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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일 오후, 양평 서재의 책장을 정리했다. 책장 정리는 즐겁다. 읽고 싶은 책을 꿈꾸는 시간이고, 읽은 책을 확인하며 되새기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책기둥을 살피다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발견했다. '어? 밀란 쿤데라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별 일 아닌데, 반가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말고도 한 권 더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랐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글자로는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단어라는 사실은, 책 뒤표지의 글귀를 통해서야 알았다. 쿤데라의 '향수'는 Perfume이 아니라, Nostalgia이었다. 파트리크의 『향수』는 읽었으니, 언젠가 밀란 군데라의 『향수』도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뒤표지의 글을 읽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이다. 괴로움은 '알고스'이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탤지어'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생긴 괴로움이다. 향수는 무지(ignorance)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무엇이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잃어버린 유년기 또는 첫사랑에 대한 욕망."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는 안개 같은 글귀였다. 이해될 듯 하면서도 아리송한 느낌.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이 반가워 『향수』를 뽑아 들고 책장을 드르르륵 넘겨 보다가, 깜짝 놀랐다. 책의 곳곳에 밑줄이 그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었다. 군데군데 쓰인 메모는 내 필체가 분명했으니까.

2.
분명히 읽었는데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상쾌한 충격이다. 읽은 책을 꽤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다. 삶의 어떤 진실을 만난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모두 기억할 수 없다는. 그리고 읽은 책의 내용은커녕 책의 목록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는.

3.
얼마 전, 비전과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 긴 강연이 끝나고 자신의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사의 사례도 30분 가까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열정적이었고, 명석했다. 많은 도전을 감행했고, 하나의 도전이 성공에 이르지 못할 때에는 다시 시도할 만큼 자신감과 열의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후,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그를 만든 힘은 비전과 목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기지식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는 하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다.'

그가 비전과 목표를 신중하게 세우기도 했다. 그가 20대 중반에 작성한, 무려 6페이지에 달하는 인생 로드맵은 감동적이었다. 로드맵은 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성공요인을 모두 설명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비전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자기 삶을 들여다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도 비전이 큰 역할을 해 주었군.' 하지만 그가 실행력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실행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떤 주제를 인식하고 나서야 그것의 유용성을 깨닫게 된다. 그날 만난 강사는 아직까지 비전과 목표에 대한 책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4. 
우리가 무엇 덕분에 성공하고 성장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책, 어떤 만남, 어떤 사건이 우리를 크게 도왔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결정적인 도움이었음에도 우리가 그것을 잊었을 수도 있다. 『향수』를 읽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나처럼 말이다.

5.
기둥 사이에서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를 본 순간, 나는 옛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무엇 때문에 힘겨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찾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 밑줄을 쳐 둔 것을 보니 희망과 꿈을 찾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시련이 크고 고통이 심하더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질 필요가 없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당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삶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시련을 기회로, 비극을 승리로, 상처를 행복으로, 분노를 봉사로,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20대 초반, 나는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밑줄을 그었는지, 당시의 내가 어떤 힘겨움에 허덕거리고 있었기에 감동이 되어 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20대 초반부터, 위로를 안겨다 주는 책,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책,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용서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눈물이 나도록 용서하라』,『부서진 영혼을 고치는 공구상자』,『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을 읽었으니 말이다. 어떤 책은 끝까지 읽어냈고, 어떤 책은 중간 정도까지만 밑줄 그어진 것도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긴 메모가 있었다. 메모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모든 힘듦을 이겨내고 다시 결심하자."

6.
자신이 읽어 온 책들을 살펴보면, 그간의 지적 성장과 자기 영혼에 일어났던 일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예전보다 영혼의 힘이 강해졌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강인한 영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으니까. 

7.
하지만 나는 내가 읽어온 책들을 잊고 있었다. 눈물 나도록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유익과 변화를 안겨다 주었는지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내 영혼의 부서진 곳을 고칠 수 있는 공구를 찾아나섰던 날들도 내가 읽은 책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다.

나의 성공 경험을 말할 때가 있다면 성실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성공 요인을 모를 수 있다. 혹은 성공 요인을 전달한다고 해도 불충분한 수준으로 말하게 될 수도 있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로부터 시작된, 과거의 독서 회상은 휴일 오후를 즐기는 나를 잔잔한 감상에 젖게 했다. 자신의 책장을 살펴보는 일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향수를 불러 일으켜 진한 감상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자기 발견의 기회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옛 시절을 그리면서 느껴지는 애잔한 아픔 정도는 견딜만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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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티벳의 영적 스승 소걀 린포체의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읽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행하든지 우리의 모든 행적은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모든 것,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감안됩니다."
(p.48)

나는 영적 스승도 한번씩 그릇된 말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지난 날의 과오 몇 가지는 제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흐뭇한 일 몇 가지는 과중치가 부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의 순간, 내 모든 행적이 나의 평가에 반영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실제로 이 부분에서 포기를 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알려면 자신의 결점을 끄집어내서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신에게서 그것이 발견되면 쓰레기통의 뚜껑을 덮듯이 닫아버리게 됩니다."
(여원재님)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어느 블로그 방문객이 남겨 주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듯이 나의 과오를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도 받아들여야 함에 깊이 공감했다.
내 안에는 영적 구루의 말을 부정하려는 마음도, 인정하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은 지혜와 영성이 담긴 놀라운 책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간디에서 히틀러까지, 모든 인물이 될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히틀러가 될 수 있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부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은 결코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리가 없다며
자신에게 잠재된 어두운 면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인정하고 나면 노력으로 그것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p.26)


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에 힘을 얻고서야 
비로소 소걀 린포체가 던진 지혜로운 말들을 온전히 수긍하게 된다.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엘리자베스로부터 도전과 위로를 동시에 얻은 덕분일 게다.

죽음의 순간에 내 모든 행적이 나를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거부했던 것은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사람에 대해 믿음을 거둘까 봐 걱정해서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려 들지만
한 사람 안에도 좋은 면과 나쁜 섞여 있기에 보다 큰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우상화하지 않고, 나쁜 사람을 절대악으로 간주하는 않는 인간이해 말이다.

마틴 루터 킹의 여성 편력에 대한 실상을 알고 나서도 그의 업적을 존중할 수 있고
『악마』가 톨스토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상상하면서도 그를 존경할 수 있어야
사람의 양면성을 이해한다고, 그리고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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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나는 그녀를 환경운동가 혹은 사회운동가로만 알아왔다. 인권 문제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4년에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 말이다. 그녀를 환경과 연결시킨 것은 2003년에 『생존의 비용』을 읽었기 때문이고, 사회운동가로 생각한 것은 미국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에세이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도 양심적 지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비판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고종석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미국의 주먹(군사적 신보수주의)과 보자기(경제적 신자유주의)에 맞서 가장 열정적으로 펜을 휘두른 논객"으로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같은 원로들과 함께 한 세대 젊은 아룬다티 로이를 꼽았다. (『고종석의 여자들』아룬다티 로이 편)

하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작가이기도 '했다'. 1997년에 출간된 그녀의 첫 책 『작은 것들의 신』은 그녀가 쓴 유일한 소설이고 인도 여성으로는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십년 전의 나였더라면 그녀의 정치 에세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를 읽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려 한다. 요즘엔 자꾸 문학 작품에 관심이 간다.

아룬다티 로이는 소설가로 출발했지만, 그녀의 소명은 사회운동에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쓸 것인지는 그녀 자신도 모를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정치적 에세이만 써왔고 사회 운동에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종석은 글 후반부에서 아룬다티 로이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였는데, 그녀의 활동을 균형 있게 판단하도록 돕는 좋은 글이었다.)

2.
나의 독서는 조선의 역사서에서 출발하여,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계기로 경영과 실용서로 이어졌다. 역사서는 고작 몇 권을 읽은 수준이니 내 독서 여정의 출발점은 경영학과 실용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더 많은 기간 동안 몰두했던 분야는 사회과학과 철학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남독 수준이긴 하다.)

강준만 교수의 책을 즐겨 읽었고, 월간 <인물과 사상>을 애독했다. 김규항, 진중권, 홍세화선생의 책을 한 두 권씩 읽기도 했다.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와 노암 촘스키의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를 열광하며 읽었던, 그리고 미셸 푸코, 보드리야르의 책을 만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입사하면서 나의 독서는 다시 경영서로 전환되었다.

철학과 역사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지만, 회사 생활에 필요한 책들을 먼저 읽는 경우가 많았다. 서른 즈음, 서준식의 『옥중서한』 몇 장을 읽고서 강렬한 지적 희열을 맛보았을 때에도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을 만큼의 여력은 없었다. '언젠가는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려 둘 뿐이었다. 그 '언젠가가'가 아주 오랜 훗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상상을 하면서.

서른이 넘어서는 자기다움과 인생의 지혜를 다룬 책을 많이 읽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나 파커 파머의 에세이를 좋아했고,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심리학자나 철학자들의 책도 간혹 읽었다. 그리고 삼십 대 중반인 지금에 이르러, 나는 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3. 
본격적이란 것이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별 혹은 나라별 문학 작품을 연달아 읽는 것 뿐이다. 혹은 세계문학전집을 한권씩 읽어 나가거나. 스토리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작가의 문제의식을 탐구하려는 노력을 남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깊이가 있는 편은 아니어서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

나라별로 읽는다는 것은 이런 식이다. 치누아 아체베(1930), 월레 소잉카(1934), 치마만다 아디치에(1977)를 연달아 읽기. 이들은 나이지리아 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들이다. 월레 소잉카는 1986년 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수상 연설에서 치누아 아체베에게 찬사를 바쳤다. 모두 아프리카 문학을 공부할 때 놓칠 수 없는 작가들이다.

어제 도착한 예스24 택배상자에는 일본 소설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나오키상 수상작인 『마크스의 산』,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2004년작 『7월 24일 거리』,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한밤중에 행진』 그리고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등의 작품이 수록된『일본 대표작가 대표 단편선』을 주문했었다.

나의 독서는 경영학에서 출발하여 철학과 사회과학을 거쳐 이제 문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소명을 추측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오랫동안 천착하고 있는 주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나는 여전히 산만하다. 나의 관심사는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흥미진진하니 나를 그냥 내버려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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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인적자원관리 박사 학위를 가진 친구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내 강연을 마치고, 친구가 진행하는 시간. 나는 뒷자리에 앉아 참관하고 있었다. 자기 인생의 가치를 찾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질문이 담긴 워크북이 주어졌고 2명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팀에서 한 대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나는 두 종류의 사람 운운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상하기도 하고, 그런 식의 분류는 극적 효과를 위한 목적만 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큰둥한 내 마음을 알리 없는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한 사람은 남들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을 마음 속으로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뻔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따라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반면에 개척하는 사람에게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속도가 아닌 방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나 역시 속도보다 방향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꿈으로만 끝내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3.
자녀교육의 출발은 자녀를 아는 지식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란, 아이가 어느 학교의 몇학년 몇 반인지, 내일 준비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를 아는 것이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시큰둥해지는지,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많아야 부모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방향에 승부를 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지식(self-knowledge)이라고 하자. 자기지식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이 되면 시들해지는지, 어떤 주제에 열광하는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자기지식은 우리의 자기다움을 돕는다.

4.
자기지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기를 아는 것이 쉽지 않음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기이해는 평생을 통해 서서히 이뤄진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자기를 알아갈 때마다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알아갈 때마다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뻐한다. 그것은 실제로 세상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개인은 우주 속에 있고, 온 우주가 개인 속에 있으니까.

(2)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는 것은 자기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필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읽어내는 힘이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다행히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몇 권의 책이 있다. 『코끼리와 벼룩』의 1장을 보라. 저자(찰스 핸디)가 자신의 과거 속에서 어떻게 자기지식을 얻는지 보여 준다.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1,2장도 마찬가지다.

(3)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를 관찰하며 성격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워크넷(www.work.go.kr) 메인화면에서 '직업/진로'를 클릭하면 직업적성검사, 직업선호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심리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MBTI를 다룬 입문서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혹은 에니어그램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권한다.

5.
개념 정리에 대한 고민으로 글을 맺는다. 자기를 아는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자기분석'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자기분석은 심리학 이미지가 강한 용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정신분석이나 정신 치료의 이론을 적용하여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을 자기분석이라 하기 때문이다.

분석은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자기 발견이 어려운 까닭은 우리가 '얽혀' 있거나 '복잡'하기보다는, 거짓 문화 속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숨어' 있거나 자신의 여러 모습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통찰'이라 부르면 어떨까? 통찰은 꿰뚫어 보는 것이니까. 진정한 자기를 꿰뚫어 보는 것.

'자기통찰'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적합한 개념이 있나. 하고 모색하는 중이다. (내가 알기로는) 자기를 아는 과정을 자기경영의 관점에서 정리한 이론은 없어서 심리학에서 빌려온 것이다. 빌려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내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더 적합한 개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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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살 날이 일년 밖에 안 남았다면 뭐할 겁니까?"
"죽어라고 글 쓸 거야. 내 안엔 책이 죽 들어있거든. 그리고 난 내 안에 아직 그 책들이 두어 권 남아있는 채로 죽고 싶진 않아."
- Derrick Jensen, 철학자이자 작가.

내 안에도 책이 여러 권 있다. 지난 해,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사라져 내 안의 책 9권을 몽땅 날려버린 일이 있었다. 두 권은 탈고 직전의 원고였다. 나는 울었고 많이 괴로워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일년이란 시간이 정신을 차리게 했다. '또 다시 하염없이 일년을 보낼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2.
죽어라고 쓰지는 못할 것이다. 며칠 후면 내 집중력이 흩어져 버리거나 다른 일로 산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적은 내부에 있는 셈이다 : 산만함과 지나친 호기심.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다. 필요하다면, 내 머리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싶다. 미래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3.
율곡 이이 선생은 진사 초시에 장원급제했다. 13세 때의 일이다. 이후 아홉 번이나 대소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유명했다. 선생이 42세 되던 해, 배우기를 청하러 온 이들에게 스승이 되지 못할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한편,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방향을 알지 못할까 염려되어 한 권의 책을 썼다. 『격몽요결』의 집필 동기다. 

책은 입지(立志)장으로 시작된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해서 자기도 성인이 되리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은 조금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1월의 어느 주말에 뜻을 세우는 글을 썼다. 파일 제목에 입지선언문이라 해 두었다. 율곡 선생의 한탄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은 성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진실로 몸소 실천하면서 사는 동안에 물든 옛 습관을 버리고 타고난 본래의 성품을 회복한다면 여기에 터럭만큼도 보태지 않아도 만 가지의 착한 일을 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성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가?” 나는 작가가 되기로, 이왕이면 착한 일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성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뜻이 바로 서지 못하고, 아는 것이 분명치 못하고, 행동이 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뜻을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동을 착실하게 하는 일들은 모두 자신에게 달린 일이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겠는가?" 슬그머니 책망하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힘을 주는 선생의 말씀이 반갑다. 힘찬 격려 같다.

4.
어제, 강연 의뢰 하나를 사양했다. 강연하기를 좋아하지만, 요즘엔 강연을 적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를 떠올려 주어 연락해 준 이의 강연의뢰를 사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 그에게 미안한 일이다. 또한 눈 앞의 수입이 주는 유혹에 눈을 감아야 하고, 잠시 동안의 사양이 영원한 거절로 받아들여질까 봐 겁도 난다. 일 이년 후면 다시 강연을 많이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5.
큰 소득원까지 줄이려는 까닭은 공부하고 싶어서다.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다. 물론 강연을 하는 일도 좋은 공부였다. 1천 회 남짓 강연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으니 이젠 1천권의 책을 읽는 공부를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2/3 정도 진행된 1년짜리 유니컨 과정도 남은 수업료를 돌려주며 중단하고, 와우스토리 수업도 일 이년 쉬고 싶을 정도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 혹은 내 완벽주의 성향에서 기인한 '뭔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집착 때문인지 몰라 머뭇거렸다. 확신이 없는 경우라면 극단이 아닌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한 가지는 분명히 결정해 두었다. 유니컨은 2기까지만 하리라고.

6.
얼마 동안은 공부에 몰입하고 싶다. 책읽기 자체도 맘껏 즐기고 독서의 유익도 한껏 얻고 싶다. 공부와 명상을 수행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깨끗하고 고운 마음씨, 균형 있고 깊이 있는 지성, 흔들리지 않되 열려 있는 철학, 타인과 세상을 향한 따뜻함,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의지다.

7.
이 글을 쓰는 아침에도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강연 의뢰가 이렇게 매일 들어오는 편이 아닌데, 하늘이 나의 결심이 얼마나 굳은지 실험이라도 하는 듯 하다. 강연 의뢰를 받아들일 때에는 그저 전화 한 통화지만, 강연일이 다가오면서 교재 송부, 강의안 작성 등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사양했다.

바쁘게 살다가 그 바쁨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전부터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야 한다. 중요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약속 잡는 일을 줄이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3~4주를 살아야 며칠 간의 조용한 시간을 마련할 수가 있다. 휴식과 여유는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외판원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훗날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이런 저런 약속을 하거나 하나 둘 일을 벌이는 것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약속할 때 혹은 일을 시작할 때에는 탁구공 만한 작은 일이었지만, 그런 탁구공이 여럿 모여 시간을 할애할 일이 자꾸 많아진다. 때론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눈덩이가 될 만한 일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단지, 책과 벗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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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장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포스터의 풍광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언덕에 계단식으로 들어선 주택들, 그 사이로 난 도로는 내 앞까지 뻗어 있다. 짧은 스커트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철도 건널목이 "이 곳은 일본"임을 말하고 있다. 나는 저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사실 하나 : 짧은 스커트의 교복은 종종 어른들의 성적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사실 둘 : 나도 어른이다.
두 가지의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또 다른 두 가지의 사실 때문이다.
사실 셋 : 대부분의 여중생들은 (어른들의 응큼함과 달리) 순수하다.
사실 넷 : 나도 어렸을 땐 순수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잃어버렸다. 

순수함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영화 <박하사탕>에서 영호의 부르짖음이 떠오른다.
"나 다시 돌아갈래!"

3.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읽었다. 주인공 가즈코는 열다섯 여중생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즈음, 나도 중학생이 된 듯 했다. 소설 속에 흠뻑 젖어든 것이다. 그리고서 저 포스터를 보았다. 유난히도 짧은 스커트의 학생을 바라보는데도, 나는 순수함만을 느끼었다. 이 때, 나는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를 자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란물과 야한 가십거리와는 더욱 멀어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문득, 정채봉 선생은 나보다 훨씬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다.)

4. 
짧은 스커트의 소녀, 그 뒤로 보이는 건널목 그리고 조밀하게 붙어 있는 건물들은 내가 상상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었다. 나의 상상이 얼마나 실제의 일본과 일치하는지는 모른다. 상상은 대중매체 혹은 내가 본 몇 편의 영화가 준 이미지일 것이다. 설사 직접 내가 일본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내 상상 속의 일본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정말로 날아가서 거리를 거닐며 이렇게라도 말해보고 싶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저 상상 속에서 노니는게 더 나았을거야"

하지만 일본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의 상상이 일본과 일치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의 대답을 일본으로 가야 한다는 표지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을 따를 뿐, 나의 행동에 그럴듯한 이유를 끌어모을 생각은 없다.

5. 
C는 종종 말했다. 태국이 참 좋다고. 다시 가고 싶은 나라 1순위라고. 내가 물었다. 지금까지 어느어느 나라 가보았냐고. 그녀는 태국 뿐이라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혹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태국이 세계 최고의 여행지 같다고. 적어도 서너 군데는 다녀오고서 그렇게 표현하는 게 어떠냐고.

지금은 그 말이 괜히 미안하다. 누구나 체험한 것 이상을 그리워하기는 힘들 테니까. 나에게는 중국이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에 포함된다. 십년 전에 38일 동안이나 배낭여행을 하며 중국의 여러 도시를 주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추억이 나를 강하게 유혹하는 것이리라. 그녀에게 태국이 그렇듯이.

6.
경험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의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인식하고, 갈망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의 경험이 온통 슬프고 불행한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경험'보다 더욱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모든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다. 어제의 나와 결별하겠다는 뜻을 품고 새로운 결단을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면 된다.

7.
우리가 체험한 것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가진 적도 없고, 체험한 적도 없더라도 어떤 것을 그리워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져본 적, 체험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희미하다. 그리움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그리움은 이내 지워져 버릴 것이다.

8.
그래서 우리에게 상상력이 주어졌을 것이다. 마치 체험한 것처럼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미지로 상상하는 힘 말이다. 인생의 진짜 위기는 자원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할 때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저명한 사람들은 종종 지식보다 상상력을 강조했다.

9.
무엇이 상상력을 키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으니 읽어보아야겠다.) 그 책을 읽지 않아도 한 가지의 답변을 분명히 내놓을 수 있다. 소설! 상상력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이다. 나는 지금 일본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덕분이다.

소설, 더 정확하게는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키운다. 영화도 이야기고, 소설도 이야기다. 이야기는 마치 체험한 것처럼 분명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를 간접체험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이처럼 한 사람에게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는 일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종종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는 했다.

9.
팔라우,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브라질은 다시 가고 싶은 나라들이다. 미국, 인도, 이탈리아는 가보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오사카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인상적이지 못했고, 나는 일본 문화에는 무관심했다. 일본어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이 모든 일에 반전이 생겼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읽고서 포스터 한 장을 본 이후로. 우리는 종종 상상하는 것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10.
한참동안 플래너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일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3박 4일 동안의 여유시간을 찾기 위해서. 2월 중에는 없었다. 강연과 세미나 일정이 많았다. 와우들을 만나는 일정도 여러 날이었다. 뭐가 이렇게 바쁘담? 좀처럼 하지 않는 약속 변경을 한다면, 가능한 일정이 있나 살펴 보기도 했다. 하나의 약속만 취소하면 3박 4일을 뺄 수 있는 일정이 있었지만 바로 전후로 강연이 있어서 무리일 것 같다.

3월달 플래너를 펼쳐두었다. 3월은 집중 집필 기간인데... 아! 한 권의 책이 고민까지 안겨 주었다. 오늘의 일본 단상과 그리움은, 절반 정도가 책의 힘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내게 다가온 호기심을 힘껏 끌어안으려는 실천의지 덕분일 것이다. 내가『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오는 타임리프(시간도약)이나 텔레포테이션(신체이동)을 할 수 있다면, 고민은 사라질 텐데! 오늘 잠시 일본에 다녀오면 될 테니까. 호호.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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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랫동안 양준혁 선수를 좋아해 왔다. 그가 삼성에서 LG로 이적당할 때 열받았고, 그가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기뻐했다.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기를 염원했고 그가 은퇴할 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가 없는 프로야구가 아쉽다. 그리고 그립다. 야구장에서 빠라빠빠빰 위풍당당, 빠라빠빠빰 양준혁! 을 신나게 외쳐대던 때가.


왠지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 그도 나를 반가워할 것 것만 같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놀랍게도 그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난 외근 중이었던가 퇴사한 이후였던가 그랬다). 어쩌다 나는 그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연예인이 마치 지인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말이다. 
 


2.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글짓는 실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찰스 핸디, 말콤 글래드웰을 아주 좋아한다. 아! 그들처럼 쓰고 싶다. 물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알랭 드 보통은 프랑스어로 쓰는 작가 아니냐고 질문할 분이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랬다. 그는 영어로 글을 쓴다. 그것도 아주 멋진 문장을 써 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고 지금은 런던에서 거주하는 작가다. 나는 왜 그가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고 착각했을까?

3. 
저 훌륭한 작가들과 비슷하게라도 글을 쓰려면, 한 달에 백여 권의 책을 훑는다는 알랭 드 보통처럼 책을 읽거나 말콤 글래드웰처럼 치밀하게 조사하고 탐구하거나 찰스 핸디처럼 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통찰력을 키워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왜 대가를 치를 생각은 하지 않고 꿈만 꾸는 걸까?


"우리는 어둠 없는 빛을 원하며 겨울의 고난 없이 봄의 영광을 원한다. 그런 파우스트적인 거래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 파커 파머의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파우스트처럼 굴고 있다. 왜 나는, 오늘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일이면 왠지 뭔가 이루질 거라고 착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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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울만 좋은 사람. 실속이 없고 겉모양만 그럴듯한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운 요즘이다.
자기비하는 아니다. 내게는 좋은 모습도 있음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향상되어야 할 모습이 더 많다는 사실도 명심한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가요, 라고 누군가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나의 속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원인은 두 가지다. 내가 겉과 속이 달라서 혹은 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서.
어느 경우든 나의 허울 좋은 모습만 보고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으면 된다.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 맨얼굴로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를.
평소에 맨얼굴을 가꾸어두지 않으면 페르소나를 벗기가 힘들다.
감정, 열망, 충동을 컨트롤하기보다 평판, 소유, 성취에만 신경썼기 때문이다.

맨얼굴을 가꾸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
'존재하기'보다는 '행동하기'에 관심이 많았던 날들이었다.
비전을 세워도 존재지향적 비전보다는 성취지향적 비전이 많았다.
성찰을 해도 미흡한 성취를 분석했지, 미성숙한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2. "오빠는 참 정직한 사람이야."
언젠가 여자 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한 후, 그녀를 배웅해주면서 들었던 말이다.
그녀가 나를 잘못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니체의 말도 떠올랐다.
사랑에 빠진 여인을 두려워하라. 그녀에겐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가치하게 보인다는.

그녀가 무서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녀의 분별력이 흐릿해졌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화를 좀 더 나누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나는 여자 친구를 가족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덧붙이지도 않았고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나를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보다 포장한 말도 없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을 포장하고 과장할 때가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포장할 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허울 좋은 사람이란 말도, 아주 정직할 때가 있다는 말도 나라는 사람을 잘 설명해 준다.
나는, 꿈꾸는 모습에 비하면 허울만 좋은 사람이고 예전의 나에 비하면 진솔한 사람이다. 

이미 가지게 된 진솔함에서 안주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번 여정은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것처럼 쉬운 이동이 아니라
높은 산을 넘어서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기에 글의 서두에 괴로움이라 썼다.

3. 허울만 좋음에서 진솔함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
진솔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진솔할 때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진솔함을 한껏 발휘하려면 페르소나를 벗을 수 있도록 맨얼굴을 가꾸어야 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진솔함에 대한 나의 지식은 여기까지다.

책의 한 챕터를 전부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한 단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이제 진솔함에서 고결함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진솔함을 얻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면 고결함은 용기에서 배려를 더해야 한다.

언젠가 진솔함을 발휘하려고 하다가 상대를 당황케 했던 적이 있었다.
늘 가던 모임에 이번 달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의 일이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일이 있다는 등의 적당한 이유를 찾아 내었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그 달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진솔함에서 배려가 빠지면 상대를 당황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사회적 관계를 위해 페르소나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식자들도 이렇게 말했다. "피해야 할 것은 페르소나에 집착하다가 맨얼굴을 망각하거나
혹은
맨얼굴에만 신경 쓰다가 페르소나를 경시하는 것, 이 두 가지 극단"(강신주)이다.

페르소나를 써야 할 때 맨얼굴을 보여 주거나
맨얼굴을 보여줘야 할 때 페르소나를 쓰면 어색한 상황이 되고 상대를 당황케 한다.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언제 페르소나를 벗어야 하고, 언제 맨얼굴로 상대해야 하나?"
그 때를 아는 감각이 키워질수록 우리는 더욱 현명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트레야를 만나기 전까지의 내 사유였다.
하지만 트레야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탁월한 지성과 영적 각성을 겸비한 켄 윌버의 아내다.
윌버의 말에 따르면 트레야는 내가 추구하는 '고결한' 사람이었다.

"트레야는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 사이에 좀처럼 간극이 없었다.
그녀는 결코 세상과 나누기 두렵거나 부끄러운 '비밀스러운' 생각을 품지 않았다.
당신의 질문에, 그녀는 당신 또는 누군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솔직하면서도 방어적이지 않은 그녀의 화법이 사람들을 당혹케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고결함은 직접적이고 솔직하면서도 사람들을 당혹케 하지 않는 힘이다.
아직 진솔함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고결함을 향한 여정을 알게 되어 신난다. 
여정은 평생 동안 진행될 것이다. 때때로 허울만 좋은 사람으로 전락하기도 할 테지만
내가 진정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락의 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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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없이 어리석다가도 종종 지혜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사람도 인생도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우 지혜롭다가도 한참 어리석어지는 나.

때로는 참 명쾌하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불확실해지는 인생.


나의 의식은 맑고 밝은 것을 좋아하지만,

마음은 마치 파도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을 출렁입니다.

의식과는 별도로 내 마음이 동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지나친 욕심과 불필요한 생각에 마음을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생각의 집입니다. 좋은 생각이 머물게 하면

마음은 평온하고 고요한 집으로 바뀌어 갑니다.

정돈하지 못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마음은 집착과 싫음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집착과 싫어함으로는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결과를 컨트롤하려 할 때마다, 욕심을 끌어안을 때마다

평정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까닭입니다.


마음이 바다라면 생각은 파도입니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밀고 당김을 반복하는 생각은

파도처럼 그저 왔다 갔다 할 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락가락 하는 생각에 휘둘리지 않은 때 깊은 바다와 같은 고요한 마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엔 항상 두 마리의 늑대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욕심과 두려움이 가득하고, 한 마리는 따뜻하고 정직합니다.

어떤 늑대가 이길까요? 우리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길 것입니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임으로 원하는 쪽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염려, 불안, 두려움 대신 신뢰, 평안, 용기를 키우시기 바랍니다.

원치 않는 생각이 찾아들면 그저 마음을 거쳐 지나가도록 놓아두십시오.

생각은 바람 같은 것이니까요. 오직 마음 속에 들이고 싶은 것만 들이십시오.


주의를 기울여 마음 속의 생각들을 살펴 보세요.

윌리엄 제임스는 "내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것이다.

오직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내 정신을 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나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절대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하지 못하겠다고 물러나지도 마십시오.

고승이나 우리나 근본은 하나되, 서로 다른 것을 꾸준히 키워왔을 뿐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먼저 뜻부터 확고히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마음을 지키겠다고 결심하세요.

"어찌 선사들만이 마음의 평온을 누리는가.

나도 일체의 혼돈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겠다."

키와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바꿀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중요한 일을 앞두었다면, 여러분의 마음에게 조용한 시간을 주십시오.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해 마음은 지쳐있을 테니 말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게 하십시오.

바람처럼 지나가는 생각으로 마음을 괴롭히지 마세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자유하세요.

"모든 일의 결과는 나의 그릇대로 지어질 것이다.

바람처럼 왔다갈 생각에 미혹되지 말고

그저 나의 그릇을 더욱 키워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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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가볍고 이것저것 짜집기해 놓은 게 많다는 이유로
일본 번역서를 읽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저 읽지 않으면 될 터인데, 짜증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정 표현이 진솔하다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감정에 쉬이 휘둘리곤 했다.

그는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정신적인 것을 물질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철학용어로 관념론자다.)
실제의 세상은 정신과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은 둘 중 하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람은 물질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보다 우위에 둔다. (이는 유물론자다.)

관념론자는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경박하다고, 고상하지 못하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유물론자는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 
뜬 구름 잡지 말라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그래서 답답하다고.

서로가 서로를 답답하다고 한다. 
정신과 물질의 조화로 이뤄진 것이 세상인데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만 해석하고 그것만 중요하게 여겨서 그렇다.

부부지간에는 각자가 정신중시와 물질중시 중 하나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 
남편이든 아내든 한 쪽은 현실적인 관점으로 가계를 운영한다. (물질중시)
너무 돈만 밝힌다, 고상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지만 실제적인 가계를 책임지고 있다.
다른 한 쪽은 현실감각은 떨어지지만 가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정신중시)

오래 살아 온 부부는 안다. 처음에는 상대의 입장이 이해 안 되고 못마땅 했지만,
살다 보니 서로의 세계관이 상호 보완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음을.
물질을 중시한 쪽은 고상하진 않더라도, 집안 살림은 그로 인해 굴러간다.
정신을 중시한 쪽은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긴 하나 그의 낙관론은 삶의 해독제다.

일본의 실용서들도 물질 중시의 입장에서 보면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책들이 많다. 
내가 만난 그는 자신에게 중요한 관념론(정신중시)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그가 추천했던 책들(몰입이나 티벳의 종교서적들)도 매주 좋은 책들이나
유물론(물질중시)의 입장에서는 모호하고 신비주의적이라는 평을 받게 될 수 있다.

요컨대, 세상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통해 이뤄진다.
관념론은 인간이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데 탁월하다. 『논어』를 보라.
유물론은 실제로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통찰한다. 『군주론』을 보라.
관념론과 유물론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 지혜가 된다.

유물론자가 『논어』를 읽고서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관념론이 인류에게 주는 유익(이상적인 방향 제시)를 발견하게 되면 눈이 열린다.
관념론자가 『군주론』을 천박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유물론적 관점이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지를 발견하면 역시 눈이 열린다.

보이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관념론자가 물질적인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유물론자가 정신적인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한층 더 지혜로워질 것이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잘 이해하는 것을 증오하는 경우는 드물다.
몰라서 오해하고 오해하다 보니 멀리하게 된다.
어떤 것을 싫어하는 감정이 많아질수록 그것을 외면하고 매인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것이다.

알지 못하는 대상을 사랑하기란 힘들다.
잘 보이지 않는 대상을 아는 것도 역시 힘들다.
문제는 우리가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보이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사랑(이해하고 존중)하게 될 텐데 말이다.

여기에 배움의 중요성이 있다. 배워야 보이고 알게 된다.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이 없을 것이다." 학문에 힘쓰라는 순자의 당부다.
내가 날마다 배우려고 애쓰는 까닭은, 보게 되고 알게 되어 결국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사랑할수록 많은 자유를 누린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사랑하진 못하더라도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보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틀리지는 않더라도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지식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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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학생 리노의 인생수업 이야기. "삶은 여행이고 실천이 곧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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