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금능으뜸원해변이다. 날씨가 잔뜩 흐린데도 바다가 에머랄드 빛을 띄어서 단숨에 반한 곳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에는 차에 머물다가 잠시 비가 그치면 나가서 잠시 바다를 관조했다. 바다 너머 보이는 비양도는 정말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다. 이 해변을 5박 6일을 머무는 동안 세 번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은 밤이었다. 나는 어둔 해변 속을 거닐며 인생을 생각했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한 시간짜리 소요(逍遙)학파 철학자였다. 생각의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리 되겠다. 단순한 삶! 단순함이 간단한 건 아니다. 단순함이 쉬운 것도 아니다. (단순한 명제의 모습을 띠는 지혜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2016년 11월 초에 오픈한 한림읍네의 콩나물국밥 집에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전날 밤, 숙소를 향하는 길에 콩나물국밥이 3,900원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어 찜해 두었던 식당이다. 혼밥족이 늘었다고는 하나, 나는 여전히 혼자 밥먹기가 쉽지 않다. 쑥스럽거나 어색해서가 아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테이블 하나와 반찬 셋트를 나 혼자 차지하기가 식당 측에 미안해서다.


그래서 혼자 먹을 때엔 반찬이 적은 식당, 이를 테면 삼계탕, 설렁탕, 해장국 집을 찾아 입구 쪽이나 작은 테이블에 앉는다. 되도록이면 비싼 메뉴를 시킨다. 이렇게 매번 '쓸데 없는 오지랖'과 '매너 있는 소비' 사이를 방황한다. 이 콩나물국밥집은 대놓고 3,900원을 명시해 두었고, 기사식당처럼 손님 회전이 빠른 분위기가 부담없이 혼자 들어가서 따뜻한 콩나물국밥을 먹고, 3,900원을 내고 왔다.




한림읍에는 '최마담네 빵다방'이라는 빵과 커피를 파는 작은 카페가 있다. 이름이 재밌다. '빵'을 내세우기엔 빵의 종류나 맛이 월등하지 않고, '카페'로 보더라도 브랜드가 될 만한 요소가 부족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가 볼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핸드 드립의 커피맛에서 전문성을 보였지만, 제주엔 워낙 쟁쟁한 카페들이 많다. 그런 일급의 카페에 들기엔 뚜렷한 차별화가 없다는 말이다. 세면대의 손타월이 인상 깊었다. 나는 손을 두 번 닦았는데, 두 번째엔 수건 쓰기가 아까워 무의식적으로 공중에 손을 털었다.





<카페 그곳>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나를 죽여주는 음악, 조용한 분위기, 건강한 사이드 메뉴가 나를 매혹시켰다. 조용함은 학구적이기도 했고, 낭만적이기도 했다. 책과 잡지도 놓여 있었고 책을 읽는 이들이 많았지만, 제주에 맞는 여행기나 사진집 또는 감성 충만한 에세이들이었으니 고시원 느낌과는 하늘과 땅만큼 멀다.


둥근 테이블에 쌓인 책 중에서 하나를 집어와 펼치니 젊은 저자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녀에게 제주는 "정성껏 살고 싶게 만드는 곳"인가 보다. 내게는 낭만적이고 여유롭게 살고 싶게 만드는 곳인데. 그녀의 글 몇 편을 읽으며 자연스레 내 필력과 비교하는 나를 발견했다. 자뻑도 하고, 그녀에게 공감도 했던 시간이었다.


제주이니만큼 텍스트를 읽기보다는 사진도 보자 싶어 잡지 <rove>를 펼쳤다. 사진이 이 잡지의 9할인데, 나는 편집자의 말과 잡지의 끝 부분에 실린 두 어개의 텍스트 기사를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이럴 땐 여지없이 활자 중독자다. 증상은 경미하다. 세상에 어마무시한 독서가들이 많음을 보면 그렇게 느낀다.




하루가 지났다. '앤트러사이트, 최마당네 빵다방, 카페 그곳'을 찾았더니 날이 어두워졌다. 카페 그곳을 나와 숙소를 향하는 골목길이 쓸쓸하면서도 정겨워서 찍은 사진이다. 밤을 찍은 건지, 골목길을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이유는 있다. 나는 분위기와 나의 정서를 담았던 게다. 아니, 담고 싶었던 게다. 카메라는 술취했나 보다. 실체는 또렷한데, 느슨하고 흐릿하게 찍었더라. 묘하게도 어떨 땐 위 사진이, 다른 땐 아래 사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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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의 따뜻한 첫 인상이다. 공천포 앞바다가 나를 반겼는데,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얼마 전 이런 얘길 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 진실 여부야 알 수가 없지만, 우리 가족도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기에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던 말이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공천포 앞바다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우리 집에서 16년을 살았던 푸들이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듯이 햇빛을 머금고 나를 안아 주었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는 황홀한 해안산책로다. 신영영화박물관과 금호리조트 뒷쪽 산책로가 특히 아름답다. 절벽을 따라 걷다보면 절경에 감탄하고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한반도 모양을 빚어내는 산책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혼자 해가 질 무렵에 들렀다.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 후였더라면 한 두 시간 산책을 했을 텐데, 와우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카페를 향하는 길이라 마음의 여유도 정신적 에너지도 없었다. 충전을 해야 했다. 나는 얼른 카페로 가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끼적이고 싶었다. 15분~20분 만에 산책을 마치고 카페 <와랑와랑>으로 향했다.



<와랑와랑>은 작은 카페다. 아담하지만 고유의 분위기를 빚어낸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앙증맞고, '당근 한 컵' '찰떡구이' 등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인다. 유기농영귤차 300g 등 건강차도 팔았다. 한쪽 벽면에는 혼자 방문한 이들을 위한 테이블이 놓였다. 카페는 네이게이션 없이는 찾기 힘든 위치다. 해안도로에서 골목길을 따라 차를 몰아가야 했다. 감귤 과수원이 카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비수기여서인지, 문 닫을 시각이 다가와서인지 좌석의 1/3이 남았는데, 여름 철에는 많이들 찾을 것 같다. 이곳에서 나는 비전에 관한 글을 한 편 썼다. 해질녘 6시가 클로징 타임이라 5시 50분에 아쉬움을 안고 일어섰다.



새별오름을 오르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억새와 한라산을 담고 싶었다. (오른쪽 동그랗게 부풀어오른 구릉이 한라산이다.) 해발 519m의 새별오름을 오르는 데에는 20분이면 족하다. 억새 구경, 들판 구경을 하면서 느긋하게 오르고 내리는 1시간 짜리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오르길 권하고 싶다. 오를 때에 조금 가파르긴 하나, 천천히 오른다면 숨이 조금 찬 정도에 불과하다. (안전상으로도 가파른 길은 내려오기보다는 오르는 쪽이 낫다.) 구름이 하늘을 떠다녔고, 바람이 억새를 애무하는 날이었다. 와우들을 따라 간 곳인데, 예상보다 훨씬 흡족한 오름이었다.



둘째날 애월의 해안에서 만난 낙조다. 구름이 석양의 운치를 더하는 하늘이다. 나는 일몰을 좋아한다. 옛 연인이 생각났다. "오빤 왜 일몰을 좋아해요?" "떠오르는 태양이 주는 희망과 활력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일몰이 주는 그윽함이 더 좋아. 언젠가 인생의 황혼을 맞게 될 텐데, 그때 저 석양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소망을 갖게 되어서 좋기도 해. 하늘이 온통 사랑빛으로 물들면, 이제 낭만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느낌도 들고."



협제해수욕장에 위치한 레스토랑 <에너벨 리>에서 전복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1만 5천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식사 시간 대에 혼자라는 점을 감안해서 주문한 메뉴다. 다른 메뉴(해물찌개)도 1만 2천원이긴 했다. 순전히 '애너벨 리'라는 이름 탓에 들어간 식당이었다. 문학도나 문학 청년이라면 끌렸을 법한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1808~1849)의 마지막 시로 알려진 '에너벨 리'는 사랑의 상실을 노래한 시로 아내의 죽음을 애도한다. 포의 아내는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 5년 간 투병 생활을 하다가 사망한다.


극도의 슬픔에 빠진 포의 건강과 삶은 피폐해졌고, 2년 후 아내를 뒤따르고 만다. 포의 나이 마흔이었다. 실연의 아픔 류의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은 건 아니다. 실연의 기분을 느낄 분위기가 따로 있진 않겠지만, 그럴 법한 인테리어는 아니었다. 낭만적인 이름과는 달리 식당 실내는 어수선했다. 중년의 도민들이 시끌벅적하게 술을 마셨고, 식당 곳곳에 상자와 포대가 쌓여 있었다. 맞은 테이블에 앉아 나와 같은 메뉴를 먹던 20대 아가씨는 음식을 남긴 채로 자리를 떴다. 나는 꿋꿋히 그릇을 비웠다. 실제로는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협제해수욕장의 밤은 고요했다. 해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비수기의 밤 영업이 언제 끝날지 몰라 바닷가로 나갔다. 두어 가족과 커플이 떠나자 나 홀로 남았다. 바다 건너 비양도의 불빛이 보였다. 사진은 협제해수욕장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선 가게와 주택들이다. 조금 쌀쌀하기도 했고, 약간 쓸쓸하기도 해서 15분 즈음 있다가 차로 돌아갔다. 별 다른 감흥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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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1 2016.11.23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네다 ^^

  2. 2016.11.30 2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여행 첫날, 와우들과 헤어진 후, 숙소부터 잡아야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자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 다른 여행자들과 잠시 어울릴 가능성이 있잖아.' 머릿속에는 얼마전 제주를 다녀온 지인의 스토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이튿날에는 차를 얻어 타고 한라산에 갔다. 나는 바로 그 이유, 다시 말해 사람들과 엮일(^^) 수도 있다는 작은 가능성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옵션을 지웠다. 이번 제주 여행도 날마다 호텔에서 잤다.


깔끔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던 비스타케이 호텔 로비(첫째날)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귀찮게 여기는 폐쇄족일까? 아니다. 귀찮게 느끼는 쪽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에는 혼자만의 시간만을 고집하는 고독파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삶의 행복이요, 축복이라고 여긴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토, 일 주말을 두 분과 함께 다녔기에 더욱 즐거웠다. 하지면 여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라고 한정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좋은' 이라는 말이 모호하다. 누가 좋은 사람이란 말인가? 하하하. 웃긴 표현이다.


다분히 자의적으로 이 '좋은' 이란 말을 풀이하자면, 낯선 사람들이 제외된다. 내 안에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저어하는 마음이 있다. 주말을 함께 보냈던 분들도 친한 분들이다. 이 분들과 보낸 시간은 편안하고 행복했다. 반면 이 분들을 통해 새롭게 만난 분들과의 만남은 살짝 불편했다. 내가 새로운 만남을 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불편함을 넘어서려고 노력했다. 한 분이 나를 강하게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면("제주대로 와라. 소개시켜 주고 싶은 분이 계셔서 그래"), 나는 두 분의 일정이 모두 끝난 다음에 두 분만 만났을 것이다.


나는 사교성이 없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는 쉽게 답변하기가 힘들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도 둘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낯가림을 하는 편은 아니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이 두렵지도 않다.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아는 편이다. 어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대화도 곧잘 나눈다. 이런 모습을 본 이들은 "네가 무슨 사교성이 없어?" 라고 말한다. 나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새로운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진 않는다.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사람들과 오가면서 얼굴을 마주할 경우가 호텔보다는 잦다. 비성수기에 제주의 호텔에서 5일을 묵었지만 다른 숙박객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복도에서조차 만나지 않았다. 내가 밀월여행을 떠났거나, 대중에 노출되면 안 되는 인사도 아닌데, 게다가 결국 이런 글을 쓸 텐데, 도대체 왜 그럴까? 몹시 궁금하지만, 자기이해에 함몰되어 있다가는 일상이 멈춰버리기에 일단은 덮어둔다. 밖으로 던져 버린다는 말이 아니다. 인생이 차차 알려 주리라 믿으며, 건강한 의문을 품은 채로,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는 의미다. 


저렴하고 객실이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던 스카이리조트(둘째, 셋째날)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호텔 쪽 숙박비가 비싸지만, 호텔 앱을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는 저렴하다. 55,000 - 42,000(앱 4천원 할인) - 45,000(현금 결재 1천원 할인) - 50,000(조식 포함) - 49,000으로 5박을 묵었다. 마지막 날에 묵었던 숙소를 제외하면 깔끔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두 군데는 다시 묵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숙소였다. (마지막날 숙소는 이불이 하얀색이 아니었다. 이건 청결함에서 치명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는 애월읍에 있는 '스카이리조트'였다. 아담한 두 동 건물은 3층짜리 신축 빌라에 입주한 느낌을 주었다.


호텔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행태(마지막날)


밤마다 혼자 시간을 보냈다. 숙박 비용을 조금 더 치르고 얻으려는 건 결국 '혼자만의 시간'인 셈이다.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저녁 식사를 즐기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순간을 바라기도 하나, 국내 여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낯선 사람과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술잔은 커녕 커피 한 잔도 없다. 기억으로는 5분 이상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것 같다. 수십 번의 여행을 다녔으면서도 그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금 인식하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다행하게도(?) 해외 여행을 하면서는 대화를 나눈 경험이 더러 있다.)


특급 호텔에 묵는다면 공간이 주는 힘에 이끌려 호텔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우아한 여행자가 된다. 객실의 편의성(이를 테면 작업하기 쾌적한 테이블)을 향유하고, 수영을 즐기며 신분이 상승되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긴 해외여행을 할 때면 하루이틀을 특급 호텔에 투자하곤 한다. 유익이 크지만, 혼자 여행하면서 특급 호텔에서 묵기는 쉽지 않다. 결국 깨끗한 3성급 호텔을 찾게 된다. 이렇게라도 호텔에서 묵으려는 이유는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느낌 때문이다.


로비가 크고 우아하면 좋지만, 개의치 않는다. 깔끔하면 그만이다. (지역 특산품을 아무렇게나 전시했거나 짐들이 한쪽에 적재되어 있으면 김이 샌다는 말이다.) 건물이나 엘리베이터 등 시설이 낡아도 괜찮다. 관리와 청소에 신경쓰고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객실이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분을 좋아한다. 나만의 요새로 들어가는 그 기분을 말이다. 침구류가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살아있고, 어메니티에 신경을 썼다면 객실의 크기는 상관없다. 아무리 작아도 혼자 하룻밤 지내기에 좁은 객실은 없었다. 결국 나에게 호텔 숙박비는 '하루짜리 나의 요새'에 대한 렌트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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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24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16.11.24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만남이면 정말 좋네. ^^
      자유롭고 여유롭고 편안할 테니깐.
      '언젠가'는 과연 언제가 될까?
      정말 궁금해서 자문해 본다.

      아들 녀석, 귀엽네!


제주 여행의 첫 목적지는 공천포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두 명의 와우팀원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차를 몰아갔다. 공천포는 지도에서 서귀포 시 우측에 있는 남원읍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서귀포시청 제1청사와 남원읍내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식당을 300~400 미터 앞둔 때였다.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을 서행하는데 물비늘로 출렁이는 바다가 나를 반겼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에게 인사부터 했다. "안녕! 바다야. 이번에는 자주 만나자."



공천포 식당에선 세 사람 (아이까지 하면 네 사람) 모두 모듬물회를 먹었다. 벌써 십여년 전 일이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는 '자리물회'를 먹느라 고생한 적이 있었다. 치아가 고른 편이 아니라 가시가 잇몸을 찔렀던 추억이다. 그렇다고 '물회'에 대한 편견이 생긴 건 아니라 기꺼이 주문했다. 문제는 '물회'가 아니라 '자리'였으니까. 오늘은 모듬물회다. 나는 "혹시 자리도 들어가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아니다. 주면 주는 대로 먹는 편이다. 설사 자리가 들어가더라도 십년 전과 달리 잘 씹을 수 있을 지도 모르고.


모듬물회는 소라와 전복이 들어간단다. 나는 모든 음식을 잘 먹지만 어떤 음식이라도 맵고 시고 짜면 곤란해진다. '성인 남자치고'가 아니라 왠만한 아이들보다 짜고 매운 건 제대로 먹지 못한다. 신 맛은 그나마 나은데, 레몬즙을 그대로 짜 먹는 이들을 보면 경이로울 뿐이다. 모듬물회가 시큼한 맛이었는데, 끝맛이 산뜻했다. 소라와 전복을 씹는 식감이야 별 다른 걸 느끼지 못하는 육지인이지만, 나는 모듬물회를 맛나게 먹었다. 언젠가 공천포에 오면, 한 끼는 이 모듬물회로 먹을 것 같다.



"이제 카페로 가요."

"카페는 어디야? 차 타고 가야 해?"

웃으며 대답한다. "아뇨. 요기 바로 옆이에요."

정말 공천포 식당 바로 옆이었다. 우리는 식당과 이웃한 카페 <숑>으로 갔다. 마을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대고 카페로 들어서니, 이미 두 사람의 주문은 끝났다. "저희는 주문했어요. 팀장님 것만 추가하시면서 계산하시면 돼요." 식사값을 그네들이 지불해서 커피는 내가 사기로 한 터였다.



<숑 Syong>은 다섯 개의 테이블이 놓은 작은 카페였다. 바다 쪽으로 통유리 창을 내어 작지만 바다를 품은 카페였다. 공천포 앞 바다가 카페의 한쪽 벽면을 차지했으니 다른 인테리어는 필요 없을 성 싶었다. 커피맛과 음악만 좋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음악이 무척 좋았다. 그윽하고 낭만적인 노래들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나 가을방학, 스웨덴세탁소, 짙은과 같은 분위기의 인디 노래들이 나왔던 것 같다. 내가 <숑>에 머문 그 시각에는 심규선의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가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나른한 오후, 따뜻한 햇살 그리고 심규선의 이 노래!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혹시 우유 들어가는 커피도 좋아하세요?" 잘 생기고 사람 좋은 인상의 카페 주인의 목소리에 친절이 묻어 있었다. 뒤에서 거든다. "여기 라떼를 잘 해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기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대답했다. "네, 여기 시그니처 메뉴라면 먹어 봐야죠." 그렇게 아주 부드럽고 향이 좋은 라떼를 마셨다. 커피맛은 설명하기가 힘들다. 수년 만에 마신 라떼라 비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떤 라테는 우유 맛이 강해 실망스러운데, 분명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대화를 나누었고 다시 바다를 보곤 했다. 나는 음악과 바다에 취했다. 한 시간이 흘렀는지, 두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에 카페를 나섰다. 아마도 한 시간 30분 즈음이었으리라.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도록 앙증맞은 작은 걸상(이건 의자가 아니라 걸상이라 불러야 할 크기와 모양과 연배였다)이 놓여 있었다. 세 여인이 앉아 포즈를 취하고 나는 사진을 촬영했다. "팀장님도 하나 찍으세요." 나는 사양했다. "아니, 괜찮아." Y는 강권했다. "아니, 서 보세요."  Y의 배려에 나는 다른 두 여인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때, 짠 하고 <숑> 사장님이 등장했다. "여자 분들만 찍으시는 줄 알고 보고만 있었는데, 남자 분도 찍으시니까 제가 모두 한 번 찍어드릴게요." 나는 이 말에 깊이 감동했다. "우유 들어가는 커피도 좋아하세요?"에서 느낀 모호함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 말과 "저희 카페는 라떼가 맛있어요."는 같은 말이지만 다른 표현이다. 숑 사장님은 공감 깊은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카메라를 찍는 이들 중 피사체가 되는 걸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이들도 많다. 사장님의 등장은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나만의 공상인지 궁금해진다.



사장님이 찍어준 사진을 그날 밤에야 확인했는데, 내가 나중에 찍은 사진과 구도가 똑같았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어렸을 적,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나와 똑같은 학용품을 들고 다니는 걸 목격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사실 누가 찍어도 비슷한 구도가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혼자서 기분 좋게 웃었다. 어쨌든 공천포 앞바다를 면한 공천포 식당과 카페 숑은 제주 남쪽을 여행할 때면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 됐다. 시간이 없어 둘 중 하나에만 들른다면, 카페 <숑>이다.


실제로 다시 간다면, 그 날은 아마도 사장님의 친절과 낭만적 음악에 취하고 싶은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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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팽이 2016.11.22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떼의 맛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해요.
    은비늘이 너울대는 제주의 바다에도 가고 싶고요.

    제주에 가게 된다면 꼭 들려봐야겠어요.
    화려하지 않아 더욱 정이 들 듯 해요.
    처음 듣지만 노래도 좋아요~

    소설이라 날이 매서워졌지만
    제주 바다의 햇살이 따사로워보여요. ^^

    • 보보 2016.11.22 1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귀포까지 여행할 계획이 아니라면
      제주시에서는 공천포가 좀 멀긴 하네요.

      라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시지 않을까 예상도 해 봅니다.

      지난 주의 제주는 따뜻했지요.
      낮에는 얇은 니트 한 장이면 족했으니까요.

      그나저나,
      잘 지내고 계신가요? ^^

  2. 2016.11.24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경리단길 투어의 핵심 키워드는 크래프트 비어와 장진우 거리 그리고 글로벌한 이국적 맛집이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근사한 카페 <그레트 힐란>이나 <Everything But the Hero>(일명 조인성 카페)에서 즐기는 작은 호사다. 시래기 맛집 <시래옥>이나 스테이크 전문점 <스테끼>에서의 호젓한 식사를 끼워넣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경리단길은 핫한 지역이다. 연예인 부동산 고수 길용우 씨가 건물을 사들였다는 뉴스가 하나의 반증이 되겠다. 나에게 경리단길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로컬 문화의 중심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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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지구공원의 일몰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는다는 말이다. 양평은 관수세심하기에 좋은 곳이다. 남한강이 양평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북한강은 남북을 흐른다. 아름다운 두 강변을 따라 맛집과 카페도 많다. 호젓하게 흐르는 한강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도 여럿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양수리 일대도 멋지고, 서종면 카페에서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아름답다. 풍광의 백미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둘째를 꼽는다면 남양주 다산유적지공원이리라. 정식명칭은 다산지구공원.)

 

나들이의 분위기를 돋궜던 야외테이블과 와인 (photo by indy)

 

마음 맞는 네 사람이 평일 오후를 즐기기 위해 양평으로 떠났다. 맛집과 동선은 내가 맡았다. (풍류를 아는 사람이고픈 나는 맛과 경치를 찾아 떠나곤 했고, 마음에 드는 곳들을 기억해 두는 편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성격의 일행 한 명은 차에 잔뜩 짐을 싣고 왔다. 야외용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해먹이었다. 우리는 한강변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함께 와인을 즐겼고, 대화를 나눴다. 지적인 주제는 아니었지만, 유쾌하게 마음을 주고 받았다. 

 

양평 두물머리

 

저녁 무렵엔 한강가로 다가갔다. 서산을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고, 출렁이는 물결에 잠시 눈길을 주기도 했다. 어두워지기 전, 두물머리에 갔다. 두물머리는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시원한 풍광을 선사하는 까닭이다. 평일 저녁이서인지 비교적 호젓한 시간이었다. 한적함에 몸을 맡기니 사색에 잠기기에 제격이다. 이래서 두물머리가 좋다. 사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성찰에 집중하진 못한다. '다음엔 어디로 가지?'를 생각하느라, 개인적인 호사는 뒷전으로 밀린다. 아쉽지 않다. 교류 또한 소중하니.

 

양평 두물머리

 

오고가는 시간을 포함하여 10시간 남짓의 나들이였다. 일행들은 매우 흡족한 하루를 보냈다고, 하루를 평했다. 1박 2일 여행 못지 않은 알찬 시간이었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저마다 시간 속에서 얻은 것들이 있으리라. 유쾌함, 여유로움, 기분전환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 혹은 '이런 짧은 여행을 종종 떠나야지' 하는 등의 계획.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강을 좋아할까?' 답을 찾는 중이다. 다짐 하나를 했는데, 그것은 지금 말할 수 있다. '강을 만날 때마다 관수세심을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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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기랑 2014.12.08 1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보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잘 계시죠?

    '관수세심'이란 말과 사진이 참 좋습니다.
    글과 물 사진을 번갈아가며 보니 '관수세심'이 됩니다.
    요즘 직장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물을 만나러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보보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동강은 곳곳에 비경을 품고 있다.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도 아름답고, 정선 아우라지에서 보이는 골지천과 영월의 어라연 계속에서 내려다보는 동강도 절경이다.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시작한 골지천과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만나 동강을 이룬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 서강을 이룬다. 동강과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충주, 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이룬다. 서울에 접어든 한강은 서해로 흘러든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여행지다. 요선정, 한반도 지형, 선돌, 청령포에서는 서강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영월읍에서 어라연 계곡까지 이르는 지방도로를 달리면서는 동강의 절경을 곳곳에서 만난다. 영월은 조선 역사상 가장 슬픔 역사를 품은 단종의 유배지다. 단종이 유배를 당한 청령포, 죽음을 맞이한 관풍헌 그리고 단종의 영혼이 잠든 장릉 등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조선 초기의 슬픈 역사를 만나고 사육신과 생육신의 충절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영월이다.

 

동강 시스타리조트

 

추천 여행지

 

서울에서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신림 IC로 빠져나오면 원주시 신림면을 만난다. 동쪽으로 달리면 이내 영월군의 주천면에 이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도 다시 신림 IC 로 오게 되니 (서울에서 영월을 여행할 때엔) 신림IC가 영월군의 출입문인 셈. 이를 염두에 둔 동선을 고려하여 1박 2일 여행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추천한다. 

 

 

1) 한반도 지형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영월의 대표적 명소다. 굽이치는 평창강이 한반도를 닮은 지형을 휘감아 돈다. 절묘한 모양에 감탄이 절로 난다. 주차장에서 15분이면 오를 수 있으니 접근하기 쉽다.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할 경우 '선암마을'보다는 '한반도 지형 입구'로 하는 게 낫다.) 한반도 지형처럼 강이 휘돌아가는 절경으로는 안동 하회마을 앞의 부용대, 평창 문희마을의 칠족령, 경북 예천의 회룡포가 있다.

 

매표소에서 바라본 청령포 (배로만 출입이 가능)

 

2) 청령포

 

청령포는 뛰어난 풍광과는 대조적으로 슬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조선의 6대 임금인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어 갇힌 곳이 청령포다. 3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였고 나머지 한쪽면은 절벽으로 이뤄져 유배지로 최적인 청령포! 이곳을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조선사 제일의 비극을 이해하면 좋다. 그래서 청령포에 가기 전, 장릉부터 들러 <단종역사관>을 둘러본 후에 청령포를 여행하는 게 낫다. (청령포와 장릉, 관풍헌 그리고 동강사진박물관은 영월읍내에 있다.)

 

조선 제6대 단종의 능, 장릉

 

3) 장릉

 

장릉은 제6대 단종의 능이다. 잠시 역사를 살펴보자. 문종은 세종대왕의 아들이다. 몸이 약했던 문종은 재위 2년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다. 문종의 아들 단종이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 연약한 임금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의 표적이었다. 단종의 작은 아버지가 그랬고, 구한말의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 단종의 작은 아버지였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고, 단종을 영월로 유배 보냈다. 그리고 그해 사약을 내렸다.

 

 

제향을 올릴 때 왕의 신주를 모시는 정자각(왼쪽)

 

17세의 어린 나이로 승하한 임금, 단종! 유배 온 해에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단종은 거처를 청령포에서 영월읍의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다. (청령포에서 관풍헌까지는 3km 거리다.) 단종이 수양대군이 보낸 사약을 마신 곳이 관풍헌이다. 단종의 자취를 시간순으로 따라간다면 청령포 - 관풍헌 - 장릉의 순이 되지만, 장릉부터 들러 단종역사관을 보고서 청령포와 관풍헌을 보기를 권한다. 단종역사관에 단종의 유배길 등 역사를 이해할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 장릉, 청령포, 관풍헌은 모두 영월 읍내에서 차로 5분 이내 거리다. 영월읍내에는 동강사진박물관, 라디오스타 촬영지 등이 있다.

 

동강 너머로 보이는 동강시스타 리조트

 

4) 어라연 계곡

 

차를 타고 어라연 계곡을 향하는 길은 동강의 절경이 이어진다. 동강오토캠핑장 인근의 절벽이 특히 볼만하다. 삼옥교를 지나 동강을 따라 내달리는 길도 환상적이다. 강건너로 보이는 동강시스타 리조트의 풍광도 양양의 쏠비치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멋지다. 어라연계곡 횟집에서 송어회를 맛보고 어라연을 둘러보는 것, 영월의 동강이 주는 짜릿한 순간이다. (어라연을 따라 북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평창군 미탄면이다. 제장마을과 문희마을이 있는 그곳 역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난고 김삿갓 문학관

 

5) 김삿갓 유적지 

 

영월의 남동쪽에 위치한 김삿갓 면은 영주시와 단양군과 그리고 봉화군을 접한다. 영월읍에서 차로 약 40분을 달리면 김삿갓 유적지에 도착한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이다. 김삿갓 계곡에 있는 조선민화박물관, 김삿갓 문학관, 김삿갓 묘를 동선으로 잡아 다녀올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출중한 재능을 지닌 청년 김병연이 하늘을 보기 부끄러워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한 사연은... 가슴 아프면서도 그 질곡을 해학적 시로 승화한 예술가의 삶에 감동하게 된다. (아래 안내문 참고. 유적지 내에서 가장 잘 쓰인 생애 소개글이다.)

 

 

6) 요선정

 

요선정은 동선 상으로는 영월 관광을 시작할 때나 마무리하고 돌아올 때에 들르면 좋다. 법흥사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법흥사를 들른다면 꼭 가볼 만한 명소다. 개인적으로는 영월 관광을 마무리하고 요선정에 들러 잠시나마 명상에 잠기는 코스를 좋아한다. 요선정 뒤로 난 바위에 걸터 앉아 내려다보이는 주천강 상류의 풍광이 꽤나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요선정을 오르는 산책길에는 강으로 내려가는 작은 길로는 요선암으로 갈 수도 있다. 영월 여행의 갈무리는 요선정! (한번 가 보시라.)

 

요선정에서 내려다보이는 주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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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7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14.05.30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틈날 때마다 그간에 다녀왔던 여행기를 올리려고요.
      국내편을 어느 정도 끝내면 해외편도 쓰고 싶습니다.
      (오늘은 빈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워낙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아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하는 접니다.)

  2. 김태진 2014.07.17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영월 여행 검색하다가 들르게 됐습니다.
    좋은 정보 공유해주셔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늘 좋은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여주 신륵사에 갔었다. wow4ever(4기 와우팀)들과 다녀온지 6년 만이다. 그간 여주에 두어번 다녀왔는데, 여주 명소 이곳저곳을 여행한 소감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여주를 가로지르는 남한강

 

514km를 흐르는 한강은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평창강, 주천강 등과 합치며 동에서 서로 흐른다. 양평군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는 양평군의 명소다.) 서울을 관통한 한강은 서해를 만나며 500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마친다.

 

(남)한강을 굽어 볼 수 있는 명소는 서울 응봉산과 아차산, 양평군 두물머리, 여주 신륵사, 충주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단양의 도담삼봉과 옥순봉, 영월 청령포 등이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절경들이다. 겨울 아침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일출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신륵사에서 황포돛대와 함께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맛도 일품이다. 충주와 단양을 가로지르는 남한강 명소들도 짜릿하다. 

 

 

2. 신륵사

 

 

신륵사는 보물이 많은 사찰이다. 신륵사 최고(崔古)의 건물 조사당, 극락보전 앞의 다층석탑 등 8개의 보물이 있다. 조사당 뒷편 구릉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면 나옹 스님의 부도가 모셔져 있다는데, 이번에 갔을 때엔 조사당 전체를 공사하는 중이라 방문치 못했다. 다시 신륵사에 올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신륵사 최고의 절경은 강변 암석에 위치한 육각정에 앉으면 만날 수 있다. 남한강변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여주대교와 남한강 너머 야트마한 산 위엔 영월루도 보인다. 육각정에서의 절경은 CNN이 꼽은 명소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 탓인지 곳곳에 공사 현장이 있어 6년 전보다는 운치가 덜했다.

 

 

보물 제225호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

 

3. 영릉 (세종대왕릉)

 

여주엔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이 있다. 영릉이다. 조선왕릉 중 최초로 한 봉우리에 다른 방을 갖춘 합장릉이었다. (남양주 조안면에 소재한 다산의 생가인 여유당에서도, 다산과 그의 아내를 합장한 묘를 볼 수 있다.) 세종대왕릉에서 800m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왕릉이 있다. 조선 17대 왕 효종대왕릉이다. 능의 이름이 역시 영릉이다.

 

세종대왕릉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잘 정돈된 잔디와 소나무 덕분에 휑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영릉과 영릉을 잇는 오솔길이 아늑하고 예쁘다. 영릉에 갔더니 wow4ever들과 함께했던 장면들이 눈 앞을 스쳐간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새삼 느꼈다. 10기들을 선발하게 되면, 더욱 자주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

 

4. 명성황후 생가 등

 

명성황후 생가도 여주에 있다. 여주에 서너 번을 다녀왔지만 이곳엔 가지 못했다. 봄이면 복수초로 나들이객을 유혹하는 황학산수목원, 국내 최대의 불교 박물관이라는 목아박물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는 강천보 등도 들르지 못한 곳들이다. 가깝다는 이유로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을 오가다 여주에 들른 적이 많아 알차게 여행하지 못하여 빠뜨린 것이다. 여주 명소라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도 포함해야 하나? 도자기 산업의 메카라고 하나, 나의 관심 밖이라 도자기 박물관이나 축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5. 여주의 맛집

 

여주대학교의 앞의 '시골쌈밥', 한정식 전문점 '두메꽃', 전국 3대 짬뽕집 중 하나라는 '강릉교동짬뽕',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에서도 가장 인기 있다는 '홍원 막국수' 등이 여주의 맛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홍원 막국수에 갔었다. 14,000원짜리 편육이 있었는데, 시킬까 말까를 고민하다 식사 말미에 주문했다. 이 편육 맛이 일품이라 다시 찾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먹어본 최고의 편육이었다. 고기 냄새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에 흠뻑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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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섬과 제주도를 잇는 '새연교'

 

1.

8월 초의 제주는 덥고 습했다. 가이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엄청난 폭우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제주엔 몇 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라고 했다. 가뭄과 폭우를 만난 제주와 서울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태양이 내리쬐면 땀을 흘리며 살아야 한다. 기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되지만, 자기 인생을 피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외면이나 도피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순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머지않아 이전에 머물던 곳에서의 인생과 비슷한 삶을 만들 것이다.

 

자기 인생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일도 타인에겐 성가신 일이 아니다. (맑은 날을 살아가는 제주도민이 서울의 비를 성가시게 생각할 확률은 낮다.) 며칠 전, 3기 와우팀원에게 메일을 쓰다가 세 번이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이 갑자기 닫혔다. 세 번째로 쓰는 메일이지만, 궁시렁대는 말을 담지는 않았다. 

 

"아! 벌써 세 번째야. 인터넷에 자꾸 오류가 나서 메일을 날려 버렸지 뭐니. 조금 전에는 술술 적었는데 썼던 말을 다 복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라는 식의 말은 쓰지 않았고, 앞선 메일에 비해 빈약하게 작성하지도 않았다. 나는 마치 처음 쓰듯이 정성으로 메일을 썼고, 비슷한 수준의 충실함으로 내용을 채워 메일을 보냈다. 이것은 일상의 승리였다.

 

서해안해양도립공원 중 하나인 '문섬'

 

2.

오랜만의 패키지 여행이었다. 1박 2일 동안 세 번이나 쇼핑센터에 들러야 했고, 40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고, 자유 시간이라고는 첫째날 일정이 끝난 뒤의 약 한 시간 정도가 전부였다. 예상했던 일이니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쉽진 않았지만, 패키지 여행의 단점은 분명히 느끼긴 했다. 소중한 시간을 지역 특산물 구매에 할애해야 한다는 것, 불필요한 구매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자유과 여유가 없다는 것(이건 치명적이다) 등.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뭘까? 저렴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생각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 원리(?)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순진한 착각이다. (순진의 일부는 생각없음이리라.) 여러 일손으로 패키지 여행이 굴러간다. 항상 가이드가 동행하고 기사가 운전을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행사 직원들이 지원한다. 사람이 움직이는 곳에는 돈이 투입된다. 투입 경로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제주여행의 경우, 투입 경로는 이렇다. 눈에 보이는 가이드팁. 이것은 크지 않은 금액이다. 쇼핑센터에서 구입하는 물건도, 여행지에서 추가되는 옵션 관광도 가이드에게 마진이 떨어진다. 제주 패키지 여행에 성산 일출봉, 함덕 해수욕장, 정방 폭포, 천지연 등의 자연을 관람하는 일정보다 포니밸리(18,000원), 매직아일랜드쇼(18,000원), 유람선(17,500원) 등의 비용이 큰 옵션 관광이 붙는 까닭이다. 마진이 큰 쪽으로 동선을 짤 수 밖에 없다.

 

여행사의 표리부동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이번 가이드는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자신에게 얼마가 돌아오는지 말해 주었다. 솔직하고 시원했다.) 패키지 여행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나는 조금 흥분했나 보다. 내 지인 중에는 패키지 여행이 싸다고 노래를 부르는 분이 계신다. 그는 친구들과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1인당 일백에서 수백 만원어치 쇼핑을 해 오셨다. 난 꽤나 속상했었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없다, 고 말하면 이번에는 내가 생각없는 발언을 한 것이리라. 장점, 물론 있다. 세 가지만 꼽아 보련다. 최고의 장점은 접근의 용이성이다. 여행의 노하우가 없거나, 낯선 곳이 두렵거나, 언어가 안 된다며 걱정하는 분들이 쉽게 여행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패키지 상품은 능동적인 여행이 아니라 수동적인 관광이라는 점에서 아쉽긴 하나, 접근의 용이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분명 중요한 포인트다.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이 두번째 장점이다. 함께 다니다 보면 친한 사람이 생겨 여행이 즐거워진다. 평생 우정이나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추억도 형님 한 분을 만난 것이다. 세번째 장점은 편리함이다.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어디를 둘러보아야 할지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된다 - 이런 편리함이 '살아있는' 체험을 '수동적인' 관광으로 전락시키는 면도 있긴 하지만.

 

에코랜드의 풍경

 

3.

나는 여행을 쉽게 떠나는 편이다. 나름의 여행 노하우와 가고 싶은 여행지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 여행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패키지 상품이 내겐 매력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까닭은, 여행가이드를 통해 '와우그랜드투어'의 가이드 역할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고 말하고 싶지만 이것은 2차 목적이다. 실제로는 홈쇼핑에서 저렴한 패키지 상품이라고 '착각'하여 구입했다. (모양 빠지는 진술이나, 사실이다.)

 

가이드로부터 배우고 싶다는 의도도 사실이어서, 나는 작고 씩씩한 가이드의 달변을 들으며 배울 만한 것들을 메모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 : 최대한 솔직해야 한다, 패키지 상품의 한계를 미리 말해두어 단체여행의 불평사항에 대해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하다, 여행을 방해하는 태도, 말,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대한 조언을 하면 효과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행 동선과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박학할수록 좋다 등.

 

4.

6~7년 전, 친구와 단둘이 제주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횟집에는 광어, 우럭 등의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고 다금바리에는 '싯가'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돈 많이 벌어 언젠가 다금바리 먹으러 오자는 류의 말을 주고 받았다. 허나 2013년 제주 여행을 왔더니,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요즘에는 다금바리와 오분자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단다. (돈을 많이 벌어 다금바리를 먹으러 온 것은 아니니까, 아쉽거나 안타까웠던 것은 아니었다.)

 

가이드가 추천한 제주 별미는 말고기였다. 최근 수년 사이에 말고기가 뜨고 있다는 전언이다. 첫째날 여행을 마치고 흙돼지 삼겹살을 먹으려던 계획을 바꾸어 말고기를 먹었다. 말고기를 먹은 것은 생애 처음인 것 같다. 사시미, 육회, 스테이크, 구이, 찜, 샤브샤브에 이르는 총 6가지 방법으로 조리된 말고기를 먹었다. 낯선 맛이니 별미였다. 소고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말고기 자체가 새로워서 신선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둘째날 일정에 승마체험이 있었다. 혹자가 말했다. "어제 말고기를 먹고서 오늘 말을 타려니 미안하네요. 마음이 좀 그래요." 나는 동물을 학대하는 일에는 아연실색하나, 동물을 먹는 것에 지나친 연민을 느끼는 것은 감상주의라 생각하는 편이다. 사자가 노루를 잡아먹듯, 사람이 동물을 먹는 것은 생태계의 일부라 여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조금 다르긴 했다. 어제 먹었던 고기를 이튿날 타야 하는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런 경우는 없었다. 생각해 보라. 어제 치킨을 먹었는데, 이튿날 닭을 탔던 경험이 있는가? 돼지고기를 먹고서 돼지를 타는 경우도 없다.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어제 말고기를 먹고서 이튿날 말을 탔다. 내가 동물을 먹고서 미안함을 느낄 줄은 몰랐다. 아니다, 이건 고마움인가. 말아! 고맙다. 아니 미안하다. 나, 감상주의에 빠졌나보다. 말은 말총에서부터 뼈의 골수가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가이드의 말에, 나는 격하게 동의했다.  

 

에코랜드

 

5.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관광지는 에코랜드와 서귀포해상도립공원이었다. 에코랜드는 아르헨티나를 경유하여 이과수 폭포에 갔던 때가 떠올랐다. 물 위로 세워진 나무다리를 건너는 느낌이 비슷했다. (아르헨티나는 강이고, 에코랜드는 인공호수다.) 에코랜드의 풍광은 아름다웠고,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재미도 컸다. 역마다 테마공원이 펼쳐져 있으니 하루를 보내기에 맞춤했다. 좋은 곳을 고작 한 시간 남짓 둘러본다는 것, 패키지 관광의 아쉬움이다.

 

정방폭포, 문섬, 범섬, 섶섬, 새연교 등이 있는 서귀포해양도립공원은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았다. 패키지 여행 특유의 수동성 때문에 유람의 즐거움이 상쇄되긴 했을 테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을 둘러보는 맛이 좋았다. 바다에서 본 외돌개와 주상절리, 그리고 정방폭포가 가장 나은 풍광이었다. '도립'공원, 이름을 참 잘 지었다. 확실히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함에는 미치지 못했으니까.

 

머물고 있는 곳을 더 멋진 곳과 비교하며 평가했던 것은 아니다. 평가는 몰입과 음미를 방해한다. 평가란,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험하는 순간에 내가 선택하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몰입과 음미다. 날씨가 더웠지만 새섬 산책을 즐겼고, 간간히 부는 바닷바람을 음미했다. '에이, 거기가 더 낫네' 하는 류의 말은 듣는 이에게도 김빠지는 소리다. 이번 패키지관광을 잘 즐겼던 이유는 자유 여행과 전혀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주시 '서한두기'에 바라본 일몰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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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진규 2013.08.07 08: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님이 니체가 같네요,

    니체가 채찍 맞고 있는 말을 부여 잡고 울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던데ㅋㅋ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모양이네요.

    • 보보 2013.08.07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네요. ^^
      내게 니체를 닮은 점이 생겼군요.
      하하하하. 아주 유쾌한 댓글입니다.
      재치 자체도 좋았지만, 반가워서요.

  2. 베르텔 2013.08.07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은 다시 봐도 정말 재밌네요. ㅋㅋㅋ
    호주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캥거루 먹고 캥거루 새끼주머니에 들어가진 않겠지.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48호)과 적광전

 

월정사, 지난 해부터 따지면 벌써 네번째 방문입니다. 전나무 숲길이 좋아 영동지방 여행을 오가며 자주 들렀기 때문입니다. 일주문에서 월정사를 잇는 1km 남짓한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힙니다. 전남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숲과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과 함께 말이죠. 저는 모두 갔었는데, 월정사를 즐겨 찾게 되네요. (서로를 비교해보지 않았기에) 가장 좋아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동 여행의 들머리처럼 방문해서요.

 

오대산 월정사 가는 길

 

이번 여행에서도 월정사가 아니라 대관령과 강릉이 주요 방문지였지만, 가는 길에 월정사를 들렀네요. 영동 고속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자주 들르는 이유겠군요.

 

오죽헌에서 올려다본 하늘

 

오죽헌에서 올려다 본 하늘입니다. 늦봄을 맞아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었지만, 저는 청량감 가득한 하늘이 더욱 좋더군요. 꽃에다가는 카메라를 슬쩍 주었지만, 하늘을 향할 때에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네요. 나는 저 구름의 그늘진 자태가 그리 보기 좋더라고요.

 

오죽헌 전경

 

오죽헌을 정면으로 바라볼 장면도 시원했습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구도로 찍고 싶지만, 저는 늘 이리 너무 반듯한 구도로 찍어서 창의성과 신선함이 떨어지는 사진을 만들고 말지요. 

 

강릉 오죽헌이 율곡 선생이 태어난 곳인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율곡 선생의 친가는 서울에 있었지요. 당시 풍습에 따라 어머니 신사임당의 친정인 강릉에서 태어나 여섯 살까지만 강릉에 살았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자라 관직을 맡았다가 말년에는 파주에서 지냈습니다. 선생의 호인 율곡은 파주 율곡리에서 따온 것입니다. 율곡 선생을 배향하고 있는 파주의 자운서원과 임진강의 화석정을 둘러보는 것도 율곡 선생을 기리는 여행이 되겠지요.

 

율곡 선생님의 주옥같은 가르침

 

율곡 선생의 말씀입니다. 조선의 최고 수재라 불리는 분의 말씀이지만 새롭진 않지요? 결국 성인이 되는 길은 남들이 모두 모르는 비법이 아니라 백번 들어도 옳은 하지만 어딘가 진부한 명제를 힘써 지키는 것이 아닐까요? 

 

 

경포대 산책로

 

경포대에도 들렀습니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의 풍광도 볼만 하지만(예전과는 많이 바뀌어서 아쉬움도 느껴지지요), 저는 경포대 뒤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참 좋아합니다. 2001년에 이 길을 걸으며 하늘에다 나의 소원을 외쳤던 기억이 있느니 제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지요.

 

당시 세 가지 소원을 외쳤는데, 지금까지 두 가지가 이뤄졌네요. 하나는 한국리더십센터 입사였고, 다른 하나는 책을 출간하는 꿈이었습니다. 이길을 30~40분 걸으면 운정삼거리가 나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운정삼거리에서 다시 경포로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여유롭고 낭만적인 여행이 될 것입니다.

 

주문진항에 정박 중인 고기잡이배

 

주문진항 대게

 

주문진 항입니다. 나는 아직 회맛을 잘 모릅니다. 평창에서 먹었던 송어회는 참 맛나긴 했지만, 우럭과 광어도 구분을 못하는 정도지요. 그래도 항이나 수산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티븐 런딘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란 책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20대 중반에 읽은 듯 하니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찾아보니, 2000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아! 세월은 참... 빠.릅.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내 삶도 펄떡이기를! 열정이 더욱 뜨거워지기를! 바랐습니다. 펄떡임과 열정을 가만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활동하고 노력하기를 다짐했습니다.

 

강릉 사근진 해수욕장

 

사근진 해안

 

경포 해수욕장 북쪽으로 이어진 사근진 해변입니다. 월정사, 경포대, 주문진항 모두 서너번씩 다녀온 곳이지만, 사근진은 처음 갔습니다. 드라마 촬영지라고 해서 TV에 소개되는 장면을 잠깐 보았는데 마음에 들어서 기억했던 곳입니다. 경포대보다 조용해서 좋았고, 바다 빛깔이 너무 아름다워 날씨에 감사했습니다. 다음에는 해안가에 카페도 있던데 그곳에서 여유롭게 책과 풍광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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