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교감하는 작가가 생겼다

“인생이 진정으로 꽃피는 시기는 마시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실컷 술을 마실 수 있는 기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그의 진지한 인생론은 아니다. 젊은 날 회상을 기록한 짧은 글에서 지나가듯이 던진 문장이니까. '젊은 날의 정열과 체력'을 향한 그리움이랄까 애틋함이 느껴진 글이었다. (그는 다른 글에서 자신의 첫 번째 좌우명은 “건강”이라고 썼다.) 진지한 발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짚어 두고 싶다. “어느 연령대를 살든 인생이 꽃필 수 있다!”고. 내가 이 말을 실제로 믿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제 막 반평생을 살았을 뿐이니 정말 모르겠기도 하고, 한편으로 하루키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도 있어서다. 오십 대에도, 칠십 대에도 인생이 꽃필 수는 있겠지만 노년의 활기와 정열은 젊은 날의 그것..

새해 첫 날에 품은 소망

새해 앞에 섰다. 방금 떠오른 2018년 첫 번째 태양을 바라본다. 설렌다. 오늘을 기다린 건 아닌데 반갑기도 하다. 태양이 세상의 동쪽을 비춘다. 건물은 해바라기가 된 마냥 햇빛을 받아 밝아졌다. 나는 환한 마음으로 노트에 새해 소망을 적는다. 하나씩 이뤄갈 때마다 명랑해질 내 인생을 생각하며. ‘2018년은 정말 환상적인 해로 살아보자!’ 출간. 탈고. 외 한 권번역. 독서. 수잔 손택 全作,『수상록』『포커스』공부. 인지과학, 예술이론(미진사) 여행. 포틀랜드, 펠로폰네소스(그리스), 제주와우. 와인시음회, STORY 매뉴얼, 유니컨 디너공간. 아카이브 인테리어 작업, 중고물품 판매행동. 인터뷰, 팟캐스트, 특강관계. 가족여행, 블로그 독자의 밤, 와우수업 하루를 잘 살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한..

연말에 매만지는 일곱 단어

시간, 두 손 안에 붙잡아 두었는데속절없이 빠져나간 한 줌의 모래 새해 계획, 다시 수립할 필요 없이 뚝딱 복사(Ctrl+V)하는 언짢은 놀이 모임만나면 정교해지는 기하학적 필연이거나만나도 허전한 우연을 쫓는 기이함이거나 은인막차가 떠났나, 새벽녘 을지로의 물음을하나 둘 챙겨 올리는 진짜 막차의 휴머니즘 나이 한 주 한 주 꾸준하더니 시나브로 550회을 보던 이의 탄식, 언제 이렇게… 꿈, 빈둥거리고 기웃거리다 꺼뜨렸던12월이면 밝아지는 마음속 불빛 희망우리의 열망이 곧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에 주억거리는, 회의를 머금은 전율

행복한 송년을 위한 키워드

1. 고독 "나의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너는 요란한 위인들의 아우성에 귀가 멀고 소인배들의 가시에 마구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지 않은가. 숲과 바위는 너와 더불어 기품 있게 침묵할 줄을 안다. 다시 한 번 네가 사랑하는, 저 넓게 가지 뻗은 나무처럼 되어라. 나무는 조용히,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바다로 뻗어 있다. 고독이 멈추는 곳, 그곳에서 시장이 열린다.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 배우들의 소란이 시작되며, 독파리들이 윙윙대기 시작한다." - 니체/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독은 생산적이다. 고독이 꺼려지는 이유는 외로움과 착각하기 때문이고 자신과 놀 줄 모르는 까닭이다. 외로움은 고독만큼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이지 않다. 쓸쓸하고 적적할 뿐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이..

겸손하게 사는 비결 하나

“초등학교 시절 나는 형의 교과서와 소설 따위를 꽤 많이 읽어 경우에 따라서는 당시의 시골 학교 동급생보다 아는 게 훨씬 많았는데도 나 자신은 누구보다 더 안다거나 앞서 있다는 생각을 당초부터 하지 않았다.” 3남 2녀의 막내로 자라난 문학비평가 김병익 선생의 말이다.(『글 뒤에 숨은 글』p.12) 누구와 함께 있는가. 이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물음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함께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영혼이 연약해서가 아닐 것이다. 상호 교감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형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도 더 많이 안다고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스..

세월은 어디로 날아간 걸까

강가에 서면, 나는 돌멩이를 집어 들어 강을 향해 날리곤 했다. 돌은 자신의 필연을 쫓는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간다. 휘익, 하고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겠다. 돌은 하늘을 날아서 상쾌했을까, 이내 물속으로 떨어져 아쉬웠을까? 나는 돌을 멀리 멀리 보내주고 싶었다. 돌의 여정은 상황마다 달라진다. 동행이 있으면 힘껏 던지지는 못한다. 저 앞에서 퐁당! 편한 친구가 있을 때엔 있는 힘을 다한다. 저 멀리서 풍덩! 나는 멀리 멀리 던지고 싶었다. 내 젊음이 무사한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마냥. 소년 시절, 학교 체력검사에는 멀리 던지기가 있었다. 나는 전교에서 제일 멀리 던지는 학생이었다. 팔 힘이 없어 보이는데 어찌 그리 던지느냐는 물음이 귓가에 선하다. 지금도 그때만큼 멀리 던질까? 강가에 서서 있는 힘껏 던..

봄날의 제주 여행

[사진으로 돌아보는 3월]봄날의 제주 여행 3월의 초입에 여행을 다녀왔다. 꽃샘추위에도 유채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웃었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옷깃을 여미었지만 꽃들은 춤을 추었다. 초정리의 뒷골목에 자리한 '길리'는 연인이 생기면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 곳. "오늘 저녁에는 전복구이 먹을까?" "내일은 어디 갈까?" 침대에 누웠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외롭게도 보였다가, 단정하게도 보였다. 내일 입으려고 개켜 놓은 옷, 소파 위의 노트북, 그리고 혼자 차지한 2인실의 방. '소심한 책방'은 마스다 미리의 그림책이 어울리는가 싶더니, 신형철 평론집과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도 품은 고상한 서점이다.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과 같은 책도 있다. 감성과..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강의를 업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가정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가정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릴레이로 이어졌다. 내가 인문학을 전공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읽었던 책이 스티븐 코비의 책이 아니었더라면? 가정의 행진은 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물음을 마주하고서야 멈춰 섰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가피한 상황도 있었고, 선택의 기로도 있었다. 엄마와의 사별은 숙명이었다. 숙명은 강력했다. 싸울 대상이 아니었다. 책 속 현자들의 권고를 정리하니 “숙명과 화해하여 벗으로 지내라” 쯤의 명제가 되었다. 엄마 없이 25년을 살면서 이를 어느 정도는 실현했으리라. 사별 덕분에 잃은 것이 많을까, 얻은 게 많을까? ..

세상의 양면성을 탐구하세요

그는 진지하고 선하다. 사유하는 힘이 조금 약할 뿐이다. 괜찮다.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는 이미 멋진 사람이고 자신을 좋아하는 이들과 더불어 잘 산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깊어지고 싶어요. 더 성장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내게 ‘한 말씀’ 듣기를 원했다. ‘지금도 괜찮으신데….’ 이건 그가 원하는 ‘한 말씀’이 아니리라. 며칠이 지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 아침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떠오르는 대로 '한 말씀'이 아닌 '몇 마디'를 적어 보냈다. 핵심은 양면성이다. (사례를 덜어내고 명제만 모아 블로그 벗들과 공유한다.) “세상의 양면성을 탐구하세요.” 이 ‘양면성’을 이해할수록 더욱 깊어지실 겁니다. 양면성을 탐구한다는 말은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