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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살기로 비타 노바

1. 고단한 삶이 3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낱 꿈이길 바랐던 그 일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주일 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한 노력도 허사였다. 되돌릴 방도가 없었다. 하릴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야심차게 기획하여 추진하던 일이 순항하다가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되고 말았다. 마음의 타격만 입었던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일로 내겐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 원의 빚이 생겼다. 그때는 몰랐다. 자산 1억과 부채 1억이 어떻게 다른지, 이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1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단기간에 갚아야 하는 큰 빚이 얼마나 삶을 옥죄는지 정말 몰랐다. 무지의 대가는 혹독했다. 삶이 달라졌다. 한 끼 외식이나 카페에서의 커피조차 사치였다. 3년 6개월 동안 혼자 카페에서 커피..

Vita Nova/일지 2026.04.10

안녕, 어제의 나여

7년 전, 연인과 함께 안동을 여행했다. 서울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우리는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일상을 만난다는 설렘을 매만지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았다. 어디 괜찮은 카페 없을까? 여행자들의 신 헤르메스가 그때 우리를 보살폈다.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찾았던 것! 핸즈커피(안동댐점). 재즈 선율과 그윽한 커피 향에 매료된 카페였다. 한적한 시간대였는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들떴다. 카페에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떠들썩함으로 공간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감탄했다. “오빠, 여기 너무 좋아요.” “딱 우리 스타일이잖아.” 둘의 음악 취향은 비슷하다 못해 똑같았다. 그녀를 만족하게 하긴 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죄다 그녀의 취향이었다. 지직거리는 잡음이 포함된 1920~1940년대 녹음판 재즈곡..

일 년의 먼지를 털어내며

일 년이 지났다. 마지막 포스팅 이후 세월이 그리 흘렀다. 눈 깜짝했던 것 같은데, 몇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해가 바뀌었다. 세월의 유속을 절감하며 혀를 내두른다. 나는 여전하다. 홀연히 찾아든 감상에 잠깐 허망함을 느꼈다.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지독히 당연한 일인데, 매년 당황스러워한다. 아직 난 이리도 진부하다. 무감각하거나 무지해서만은 아니리라. 하루하루를 사랑하고 인생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도 있으니. 세월이 '훌쩍' 지났다는 말은 그 기간이 짧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쉽다는 뜻이다. 해 놓은 일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 년 동안 여러 불행을 겪었고 많은 책들을 읽었다. 꽤 힘든 일을 두어 번 겪었다. 며칠은 잠들지 못해 뒤척이며 밤을 지새우..

마지막 불씨만 남은 화로

유투브에서, 언론에서 자주 뵙는 요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된 것이다. 5월 23일을 전후로 바쁘게 보냈다. 와중에도 틈틈이 영상을 찾아 시청했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고 싶었다. 오늘 그 마음을 좇아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4부 작별’을 읽었다. 두 번 울었다. 2008년에는 국가기록물 사태가 터졌고 이후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정치 인연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형님이 구속된 직후에는 봉하 방문객 인사를 관두었다. 외출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노짱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겨울 내내 가끔씩 학자들을 집으로 불러 보았다. ..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새소리를 들으며 앞마당을 쓸고 왔다. 아니다. 쓸 때엔 새소릴 인식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 쓸고 나니 선연히 들려왔다. 합창이라도 하는 걸까. 십 수 종의 새소리가 일제히 지저귄다. 2주 전 집주인 할머니가 오셨을 때도 마당을 쓸었다. 정오 무렵이었다. “아이고, 땀 나겄어. 해 없을 때 선선해지면 하셔.” 오늘은 어른의 조언을 따랐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즈음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쓸었으니. 가을 낙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봄 마당도 사나흘에 한 번씩 쓸어주면 좋더라. 떨어진 낙엽과 꽃가루가 군데군데 뭉쳐 있기 때문이다. 마당과 함께 현관과 계단도 싸악 쓸어냈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구별하여 분리 배출도 끝냈다. 내일 아침 일찍 해도 되는 일이었다. 손을 털며 거..

카테고리 없음 2019.05.22

뵙고 싶어서 왔어요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후 서촌 밤거리를 걸었다. 스승과 함께였다. 적당한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도 동행했다. 스승의 날이었지만 식사하는 동안 감사의 말 한마디 드리지 못했다. 특별한 날 홀로 스승 앞에 있자니, 이 말도 저 말도 쑥스러웠다. 꽃다발을 준비하려다가 꽃바구니를 연구실로 보내 드리기로 했다. 이런 계획도 말씀드리진 않았다. 둘이서 나란히 걷다가 스승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오늘 왜 저를 만나자고 했어요?” 뜻밖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답했다. “뵙고 싶어서요.” (웃으시며) “제일 좋은 말이네요.” 마음에서 우러나오긴 했어도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말인데, 스승의 화답으로 우아한 대화로 승화한 느낌이다.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단골 술집을 향해 걸으며 나눴던 이 대..

나에게 최상의 책이란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자본과 영혼』을 손에 잡았다가 한 시간 가까이 읽고 말았습니다. 김영민 선생님의 산문집입니다. 에서만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로 출간된 작품이네요. 선생의 산문 하나를 읽으려던 계획은 ‘세 개까지만 읽지 뭐’ 하다가 손에서 놓지 못해 급기야 ‘마지막 딱 하나만 더 읽자’는 충동에 무릎 꿇고 말았습니다. 짜릿하니 손에서 놓기 힘들더군요. 10~15분의 시간만 할애하려던 계획은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네요. 선생님의 글은, 이라고 써 두고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글에서 받은 감동과 영감을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쉬이 떠오르지 않은 겁니다. 깜냥이 된다면 ‘김영민 론’이라 할 만한 글을 쓰고 싶지만 그렇지가 못하고, 그저 일개 독자로서 감상을 표현하면 그만이다 싶으면서도 자..

카테고리 없음 2019.05.15

세 줄 일기

배움여행에서 만난 분들의 에너지가 남달랐다. 서로 즐거움과 유익을 주고받는 관계로 깊어져 가면 좋겠다. 나도 무언가 기여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마음으로 경청했다. 이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였으니. 같이 일하다 보면 난관이나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함께 넘어가는 경험도 해 보고 싶다. 존경하는 후배와 함께 컬처웨이 대표님을 뵈었다. 일상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사업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편안했고 따뜻했고 즐거운 대화였다. 작년부터 회사 행사에 네댓 번은 부르셨는데 인문정신 수업이랑 매번 겹쳐서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에라도 뵈어 반갑고 감사했지만 대표님을 이리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문경수 선생님으로부터 비보를 들었다. 홍승수 교수님이 지난달에..

한 해를 성찰하는 3단계 의식

“는 누구나 손쉽게 시도하는 방법이지만 결과물의 차이가 큽니다. 뉴스 작성이 ‘연말 이벤트’의 하나에 머물기도 하고 자기인식을 얻는 ‘깨우침의 장’이 되기도 하니까요. 3단계 역사의식을 실천할수록 더 많은 자기인식을 얻으실 겁니다.” (방법론만 읽으시려면 6번 글로 가세요.) * 오늘을 포함하여 딱 20일이 남았습니다. 스무 날이 지나면 2019년이 됩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기 좋은 시절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 이 질문을 안고 오늘 아침을 보냈습니다. 꼭 돌아보아야 할까,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성찰의 당위성 또는 타당성에 대한 회의를 끌어안고서 며칠 째 생각해서인지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얼마간을 글로 풀어내야 생각의 물꼬를 만날 것 같아 결국 오늘도 무언가를 끼적입니다. 1. 간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