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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프로젝트 시즌Ⅰ 후기

6개월 동안 진행된 독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났다. 고전 백 권을 읽겠다는 포부로 시작했기에 ‘고백 프로젝트’라 이름 지은 모임이다. 시즌 Ⅰ은 고대 그리스 고전 읽기였다.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권의 고전을 읽었다. , , , , 그리고 ! 나는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가. 1. 6개월 과정은 긴 호흡이 필요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참석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기간의 문제만은 아니겠으나 은 3~4개월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심삼일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초의 열정을 유지해가는 선생으로서의 노력과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를 테면 나의 교수법이나 시각적 자료 준비 등) 개선점 : 1) 책을 개론하는 수업은 얼개, 맥락, 가치를 보다 체계적이고 시작화된 자료로 전할 것 2) 강독회 수..

열정과 몰입의 삶

1.바쁜 한주를 보냈다. 주말에는 일정상의 여유가 생겼지만 오롯이 업무에 매진하지는 못했다. 한 주간의 피로가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하루는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요즘 내 삶의 활력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주말이었다. 시간 관리는 결국 자기관리이고 에너지 관리임을 절감한다. 시간이 주어져도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 있다면 시간 관리를 할 수가 없으니! 삶의 경영에서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다. 짐 로허는 신체적 에너지의 우선적 중요성을 이리 표현했다. “완전한 몰입을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집중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영적으로는 눈앞에 있는 이익을 넘어 더 높은..

봄날의 제주 여행

[사진으로 돌아보는 3월]봄날의 제주 여행 3월의 초입에 여행을 다녀왔다. 꽃샘추위에도 유채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웃었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옷깃을 여미었지만 꽃들은 춤을 추었다. 초정리의 뒷골목에 자리한 '길리'는 연인이 생기면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 곳. "오늘 저녁에는 전복구이 먹을까?" "내일은 어디 갈까?" 침대에 누웠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외롭게도 보였다가, 단정하게도 보였다. 내일 입으려고 개켜 놓은 옷, 소파 위의 노트북, 그리고 혼자 차지한 2인실의 방. '소심한 책방'은 마스다 미리의 그림책이 어울리는가 싶더니, 신형철 평론집과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도 품은 고상한 서점이다.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과 같은 책도 있다. 감성과..

이번주가 전환점이 될까

2017년 들어서 가장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만남이 15개였다. 그 중 세 개는 강연이었고, 하나는 교육 프로그램 R&D 미팅이었다. 분초까지는 아니어도 5분, 10분을 아껴가며 지냈다.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바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고, 홀로 있을 때에는 그야말로 열불나게 일했다. 나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다. 내면적 자아는 여전히 아프지만, 사회적 자아만큼은 왕성한 생산성을 회복하기를 바랐다. 1/4분기가 끝나기 전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 전환점이 되는 날이 3월 20일 월요일이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한 주간을 전기로 삼고 싶었다. 최선으로 한 주를 살았던 이유다. 한동안 미뤄왔던 일에 달려들었고 신체적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애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

자기탐구 : 자책편

이것은 수업 후기가 아니다. 수업 후기로 시작한 글이지만, 개인적인 자기탐구가 되었다. 나는 자책하는 사람이다. 나를 설명하는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자책 또는 자괴감은 나를 이해하는 요긴한 단어다. 실로 자주 자책을 하니까. 어젯밤 나는 라는 다소 장황하고 복잡한 제목의 수업을 진행했다. 전체 4주 과정에서 어제가 두번째 시간이었다. 1주차는 흡족했지만, 어제 수업을 하고 나서는 괴로웠다. 강사로서 멋진 시간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를 열심히 사느라 저녁 수업에는 피로감을 안고 참석하신 청중이 많다. 그들에게 배움이 가득한 수업은 피로 회복제다. 다른 말로 하면, 피로회복이 되어주지 못한 수업은 고스란히 피로감의 누적이 된다. 이튿날 아침, 나는 카톡 단체방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여러분, ..

2017년 10주차 강연일지

1. 창원 독서력 수업(1회차, 5시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작년에 10회 동안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던 분들과 올해도 수업을 하게 됐다. 반가운 얼굴들, 기대되는 시간! 오가는 길은 조금 고단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행복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큰 관계라 편안했고 깊은 배움이 오고가서 즐거웠다. 선생으로서 유익한 시간을 선사하고픈 바람도 강했다. 바람이 늘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두어 분이 아주 재밌어하셨지만, 나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이었다. 작년 수업이 대부분 5점 만점에 4.5점 내외였는데, 오늘은 2~3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내가 원인이었다. 오전 시간은 좋았다. 우리가 얼마나 텍스트를 파편적으로만 이해하는지, 그러면서도 책을 잘 이해했다고 착각하는지를 깨우치는데 성공했다. 오후..

와우 11기 선발 이야기

1. 2월 25일(토) 자정은 11기 지원자들의 마지막 과제 데드라인이었다. 토요일 밤, 재즈를 들으며 일찌감치 제출한 지원자들의 과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는 속속 도착하는 메일을 반갑게 맞았다. 의아한 일도 있었다. 늘 서둘러 제출했던 한 지원자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게다. 매주 한 두 사람 정도는 과제를 제출하지 못한다. 11기의 경우, 미제출자는 매주 뜻밖의 인물이었다. 이튿날까지도 은근히 메일을 기다렸다. 합류 여부와 무관하게 어찌된 사정인지 궁금했지만, 먼저 물어보는 일도 저어되었다. 새로운 와우를 맞아들이는 과정은 한 사람의 열정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과정이다. 과제가 훌륭하든 무성의하든, 칭찬 없이 질책 없이 무심하게 바라보기! 이것이 이즈음의 내 역할이다. 2.11기 발..

여덟 권이라는 놀이터

페이스북 지인들의 독서 행진을 보고 받은 자극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실현보다는 상상에 치우친 타고난 내 성정 탓이리라. 3월의 거창한 독서 계획을 말함이다. 도저히 한 달에 못다 읽을 계획을 세우고야 말았다. 무려 8권이다. 무지막지한 분량의 책도 3~4권이다. 게다가 나의 독서 속도는 얼마나 느리던가(이걸 다른 분들이 알 리가 없지)! 다른 영역의 목표는 이 지경까진 아닌데, 독서 계획은 늘 비현실적으로 세우고 만다. 나에게 독서란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가치인 셈이다. 가치는 달성하기 어렵다. 사랑, 용기, 정의를 누가 온전히 손에 넣는단 말인가! 반면 목표의 맛은 달성이다. 추구하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목표물을 포획하지 못한 채로 계속 추구만 하는 사냥꾼을 상상해 보라. 딱한 일이다. 8..

시작할 수 있으니 괜찮아

아직 27일인데, 내일 모레면 3월이다. 29일, 30일, 31일은 어디로 갔대? 마음이 바빠진다. 못다 이룬 2월의 계획들이 눈에 들어온 것! 방금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른다. 뒤적여보니 이렇다.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일을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헤밍웨이가 작가 후배에게 건넨 말인데, 우리 범인들의 말로 바꿔볼 수도 있으리라. “소원과 의무를 완수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주어진 시간은 짧다.” 헤밍웨이는 글이 안 써질 때엔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았다.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 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 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이 역시 누구나 유용하게 따..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강의를 업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가정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가정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릴레이로 이어졌다. 내가 인문학을 전공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읽었던 책이 스티븐 코비의 책이 아니었더라면? 가정의 행진은 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물음을 마주하고서야 멈춰 섰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가피한 상황도 있었고, 선택의 기로도 있었다. 엄마와의 사별은 숙명이었다. 숙명은 강력했다. 싸울 대상이 아니었다. 책 속 현자들의 권고를 정리하니 “숙명과 화해하여 벗으로 지내라” 쯤의 명제가 되었다. 엄마 없이 25년을 살면서 이를 어느 정도는 실현했으리라. 사별 덕분에 잃은 것이 많을까, 얻은 게 많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