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 6

책, 세심하게 읽지 마라

"선생님, 읽었던 내용인데 기억이 안 나요."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종종 듣게 되는 하소연이다. 독서와 기억의 관계는 복잡하고 모호하다.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라고 처방한다면 독서 선생으로서의 직무 유기거나 독서라는 행위를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표지다. 독서 후의 허접한 기억을 설렁설렁 읽은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읽은 경우에도 책의 내용을 새하얗게 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기억력만 시시한 건 아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의 대표 주자인 몽테뉴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수년 전에 꼼꼼히 읽고 주까지 이리저리 달아놓은 책들을 마치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최신 저작인양 다시 손에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나는 내 기억력..

『평생공부 가이드』개요

4주짜리 리버럴 아츠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권의 필독서를 정했습니다. 『평생공부 가이드』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입니다. 교양교육을 지켜야 하는 이유나 리버럴 아츠에 대한 개념 정의보다는 리버럴 아츠의 '개인적 실현'에 중점을 둔 선정입니다. 교육 정책 입안자나 담당자가 아닌, 학습을 통해 지혜와 지성을 쌓기를 열망하는 분들이 수업에 오시니까요. 모티머 애들러의 『평생공부 가이드』는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을 이해하고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읽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지식의 골자'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공감하게 될 테고요. 학문 분과에 연연해하지 않는 '종합적 학식'을 쌓고 싶은 분들은 두 번을 읽어도 좋겠습니다. 책의 개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독서에 조..

거울과 창문을 닦는 휴일

1. 달력은 일주일에 한번 휴일을 표시한다. 휴일은 내게 정리정돈, 여유, 홀로됨, 자유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날이다. 어떤 이는 주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휴일이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일요일이라 한다. 나는 휴일(休日)이란 말이 좋다. 상형문자의 의미 그대로, 나무 옆에 기대어 쉬는 사람 이미지도 그려진다. 나무에 등을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대지에 맨발로 섰던 적이 언제인가. 산과 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다. 대지는 생명과 역사의 어머니다. 나무에 기대고 대지에 서면, 자연과 역사의 근원에 맞닿은 것이다. 그때 인간은 성찰, 겸손, 꿈에 접속한다. 이것이 휴식의 의미리라. 돌아온 날을 되짚어보며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깊이와 우주의 넓이 앞에서 겸손해지며, 일상의 소용돌이에 내어주었던 꿈을 끄집..

『평생공부 가이드』단상

1. “OOO은 인간 지식의 전 영역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 영역에 익숙하고, 근본적인 개념과 쟁점, 가치를 이해할 뿐 아니라 모두가 바라는 약간의 지혜까지 갖추고 있다.” 모티머 애들러의 『평생공부 가이드』 서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문장입니다. 지식의 전 영역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나와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이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지적 배경이 다른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창의성을 자극할 테고요. 2. 『평생공부 가이드』의 원제는 ‘지혜를 추구하기 위한 평생학습 가이드북(A Guidebook to Learning for a Lifelong Pursuit of Wisdom)’입니다. 매력적인 주제의 책입니다만 사람들에게 쉬이 권할 수는 없겠더군요..

지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했던 찰스 퍼시 스노우의 『두 문화』는 과학의 문화(자연과학)와 전통의 문화(인문,예술) 사이의 간격을 다룬 책입니다. 1959년 5월 7일 스노우는 ‘두 문화와 과학혁명’이라는 강연에서 과학자들의 문학, 철학, 예술 경시 풍조가 그들로부터 창조적 상상력을 앗아간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인문, 예술에 기반을 둔 지식인들의 자연과학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편협한지 역설합니다. 『두 문화』는 이 강연을 엮은 책입니다. 저는 20대 중반에 스노우를 읽었습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더라도 시간을 할애하여 꼼꼼히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세월의 검증을 버텨냈는지 알고 싶을 때,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해야 할 때, 나의 실천을 이끌어내고 싶을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지식적..

강연 안내 <리버럴 아츠>

1월의 강연을 공유합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은 공지라 죄송합니다. 모든 강연을 공유할까 하다가 우선은 하나부터 소개 드려요. 조만간 독서모임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공지도 올리겠습니다. 참가신청은 댓글로 성함/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이후 안내는 단체카톡창을 통해 진행할게요. ^^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폭넓은 지식을 통해 통찰력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리버럴 아츠' 공부를 권하고 싶습니다. 현재 서점에서 소비되고 있는 인문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일견을 가지게 되실 겁니다. '올해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입니다. 리버럴 아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버드를 넘어선 교양수업' http://www.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