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사는’ 일은 만만치 않지만 행복을 ‘맛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면에 가득한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창조하면 된다. 상실과 고통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대신 서랍 하나를 열어 깨끗이 정리하고, 대충 온 몸에 물을 끼얹는 대신 뽀득뽀득 비누칠 샤워를 정성스레 하는 일은 내게 행복이다. 행복이 깃들면 그 기쁨의 감정을 잡아채어 잠시 음미한다. 맛난 디저트나 그윽한 차를 맛보듯이 온 몸의 감각을 열어 향유하는 것이다.


‘아! 좋다.’


내 안에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한데도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기쁨을 만끽한다. 행복한 삶이라고 해서 눈물이 없지 않듯 힘들고 불행한 삶이라 해서 웃음이 없지 않다.


오늘 선택한 행복은 조식이다. 할 일이 많은 날이라 간편하게 아침을 먹을 법도 했지만 느긋하게 조식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한 시간을 뚝 떼어냈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향유했다. 갖가지 야채와 계란 요리를 먹었다. 커피 세 잔을 마시며 하루키의 소품 세 편도 읽었다(단편집 『반딧불이』에 실린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계획하고 나니 딱 한 시간이 지났다.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룻밤 숙면에도 감사해요  (0) 2018.10.26
절실한 바람만 있을 뿐  (0) 2018.10.18
오늘 선택한 행복  (2) 2018.10.12
마음아, 너는 어떠니?  (0) 2018.04.14
상실의 방을 명랑하게  (0) 2018.04.13
박효신, 집필 재개 & 명저  (2) 2018.04.06
Posted by 보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하효진 2018.10.12 1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오래간만에 팀장님 소식이 궁금하여 들어왔네요. 글을 읽고 있자니 저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에요.
    행복한 삶이라 해서 눈물이 없지 않고 힘들고 불행한 삶이라 해서 웃음이 없다는 구절이 많이 공감이 됩니다.
    9월 말에 조르바 강연도 잘 하신 것 같더라구요. 축하드립니다^^
    날씨가 추워졌는데 건강 잘 챙기시고 연락 한번 드릴게요.

    • 보보 2018.10.25 1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 가을이 저무는 모습을 슬쩍 보았다.
      짧게 지나갈 계절이라 더욱 아름답구나, 싶더라.

      찾아와 주어 고마워. ^^
      이곳도 잘 가꾸고 싶어지네.
      열심히 살다가 반갑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