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가 좋았다. 같은 반이어서 좋았고 녀석이 웃는 모습이 좋았다. 시험 기간이면 버스를 타고 그의 동네까지 갔다. 녀석이 다니는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의 집에 가서 부모님도 뵈었다. 두 분의 얼굴도 여전히 기억 난다.

 

7월의 어느 날, E-mail 한 통이 날아왔다. 강연이 감동적이었다며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인 이름도 없는 메일이었지만, 메일을 다 읽은 순간 왠지 녀석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핸드폰을 들고 메일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눌렀다.

목소리를 들으니 여전하다. 단박에 알아챘다. "야... 조세현!" 나는 기쁨과 흥분에 취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맞다. 조세현이 맞다. 살면서 나는 두 남자를 사랑했다. 첫 번째 남자가 바로 조세현이다. 나는 그를 무진장 좋아했다. 난 동성연애자는 전혀 아니지만, 오늘은 만나면 꼬옥 안아 보고 싶다. 반가워 죽겠다.

 
놀랍게도 대구 오성중학교를 졸업한 우리는 지금 둘 다 서울에 산다. 강남과 강동에 사니 멀지 않은 거리다. 조만간 만나기로 했고, 그 첫 만남이 오늘 저녁이다. 한 시간 남짓 후면 만나게 될 게다. 그런데, 떨린다. 마음이 쿵쾅거린다. 사진기를 들고 가서 이 기념비적인 만남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 ^^

 

문득, 돌아가신 배수경 선생님이 떠오른다. 함께 배수경 선생님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선생님도 함께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 아픈 일이다. 이내 마음을 달래고 세현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조금 일찍 나선다. 좋은 음식점을 예약하고 한 권의 책을 사서 선물해야지. 어떤 책이 좋을까? 서점에 들러야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친구를 만나러.

 

얼굴을 보자마자

뭐라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인사를 하며 포옹은 꼬옥 하렵니다.

 

재회의 기쁨으로 식사도 즐기고

그간의 살았던 이야기도 나누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도 하고요.

 

오늘 하루가 왜 이리 빛나는지,

시간은 왜 또 이리 더디게 흐르는지,

그 와중에 강사가 된 사실이 기쁘게 느껴집니다.

 

그가 내 강연을 본 덕분에 오늘이 있으니까요.

자꾸 소리를 지르고 싶어집니다.

여기는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데 말이죠.

 

에라이,

모르겠습니다. 

야~호!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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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혁군 2008.09.03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 솔로

  2. 2008.09.03 2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9.06 14: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된 너와의 만남이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내게는 스승과 같은 사람인 것 같네. 편한 친구이자 좋은 스승이 되어 주어 고마웠다.

      이제 자주 연락하며 살자. 다음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 와이프에게도 안부 한 번 전해 다오. 건강하길.. 아가도, 엄마도. ^^

  3. 똔지 2008.09.04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완전 기분좋았겠네.. 설레고 기쁘고 감동적인 재회가 되었겠구나.

    • 보보 2008.09.06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랑도 이렇게 만나는 때가 오겠지? ^^ 서울에 한 번 오숑.
      허나, 아무래도 내가 가는 게 빠르겠지? 그 때까지 잘 지내렴.

  4. 2015.08.21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