301년,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 중에 '리시마코스'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는 호반의 도시를 점령했다. 도시의 이름을 자신의 아내인 니카에아 (Nikaea)의 이름을 따서 니케아로 명했다. 니케아는 기독교가 공인된 313년 이후 비잔틴 제국의 기독교 중심 도시가 되었다. 325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아리우스파를 정죄하는 종교회의가 니케아에서 열렸던 게다. 이것이 역사상 첫번째 종교회의로 불리는 니케아 공의회였다.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는 수많은 이단이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이 아리우스파다. 아리우스파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여 기독교의 이단이 되었지만, 그 세력이 날로 더해가 7세기에 이슬람교가 되어 또 하나의 종교를 이루었다. 오늘 나는 니..

볽은 태양을 바라보며

이즈니크에는 큰 호수가 있다. 터키에서 다섯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를 처음 봤을 때에는 '이게 호수야? 바다지' 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였다. 중국 항저우의 서호가 떠올랐다. 서호의 둘레는 15km다. 얼핏 보면, 바다 같지만 둘레가 가늠된다. 서호10경이라 불리는 명소가 있고, 관광 호텔과 사람들이 많은 서호에 비해 이즈니크 호수는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내가 이 곳에 온 까닭은 갖춘 셈이다. 숙소를 시내가 아닌 호숫가에 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노란색의 호텔은 호수와 가까웠다. 찻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이즈니크 호수다. 투숙객이 적어 호숫가로 낸 발코니가 있는 방에 묵을 수 있었다. 저녁 7시가 넘어갈 무렵, 태양을 집어삼키려는 호수의 모습이 호텔 창밖으로 보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

술탄아흐메트에서 저녁 식사를!

5시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숙소에 돌아왔다. 여행 일정을 일찍 마무리한 것은 저녁 식사를 느긋하게 즐기고 내일 '이즈니크'로의 1박 2일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스탄불의 한국 식당에 가방을 맡겨 둘 참이다. 일행들과의 마지막 식사를 했던 곳, 이다. 사실, 부탁을 드리지 못하는 성정이라 맡기기로 결정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즈니크로 들고 갈 소지품과 맡겨 둘 짐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걸려 온 전화 통화를 하고 나니 6시가 되었다. 유럽의 6시는 식사하기에 이른 시각이다. 밖은 환하고, 레스토랑은 한산하다. 어슬렁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 입구에 비치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참 분위기 좋았던 세븐힐레스토랑에 비하여 그리 저렴하지도 않다. 하지만..

홀로 시작하는 여행

일행은 떠나고 나는 남았다. 그들이 향한 곳은 대한민국 서울이고, 내가 남은 곳은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이다. 우리는 열흘을 함께 여행했다. 크루즈를 타고 에게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다. 산토리니는 쪽빛 바다, 푸른 하늘, 새하얀 집들이 참 예뻤다. 명성 그대로였다. 크레타 섬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에 들렀다. 그의 영혼 앞에서, 그가 쓴 책을 읽었다. 나도 자유로웠다. 로도스 섬에서는 함께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햇살은 매우 강렬하여 맨발로 백사장을 밟기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들의 즐거움도 아주 진하여 바닷물에서 나와야 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였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는 사부님(구본형 선생님)과 파르테논 신전을 함께 돌며 사진을 찍었다. 짧은 15분의 자유시간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