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8

격몽요결, 정도전, 좋은 하루

1. 『격몽요결』을 도학자의 마음으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 속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음미하면서 읽겠다는 말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 긍정적이고 경건한 변화가 일어날 거라 기대한다. 변화는 내게 달린 일! 2. 드라마 이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하룻밤을 새가며 드라마에 빠지기도 했다. (, 과 함께 가장 흥미롭게 시청한 드라마다.) 이참에 조선의 역사를 개괄하는 기회로 삼기로 하여, 틈날 때마다 조선사를 공부했다. 조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주요개념, 핵심인물, 역사적 장면을 뽑고 연표와 지도를 찾아가며 정리했다. 3. 그저께 친구를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밤늦게까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멀리 대구에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나의 전도사님 친구 이야기

1. D를 만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다. 교보문고에서 만나 가까운 카페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직전에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받아 든 광고 전단지를 D에게 건네 주었다. 녀석이 내게 물었다. "이게 뭐니?" 일단 질문을 이끌어냈으니, 성공적인 장난이었다. 나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쓰레기." "역시,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오는군. 어이구! 이 쓰레기통 같은 놈." 녀석은 나를 짓밟는 유머를 했다.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투로 던진 녀석의 말은 무지 웃겼다. D는 덧붙였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속에 가득 찬 것이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라고."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2. D는 전도사님이다. 그도 교회에서는 점잖은 전도사님이겠지. 나도 와우스토리연..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들에게

광열 :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니냐? 고니 : 고향이 남원이라며? 고니 역 : 조승우 고광열 역 : 유해진 아귀에게 손등을 찍힌 고광열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직전 고니의 손을 잡고 묻는다. 자신에게 끝까지 우정과 의리를 보여 준 고니에게 고마움과 함께 궁금함이 들었나 보다. "고니야, 너 근데 왜 나랑 같이 다녔냐?"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둘은 함께 다녔다. '같은 고향'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정은 어떤 하나의 동질성을 느끼는 것만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니까. 250만 대구 시민이 모두 나의 친구는 아닌 것처럼. 나는 "무엇이 우정을 만드는가?" 라는 류의 질문에 회의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께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위의 ..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와 나는 오랜 친구입니다. 알게 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요. 그간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살 더 많지만, 친구같은 녀석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릅니다. 무슨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똑같은 이유를 가진 어떤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처럼 이리 친해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성을 가진 우리지만, 합리적으로 사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그저 그이기에 좋은 게지요. 나를 좋아하기에 나도 좋은 게지요. 8월 첫째 날 오후 3시 30분, 우리는 양재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예배 전에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예배 후에는 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를 나서기 전 나는 ..

iPad 내기 가위바위보

친구랑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기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 가슴이 떨렸다. 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 재정 파탄이니. 동시에 행복하기도 했다. 친구도 나도 기꺼이 선물하고픈 마음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지면 '좋은 선물 하는 셈으로 치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과는 3:1. 야호! 이것이 진짜 행복이구나! ^^ 조금 전의 행복은 행복도 아니었구나. 하하하하. iPad 내기 가위바위보를 한 그 날 이후, 종종 친구에게 묻는다. "근데, iPad는 언제 나와?" 그러면, 친구는 나의 농담에 마구 웃는다. 나도 웃겨서 따라 웃는다. 친구도 웃고 나도 웃고. 하하하. 근데, 녀석도 웃겨서 웃는 것이어야 할 텐데.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어제는 두 명의 (옛 직장 동료이기도 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을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각자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통'하는 것이 있어서인지 종종 만납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다른 곳에서는 터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지요. 자신을 열어 마음을 나누고, 받으려고만 욕심을 털어내면 진실한 우정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느꼈던 밤입니다. 두 친구 모두 부모님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참으로 마음 아팠습니다. 한 친구의 어머니는 3년째 암 투병 중이시고, 다른 한 친구의 어머니는 지난 2월에 뇌종양..

안부 인사

신문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지 않아도 오늘의 맹추위를 이미 아시겠지요?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살짝살짝 맛보았을 테니까요. 혼잡한 버스 안에서 창문 사이로 잠깐씩 내비치는 바깥 풍광을 보는 것처럼 저는 오늘 추위를 아주 잠깐 맛보았는데도 대단하더군요. 6년 만의 한파라지요? 남쪽 나라, 제주도에도 폭설과 한파가 몰아쳐 이번 겨울 첫 영하권을 기록, 도내 골프장은 모두 문을 닫고, 항공기 60여 편이 무더기로 결항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친구 안부가 걱정되니, 이 역시 남의 일이 아니네요. 지구상 곳곳에 친구를 두면, 이렇게 세상 일에 관심을 갖게 될까요? 할머니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습니다. "할머니, 춥지만 석이는 잘 있으니 염려 마세요. 밖에 나가시더라도 눈길, 빙판 조..

친구, 캬~ 좋다!

"아무리 위대한 일일지라도 친구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친구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부끄럽지가 않다." - 필립 시드니 경 나는 이 말을 깨우칠 만큼 삶 속에서 실천해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귀찮은 일일지라도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행한다, 정도는 누려본 것 같다. 2박 3일간의 지방 출장을 다녀 오는 길이었다. 대구에서의 친구 결혼식, 포항-경주를 걸쳐 진행된 송년 모임을 다녀오는 터라 약간 피곤했다. 마침, 나는 서울로 가는 차를 얻어탔다. 가만히 있으면 서울까지 쭈욱 갈 터이고 집에 가서 쉬면 된다. 허나, 대구에서 친구와 사우나를 가기로 했고, 나는 대구에서 내렸다. 사우나 약속을 취소를 할 수도 있지만, 그가 가고 싶어하..

동네 친구 이야기

추석 전날의 테헤란로는 아주 한산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도 명절이면 인적 드문 거리가 된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열 명도 되지 않은 사실이 신기해서 한산한 거리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외출 후 늦은 시각에 선릉역에 도착했다. 여전히 선릉역은 조용했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어느 여인과 나 뿐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둘 만이 어둔 골목길을 걸었다. 골목길에 둘만 있다는 게 그에겐 무서울 것 같아 내가 앞서 걸었다. 그러다가 골목 맞은편에서 3~4명의 남자가 걸어오는 걸 보고 내 속도로 걸었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 아니니 천천히 걷고 싶었던 게다. 다시 그 여인이 앞서나가는데,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짐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워 보였다. 4~5m쯤 떨어진 거리에서도 약간 ..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다

중학생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가 좋았다. 같은 반이어서 좋았고 녀석이 웃는 모습이 좋았다. 시험 기간이면 버스를 타고 그의 동네까지 갔다. 녀석이 다니는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의 집에 가서 부모님도 뵈었다. 두 분의 얼굴도 여전히 기억 난다. 7월의 어느 날, E-mail 한 통이 날아왔다. 강연이 감동적이었다며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인 이름도 없는 메일이었지만, 메일을 다 읽은 순간 왠지 녀석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핸드폰을 들고 메일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눌렀다. 목소리를 들으니 여전하다. 단박에 알아챘다. "야... 조세현!" 나는 기쁨과 흥분에 취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맞다. 조세현이 맞다. 살면서 나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