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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김진호, 갈무리, 2017)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여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들이다. 살면서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그렇다. 책은 작곡가들도 작곡가이기 이전에 호모 사피엔스임을 알린다. (모차르트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일은 음악의 주된 기능이다. 음악의 저력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책은 그 음악을 창조한 작곡가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음악으로 사유하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요컨대, 음악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음악 청취에서 ‘작곡가의 마음’을 생각함으로써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자가..

[책] 미국의 반지성주의

『미국의 반지성주의』(리처드 호프스태터/ 유강은 역, 교유서가, 2017) 1.반지성주의는 어디에나 있다. 정치권, 리더십, 일상사 곳곳에 반지성주의가 있다. 조금만 깊어지면 “아, 어려워” 하고 사유를 기피하는 태도 역시 반지성주의의 모습 중 하나다. 일상에서 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을 뿐이다. 머리 쓰기를 싫어함, 편안함이나 안일함만을 추구하는 모습 등이 반지성주의가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멀게 느껴지더라도 일상에서의 반지성주의는 고민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2.누구나 지성주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두가 반지성주의에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에는 지성의 힘과 한계를 모두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지성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

4월의 성찰 : 신체 에너지

건강 식단은 잘 이어지고 있다. 1일 3과일 먹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끼니 역시 빠짐없이 균형식으로 챙겨 먹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일은 원래도 없었으니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에 대한 언급은 필요 없으리라. 앞으로는 더 건강한 식습관을 누리고 싶다. 6대 영양소에 대한 정교한 이해로 더 균형 있는 식단을 만들어가야겠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콜린 캠벨 저)를 조금씩 꾸준히 읽으면서 단백질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사실 건강식이야 오래 전부터 지켜온 습관이라 특별할 건 없지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스쿼트와 플랭크를 한 달 보름 가까이 했더니 효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뱃살이 줄었다. 플랭크를 견디는 시간도 늘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3분은 해내고, 가..

이번 생에는 글렀지만

흥분을 참느라 혼났다. 좁은 작업실을 서성였다가 책상에 앉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세나절 동안 모차르트를 듣다가 벌어진 일이다. 아침에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잔잔한 울림을 느꼈다가 오후에는 피아노 소나타 12번 2악장을 듣다가 아름다운 고요함에 전율했다. 사실 눈물이 찔끔 났다. ‘아! 모차르트의 감동이 이런 거구나.’ 모차르트 평전을 쓴 필립 솔레르스는 “아주 젊은 모차르트의 작품에는 사람들은 만족시키는 모든 것들이 있다”고 썼는데, 이 과장스러운 표현에 동의하게 된 날이다. 모차르트 감상이 처음은 아니다. 여러 장의 모차르트 CD를 차에서 듣기도 했고, 를 시청하다가 졸았던 경력도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로 눈물의 감동을 경험한 날은 없었다. 어느새 저녁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듣자고 선택한 곡..

불가사의-침대의 필요

불가사의 —침대의 필요 (시인 김선우) 그런 날 있잖습니까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 속의 사람이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릴 때 그런 날은 열 일 제치고 침상을 정리합니다 날 선 뼈들을 발라내 햇빛과 바람을 쏘이고 가장 좋은 침대보로 새로 씌우죠 이봐요, 여기로 거울 앞으로 가 거울 속의 사람을 마주봅니다 거울 속으로 손을 뻗지 말고 여기서 손짓해 거울 밖으로 그를 꺼내야 합니다 어서 와요. 정성 다해 만져줘야 할 몸이 이쪽에 있습니다. - 《문학동네》 2016년 가을호 *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이와 함께 읽고 싶은 시다. 거울 속 얼굴은 왜 사나워졌을까? 시인은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짐작해 본다. (아마도 격무에 시달려) 몸이 피곤해서, (아마도 누군가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서,..

2017년 16주차 성찰일지

1. 화요일에 와우 독서수업이 있었다. 를 읽은 소감을 나눴다. 몇몇 대목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도 했다. 책의 저자들(토니 슈워츠, 짐 로허)은 탁월한 책을 썼다. 자기경영에 대한 통찰이 깊고, 구체적인 사례가 풍성하다. 이들의 통찰 하나만 소개하자면, 저자들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다. 자신을 전율시키는 비전을 가질 것, 자신에 관한 진실에 헌신할 것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것! (아, 책 얘기를 하니 할 말이 쏟아지는구나. 서평을 하나 써야겠다.) 2.나는 23년째 모 은행의 고객이다. (24년인가?) 그 은행에서 인문학 특강을 했다. 중요한 파트너가 될지도 모를 컨설팅 사의 의뢰라 여느 때보다 조금 더 준비에 신경을 썼다. 교안을 업데이트한..

하루 경영의 시작

이틀 만의 일일성찰. 1. 일어나자마자 실행하는 이부자리 정돈, 물 마시기, 스트레칭, 5분독서, 일일계획 수립으로 이어지는 아침의식을 빠뜨렸다. 모처럼만에 놓친 느낌인데 착각이었다. 확인해 보니 4월에만 세 번째 게으름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눈을 뜨자마자 의식부터 수행해야 하는데, 휴대폰으로 놀기 시작했던 게다. 당분간 주의해야지. 의식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때까지! 2. 어젯밤 시청했던 대선 토론에 대해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글을 한 편 쓰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도, 그럴 만한 시간도 없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안철수의 공과(功過) 논쟁과 문재인의 주적 답변이 나는 꽤 답답했다. 왜 답답했는지에 관해 글 하나를 써야겠다. 일요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래는 투표권 행사를 위한 개인적인 메모..

모처럼만의 하루 성찰

주간성찰이 습관화되니 일일성찰에도 욕심이 생긴다. 날마다 할 생각은 없다. 왠지 끌리거나 여유가 되는 날 또는 성찰의식이 차올라 잠이 오지 않는 날에만 끼적여 보련다. 마음 가는 대로! 일주일의 첫 날인 오늘(4월 18일)을 어떻게 보냈나. 1.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를 두 번 읽었다. 어젯밤에 한 번, 오늘 아침에 한 번! 는 오코너의 대다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의 미국 남부’라는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시대적 배경이 작품 이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설들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제안이 절실해진다. “항상 역사화하라!” 단편 하나 읽는데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야 하다니! 오코너 읽기의 어려움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오코너 읽기는 새로운 지식 습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즐거움을 느..

의미와 기쁨의 향유를 위해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는 법! 어느 워크숍에서 참가자 분들과 의견을 나눴던 주제다. 모든 참가자들이 5~7개의 의견을 내어 비교했었다. 나는 집안 정리정돈, 테마별 릴레이 영화 감상, 혼자 떠나는 당일 여행, 읽고 싶었던 소설 완독 등을 꼽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특히 소설에 빠져들어 마지막 장을 덮었던 일이 내게는 커다란 기쁨과 의미였음을 느낀다. 주말 이틀을 몽땅 소설에 내어준다면, 읽는 속도가 느린 나도 꽤 두툼한 책을 완독하지 않을까. 봄날의 어느 주말에 그 행복을 만끽해야지! 책장의 소설들이 나를 유혹한다. 결국 몇 권의 책을 꺼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계획이 되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를 집어들어 아무데나 펼쳤더니, 두목에게 건네는 조르바의 권고가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