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홀로 시작하는 여행

카잔 2010. 8. 16. 14:50


일행은 떠나고 나는 남았다.
그들이 향한 곳은 대한민국 서울이고,
내가 남은 곳은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이다.

우리는 열흘을 함께 여행했다.
크루즈를 타고 에게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다.
산토리니는 쪽빛 바다, 푸른 하늘, 새하얀 집들이 참 예뻤다. 명성 그대로였다.

산토리니의 피라 마을


크레타 섬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에 들렀다.
그의 영혼 앞에서, 그가 쓴 책을 읽었다. 나도 자유로웠다.

로도스 섬에서는 함께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햇살은 매우 강렬하여 맨발로 백사장을 밟기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들의 즐거움도 아주 진하여 바닷물에서 나와야 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였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는
사부님(구본형 선생님)과 파르테논 신전을 함께 돌며 사진을 찍었다.
짧은 15분의 자유시간이 사부님으로 인해 의미가 되었고, 추억이 되었다.

메테오라의 수도원도 잊을 수 없다.
절벽 위에 지어진 수도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다녀 왔구나! (7월엔 하회마을)

이런 일정을 함께 했던 일행들이 어젯밤 떠났다.
홀로 하룻밤을 잤고, 홀로 아침을 맞았다.
이야기하며 먹느라 30~50분은 걸렸던 아침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되었다.

일행 중의 한 분이 말했다. 함께하다가 홀로 남은 여행은 '고약한 방식'이라고.
일전에 남편과 함께 여행하다가, 남편은 일 때문에 먼저 귀국하고 홀로 남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때, 눈물이 나더란다. 그리고 결심했단다.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고.

나도 예전에 일행과 함께 다니다가 홀로 남아 여행한 적이 있다. (2002년, 2009년)
지난 해, 소중한 분들(바로 어제 떠난 그 분들)과 함께 크로아티아에 갔었다.
열흘을 함께 한 뒤, 홀로 남아 44일을 여행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년에도 이렇게 여행하자고.

일년이 지났고, 오늘은 지난 해의 생각이 실현된 첫 날이다.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음악이 서로 다르듯이 여행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나는 나만의 여행 스타일을 찾고자 여러 번 여행을 다니며 스스로의 즐거움을 비교해 보았다.

나는 홀로 여행하는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추억과 즐거움은 함께 여행할 때 더욱 많이 가지게 되는 나다.
하지만 홀로 여행하는 것도 매우 즐겁고 의미가 있다.

내가 이스탄불에 남은 이유는 '홀로 여행하기' 위함이다.
홀로 여행할 때, 나는 머무르고 싶은 곳에 마음껏 머물 수 있다.
하명없이 걸을 수도 있고, 카페에서 두어 시간 글을 쓸 수도 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내게 사색, 자유, 학습의 다른 이름이다.

<생각꺼리>
여행하는 방식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식도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삶을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렵고 부담스럽고 조금은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삶을 포기한다.
그 대가는 우울, 권태, 무기력, 재미없음, (꿈을 향한) 절절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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