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7

잘가요, 스티븐 코비!

1. NAVER에서 날씨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실시간 검색순위 6위로 '스티븐 코비'가 떴다. 직감적으로 '사망'이란 단어가 떠올라 얼른 클릭했더니, 네이버 인물정보 란의 맨 앞에 큼직막한 검은색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나는 20대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책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강력하고 영속적인 유익을 누리도록 해 준 책이 있다.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책들. 그 목록의 첫번째 책이 스티븐 코비의 이다. 20대의 가장 소중한 학습 경험은 공감적 경청과 주도성이라는 2개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한 것이다. 대구 남부도서관에서, 공강적 경청 대목(습관 5번)을 읽다가 감격에 겨워 책을 덮고 열람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4월의 슬픔

#1. 어머니 기일 며칠 전, 4월 2일은 어머니 기일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가 되었다. 세월은 지체함이 없다. 나는 청도 인근의 남성현 고개, 어느 작은 산으로 갔다.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곳, 앞에 서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곳. 망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에 (그래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망자를 그리는 이들은 그의 뼈가 묻힌 곳을 찾는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기에 항상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리움이 절절해지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발걸음이 그 곳을 향한다. 묘하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엄마 묘 앞에 두고 왔는데 아직까지 있을까? 책은 없었다. 궁금했지만, 의붓아버지가 가져가셨나, 하고 생각했다. 올해 기일에는 외삼촌, 외숙모,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에게 갔다..

사랑의 씨앗을 기대하며...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이정하 시인의 이라는 시 중에서 옮긴 말이다. 나에게도, 소식이 알고팠고, 우연히라도 한 번쯤 만났으면 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예상하지 못한 날에, 우연히, 1년 6개월 만에 만났다. 아... 수많은 사람들 속에 우린 한 마디 말도 못했고,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마주쳤기에 용기내어 한 마디를 건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은 없었고, 시선은 도망갔다.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묘하게도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궁금한 게 많았다. 환히 웃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다.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었다. 그러나 소박한 나의 바람들은 하나같이 이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힘드셨는지요. 生의 막다른 길에 막혀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셨겠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도 아셨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귀의 여행을 떠난 당신의 힘겨움을, 아픔을 느끼고 싶네요. 生을 향한 당신의 열심이 빛을 보지 못하여 안타깝습니다. 人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아픔으로 남아 마음이 슬픕니다. 당신의 아내가 이 슬픔을 잘 견뎌 내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길 기도하겠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기력을 회복하고, 삶에 대한 기쁨을 되찾기를. * 나는 사별이 참 슬픕니다. 사별의 소식을 들으면 충격과 슬픔이 몰려 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어딘가 마음이 짠해지고 유족들에 대한 기도의 마음이 듭니다. 내 생에 ..

카테고리 없음 2008.09.09

어머니께 바친 나의 첫번째 책

"엄마 나 왔어요. 아들이 첫 책 들고 왔어요."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엄마 묘 앞에 섰다. 내 손에는 갓 출간된 '이희석'의 책이 들려 있었다. 엄마에게 책의 몇 구절을 읽어 드렸다. 눈물이 났다. 기뻐하시는 엄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듯 흘러내린 땀과 눈물로 얼굴은 뒤범벅이 됐다. 참 기쁜 소식인데 엄마에게 전해 드리니 슬픈 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곳에 올 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기쁜 소식을 들고 올 때 만큼은 눈물 한 방울을 흘리게 될 것 같다. 돌아오기 전, 한 권의 책을 비닐에 싸서 엄마 묘 앞에 고이 두었다. '어머니가 읽어보세요.' 오래 전부터 소망해 왔던 장면이다. 올해 초 보..

내 생애 가장 슬픈 스승의 날

배수경 선생님 중학교를 졸업한지 16년 여가 지났네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저 희석입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현대영수학원에도 보내주시고, 제게 시집도 선물해 주셨던 그 이희석입니다. 선생님을 찾아오는 길이 참 행복했습니다. 내 삶에 나를 아껴주고 살펴 주신 은사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저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십 수년의 세월을 넘어서까지 제가 선생님을 기억하고 이렇게 찾아오도록 만들어 주신 선생님의 은혜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참 고우셨던 모습은 여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게 보여 주신 참 스승의 모습은 제 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진학을 함께 고민해 주셨던 기억, 현대영수학원에 있는 친구 분을 통해 제가 학원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준 녀석

친구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근 길... 하루를 마감하며 우린 종종 통화하곤 한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불쑥 묻는다. 집에 안 가냐? 방금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수원에서 강연이 늦게 끝나서 이제 막 들어왔어. 이번 주에 베트남엔 안 가냐? 장사가 안 된다. 야! 하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전화를 했더니 내가 베트남에 가 있는 동안에는 장사가 참 잘 되었다며 다시 베트남 떠나라고 말했었다. 그 때도 마구 웃었는데 이 녀석이 오늘 나를 또 웃긴다. 슬쩍 덧붙이는 그 녀석의 멘트에 나.. 쓰러진다. 올 여름 휴가는 베트남으로 갔다 오지. 이 녀석, 오늘 하루 종일 장사는 안 하고 개그 연구만 했나 보다. 웃다가 어찌하다보니 얘기가 배수경 선생님 이야기로 흘렀다. 아직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