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잠시 평온했다는 것으로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에 드러누운 모습을 봅니다. 가을의 평화, 주말 아침의 여유, 햇살의 따사로움 등을 슬쩍 느끼면서도 마음의 중심부에 자리한 쓸쓸함과 공허감을 토닥거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허전한 마음들이 가시겠지만 2018년의 여름과 가을은 혹독하네요. 거실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았어요. 쌀쌀한 공기와 함께 까마귀와 까치 소리가 번갈아 거실을 방문하네요. (양평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포스팅하진 않았군요. 저는 지금 양평에 삽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수면 시간부터 체크했죠. 그제처럼 푹 자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이만하면 이틀 연속으로 숙면을 취한 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가 보내 준 '만남'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사별과 상실이 많은 제게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겠지만 저보다..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어젯밤엔 무려 7시간을 잤습니다. 최근 열흘 동안 2시간 넘게 잤던 날이 딱 하루 뿐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아니, 7월 23일 이후로 이렇게 많이(7시간을 말함입니다) 잔 적이 처음입니다. 잠을 제대로 잔다는 것! 참 좋은 일이더군요. 눈이 개운했고 몸이 가벼웠습니다. 푸석했던 피부도 나아졌고요. 무엇보다 하루를 살 만큼의 신체적 에너지가 채워졌음을, 오늘을 보내는 동안 줄곧 몸으로 느꼈습니다. 기뻤습니다. 마음이 회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여전히 슬픔과 원통함이 남아 있으니까요. 숙면은 어젯밤에 먹었던 감기 약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자연스레 잠들었거든요. 무엇 덕분인지 몰라도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긴 잠을 잤고 덕분에 하루를 잘 살았으니 그걸로도..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마흔이 되어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왜 그런지 잘 몰랐다.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흐릿한 밤이 며칠 계속되면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몸은 피곤에 전다. 긴 잠 속으로 죽은 듯 빠져들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쉽던 일이 더 이상 쉽지 않게 되었다.” - 구본형 분명치 않은 이유라고는 했지만 구 선생님은 ‘모호함’과 ‘불안’이라는 단어로 마흔의 불면을 회상했다. 불면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어느 정도는 불면을 즐겼다. 한밤중에 일어나 음악을 들었고 고독을 즐겼다(그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때때로 미래를 구상했다(마음 속 가장 먼저 떠오른 모습이 저술가였다). 불면이라는 불청객을 창조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은 ..

오늘 선택한 행복

행복하게 ‘사는’ 일은 만만치 않지만 행복을 ‘맛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면에 가득한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창조하면 된다. 상실과 고통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대신 서랍 하나를 열어 깨끗이 정리하고, 대충 온 몸에 물을 끼얹는 대신 뽀득뽀득 비누칠 샤워를 정성스레 하는 일은 내게 행복이다. 행복이 깃들면 그 기쁨의 감정을 잡아채어 잠시 음미한다. 맛난 디저트나 그윽한 차를 맛보듯이 온 몸의 감각을 열어 향유하는 것이다. ‘아! 좋다.’ 내 안에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한데도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기쁨을 만끽한다. 행복한 삶이라고 해서 눈물이 없지 않듯 힘들고 불행한 삶이라 해서 웃음이 없지 않다. 오늘 선택한 행복은 조식이다. 할 일이 많은 날이라 간편하게 아침을 먹을 법도 했지만 ..

마음아, 너는 어떠니?

울음을 참으며 3월을 지냈다. 4월 2일 어머니 기일이 되면 엄마 묘 앞에서 한 번 실컷 웃자고 생각하면서 나를 달랬다. 4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 '한 번의 실컷'을 감행하지 못했다. 내 인생에 벌어진 일들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게 필요하다 싶어 집어든 책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삶의 고통에 직면하라!" 조언을 좇고 싶은데도 견뎌낼 여력이 없다. 가슴이 미어져 책을 내려놓고 만다. 얼른 다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다고 마냥 세월을 보낼 수도 없다. 나에게는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보다듬고 그녀를 축복하고 내 시선을 앞으로의 날들로 돌리는 리추얼의 시간이 절실하다. 매주 시도하지만 번번이 포기한다. 아직은 너무 아프다. 매주 ..

상실의 방을 명랑하게

선생님은 벚꽃이 피고지던 무렵 떠나셨습니다. 5년 전 오늘입니다. 존경하던 분이라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리움과 아린 슬픔이 있네요. 오늘은 지난 기일들과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을 잊은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저 바쁘게 보냈습니다. 수원으로 강연을 다녀왔고 저녁엔 사람들을 만났죠. 반쯤은 의도한 일정이었네요. 아직은 '상실'이라는 아픔을 직면하기가 두려워던 겁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책 한 장을 읽지 않고 사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보낸 하루를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네요. '오늘 하루를 아침부터 다시 산다면 선생님이 잠드신 곳으로 찾아뵐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

박효신, 집필 재개 & 명저

1.박효신의 를 오늘 하루 종일 들었다. (2014년 3월에 발매된 동명 앨범에 수록된 곡이고 유명한 노래인데 진자하게 감상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가히 이 노래만큼은 완벽한 경지에 올라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연습하고 노력한다는 박효신! 그에게서 이상은의 노래와는 다른 미덕을 만났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길을 조우한 느낌도 든다. 다름 아닌, 일을 작게 쪼개어(노래 한 곡) 치열하게 노력할 것! (일기에 적은 글도 이곳에 옮겨 둔다.) 2. 무려 20일 만에 조르바 집필을 재개했다. 프롤로그를 고쳐 썼다. 독자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전 글보다 나아졌다. 저자 중심에서 독자 지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인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 읽을 때에도 여전히..

은근히 설레입니다

두통으로 이틀을 앓았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나가버린 기간마저 합치면 나흘 동안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네요. 오늘도 하루 종일 몸져 누워 지내다가 저녁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저녁 수업도 청강하고 왔지요. 행여 결석할까 걱정했던 수업인데 다녀오니 기분이 좋네요. 청강하러 가는 길에도 혹시 아플까 염려했지만 수업 듣고 온 지금 저는 멀쩡합니다. 아직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두통은 많이 가셨습니다. 머리가 안 아프니 살 맛 납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두통인데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날이었네요. 하루는 제 생일이었고(이 날 하루 종일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하루는 엄마 기일이었거든요(바로 어제였죠). 생일은 아픈 채로 보내어도 아쉬움이 없었지만 어머니 기..

2018년 3월 성찰일지

2018년 3월이 지나갔습니다. 꽤나 바빴고 조금은 고단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3월을 돌아보는 첫 마디가 '수고했다'라는 혼잣말이었네요. 자위를 건넨 이유는 간단합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열심이라니! 스스로를 늘 못마땅해 하는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다니! 참 낯설고만.) 한 달 남짓 동안 3kg이 빠졌고, 자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수업을 진행했고요. 한 달을 수놓았던 단어들을 나열해 봅니다. 인문정신 수업(달빛강남), 다섯 개의 수업 청강, 새로운 공부 인연들, 『인간성 수업』, 와우수업 종강, 북도슨트 자원봉사, 미세먼지, 플로라이팅 수업 종강, 카프카 커넥션 등등. 1. 달빛 강남학파! 결국엔 이 분들과도 수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결국'이라고 표..

달빛강남 수업을 마치고

난 월요일에 4주간의 인문정신 수업이 또 하나 끝났다. (강남역 인근에서 모여 강남학파라 불리는 모임이었다.) 인문 소양을 함양하는 실제적인 길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 제안이 인문학의 본질과 동떨어지지 않기를 열망했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업 준비는 지극히 인문적이어야 했고 실제 진행에선 인문학의 효용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인문학만이 주는 효용을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본질에 바짝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실현한 것 같아 기뻤다. 무엇이 흡족했나. 1) '인문학의 안팎을 살핀다'는 수업의 설계가 마음에 들었다. 종로 수업에서부터 시작된 이 설계 덕분에 기업이나 대학에서의 인문학 특강도 좀 더 명료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 수업에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유인물은 최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