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위대한 작가들 6

카프카다운 이야기 두 편

20세기를 빛낸 작가 목록은 길 테지만, 20세기다운 작가라고 제한하면 목록은 짧아진다. 토마스 만이나 존 스타인벡처럼 리얼리즘이 빛나는 소설은 19세기에도 존재했으니까. 반면 제임스 조이스나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며 쓴 소설이나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처럼 시대의 불안을 복합적인 알레고리로 포착한 시는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작품이었다. 카프카는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를 빛냈으면서도 20세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작가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카프카가 1904년 문학 친구 오스카 폴라크(Oskar Pollak)에게 보낸 편지에서 문학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말한 문학적 이상을 실현했다. 무턱대고 단정한 것은 ..

몽테뉴를 읽기 위한 실마리들

1.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술가, 정치인, 사상가가 위대한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완벽이란 너무 높은 수준의 단어다. 그러니 첫 문장은 바꿔 쓰는 게 낫겠다. 엄청난 업적을 지닌 인물들도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이뤘지만 사회적 관계가 엉망이거나, 정신적인 힘은 강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감각은 엉터리이거나. (이 글의 주인공 몽테뉴는 후자의 경우다.) 2. 몽테뉴(1533~1592)는 종교전쟁의 격랑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16세기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광신적인 다툼이 일어났던 시기다. 가톨릭은 종교개혁과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기반으로 생겨난 개신교를 탄압했고, 세력이 강해진 개신교 역시 가톨릭의 비이성적인 탄압에 무력으로 대응했다. ..

김영하에게 소설쓰기란?

2013. 4月 “나는 평범한 인간들의 내면에 괴물이 한두 마리쯤은 숨어 있다고 늘 생각한다. 수효가 문제일 뿐, 없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깊고 깊은 지하실로 내려가면 좁고 더러운 감방 안에 추악한 괴물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내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산문집 작가의 말 작가 김영하의 말입니다. 인간의 양면성 중에서 어두운 면을 이해하도록 돕는 통찰입니다. 그가 ‘괴물’이라 명명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야만성’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인간의 양면성을 ‘이기적인 본성’과 ‘선한 의지’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인간의 양면성 이해를 돕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의 작가 ..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는 법

아포리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며 떠올린 주요 키워드 중 하나. 김영하가 책 제목을 정하기 위한 후보작 중 '아포리즘을 사랑한 철학자'가 있음을 알고,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게 어디 있겠나. 그저 잘 즐기면 그만인 것을.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으리라. '김영하의 세계에서 잘 놀고 있구나' 나의 소설론은 이렇다. 1) 소설가는 파티 주최자가 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장치로 재미를 극대화하여 독자를 파티에 초대한다. 독자는 제멋대로 춤 출 수도 있지만 파티 주최자가 마련한 여러가지 술과 음식, 프로그램들을 발견하여 즐길 때 더욱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훌륭한 주최자와 눈 밝은 독자의 만남! 이것이 내가 소설을 읽으며 꿈꾸는 것이다. 재미를 ..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1. 11월의 첫날,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대개의 소설은 이야기로 서사를 진행시키지만, 김영하는 자신의 신작에서 다양한 것들로 서사를 이뤄냈다. 주인공의 단상으로, 단 한 줄의 묘사로, 책에서 뽑아낸 인용구로. 단상, 묘사, 인용문 각각은 하나의 아포리즘이다. 그리하여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소설이 잠언집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짧고 긴 이야기를 비롯한 단상과 묘사, 인용문들은 장편 서사로 수렴한다. 잠언집으로 천천히 음미하여 읽어도 좋을 책인데 결국 긴장감과 재미에 빨려들어 후루룩 읽게 된다.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유할 꺼리를 담은 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되어 어서 다시 일독해 보라고 나를 유혹한다. 묘한 책이다. 한 마디..

김영하 읽기를 시작했다

1. 김영하 제.대.로. 읽기를 시작했다. 2010년 쏠비치에서의 여유로운 휴가는 김영하 소설로 인해 풍성했다. 아니, 그의 소설이 준 감탄만 떠오를 정도다. 「크리스마스 캐럴」, 「보물선」,「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 나를 열광케 한 작품들. 2. 내게 있어 제대로 읽기란, 차분한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흥분했으니 차분해져야 한다. 그래야 서두름에서 오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마구 읽어대는 남독 습관을 제어하여 나름의 순서대로 생각하며 읽어나가려면 차분함이 필요하다. 그의 전작을 읽되, 마음에 꽂히는 순서가 아니라 출간된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사실 그가 작품을 썼던 순서대로 읽고 싶지만 단편의 경우는 하나의 작품집으로 묶여 출간되기에 단편 하나하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