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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변들이 정체성이다. 정체성이란,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본질이란 '그것'을 더욱 '그것답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것들의 총합이 나의 정체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나답게'와 '총합'이다. 나답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고, 나답게 만드는 것이 '단 하나'가 아니란 말이다.

2
무엇이 나다운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도 쉽지 않고, 하나의 답변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알기에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한다. 내가 진솔하게 글을 쓴다고 혹은 내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런 말들을 들었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솔하게 글을 쓰려고 애쓰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일상의 모든 순간에 대한 내 반응을 살피며 나를 알려고 노력한 산출물이 곧 글이 아닐까?'
 
3.
나다운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한 현자들과 연구자들에 의하면, 정체성이란 타고난 재능과 기질, 평생을 관통하는 호기심, 멈추지 않는 열망이다. 분명 나다운 것들이고, 정체성을 발견하는 키워드다.


4.
정체성은 평생동안 조각을 맞춰가야 하는 퍼즐과 같다. 조각이 모여질 때마다 '자기'라는 그림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른다고 해서 자기를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다운 것의 총합은 항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5.
모든 사람들은 아직 그 자신이 아니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당신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두 가지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

1) 당신의 '자기를 아는 지식'을 축하한다. (자기를 아는 사람보다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2)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100배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거나 자만에 빠지고 말 것이다.)

6.
누구나 아직 그 자신이 아니기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자신의 저서 『동기와 성격』에서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그것은 평생을 통해서 서서히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과정이란 말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아직 그 자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죽기 직전의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자기발견의 마침표는 없다. 과정만 있을 뿐이다. 

7.
자신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쥐어잡고 싶은 사람들은 종종 불안해하거나 절망할 것이다. 인생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계니까. 인생은 우리의 합리적인 이성을, 치밀하게 세운 계획을, 긍정적인 낙관을 뛰어넘는다. 인생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이성을 발휘해도, 인생이 우리의 이성보다 크다는 교훈을 전해 준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순진한 울타리 안에서는 몰랐던 인생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젊은 사회인들의 중요한 과업이다.

8.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 꼽히는 존 키츠. 그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람이 불확실성, 불가사의, 의혹 속에서도 존재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쓰며, 여기에 "Negative Capability"이라고 이름붙였다. (번역자에 따라 '부정적 수용력' 혹은 '자아 부정 능력' 정도의 말로 번역된다.) 찰스 핸디는 '부정적 수용력'의 의미를 확장하여 실패를 끌어안는 능력까지를 포함했다. 

부정적 수용력이라고 부르든, 지혜라고 부르든, 자유 정신이라고 부르든, 이런 능력은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능력이다. 인생의 불확실성과 실패를 온 몸으로 맞는 사람들만이 인생이 모험이라는 비유를 이해할 것이며, 모험을 떠나는 자만이 자유를 발견할 테니까. 자유는 불확실성을 온 몸으로 직면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요컨대, 정체성을 발견하려면 불확실성 그리고 실패와 더불어 사는 능력부터 익혀야 한다.

9.
나는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크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체성을 발견해야 전진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지만, 실패하기를 두려워말고 선택하고 내달려야 조금씩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다. 정체성의 발견은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감탄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 후에 "음 이건 아니군" 이라는 경험적 직관으로 이뤄진다.

실험이란 실제로 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어 실제로 해 봐야 한다. 자기 발견이 그렇다. 책상 앞에서의 생각만으로는 자신을 알 수 없다. 인생은 자기를 발견해가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인지도 모른다. 헤세의 표현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용기를 내어 많은 실험을 하는 이들이 자기 길을 빨리 찾을 것이다. 정체성은 실험을 즐기는 자들에게 발견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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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하늘이 매우 화창합니다. 구름 한 점 없고 더없이 푸르러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늘의 날씨는 이렇게 좋은데, 여러분 내면의 날씨는 어떠한지요? 월요일이어서 내면의 날씨가 '흐림'인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내면의 날씨를 화창하게 만들 수 있는 초능력이 제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명랑하고 활기찬 기운만으로 한 주를 시작하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으니까요. 애석하게도 내개 그런 능력은 없기에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정말 기분 좋은 한 주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달린 일입니다. 진정 그렇습니다. 내면의 날씨가 쾌청하든 찌푸렸든, 그런 날씨를 맞게 된 것은 외부의 사건과 우리의 동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면 세계를 돌보는 일에서는 최고의 스승이라 할 만한 파커 파머의 말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신의 문제를 '저 바깥'에 있는 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그 문제를 일으키는 데 얼마나 자주 공모해왔는지 알지 못한다. 바깥에 있는 힘이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에서의 잠재적인 협력이 있어야 한다." - 파커 파머

불편한 말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은 결국 당신 탓이오'라고 들려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까요. 월요일 아침, 우울한 기분의 원인은 바다처럼 심오하고(불만족스러운 일과 반갑지 않은 상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 세상살이처럼 복잡하니까요. (몸이 찌뿌둥할 수도, 아내와 싸웠을 수도 있고요.)

우울한 기분이 전적으로 당신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공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지요? 아니면 외부의 상황으로 내 기분을 망치는 것을 잠시 허용해 두었다고 생각하는 것은요?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태도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커 파머의 말이야말로 내면의 날씨를 컨트롤하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불편하지만 마음 깊이 이해하면 진정으로 반가운 사실이 되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 저나 여러분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자극이 어떠하든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최후 반응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주도성' 말입니다. 저명한 자기계발서들이 모두 주도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도 『행복한 이기주의자』도 모두 첫 내용을 주도성에 대하여 썼습니다.) 자기경영에서 주도성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중요한 개념이라면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앎과 이해의 차이는 뭘까요?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면, 이해는 시간 그리고 경험과 함께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앎은 우리를 바꿔놓지 못합니다. 때로는 아는 것에 불과한다고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게도 만듭니다. 

앎과 이해는 다릅니다. 아는 것을 체험할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야말로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은 강력한 것입니다.
앎을 이해로 전환하는 비결은 실천입니다.

자기경영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최근에 꾸준히 운동을 해오지 않고 있다면, 건강 부문에서는 자기경영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거지요. 실천으로 이어갈 때에야 비로소 자기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니, 안다고 해서 섣불리 자신의 자기경영 수준이 괜찮다고 낙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식과 삶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편에 속합니다. 반면, 타인의 행동에 관련된 문제는 자신의 영향력을 높임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날씨와 교통체증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주도성을 발휘한다는 말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컨트롤 불가능한 일은 수용하는 것입니다. 

알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나는 주도성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잘 '실천'하고 있는가?" 주도적인 사람,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나 상황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불어올 반응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기! 이것은 자기경영의 중요한 훈련입니다. 봄을 맞이할 이 즈음에 주도성을 훈련해 보는 것은 어떠한지요?

여러분 집에 주도성을 다룬 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첫번째 습관,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제1장 '내 인생은 내가 지휘한다'이 주도성에 관한 대목입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서 폰더 씨가 받은 7가지 선물 중 첫번째도 주도성에 관한 것이었죠. "나는 내 과거와 미래 인생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진다"는 교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해하는 비결이 실천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서 빨리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보다는, '하나씩 익혀 간다'는 결심으로 느긋하게 읽어야 할 것입니다.  배운 것(學)을 익힐(習) 때에 비로소 학습(學習)이 이뤄지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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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석에 쓰인 유명한 이 말은  
만약 내일 아침, 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내게도 잘 어울린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유명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언제 세상을 떠나든, 나는 내 삶을 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종종 표류하거나 엉뚱한 섬에 도착했지만, 항상 떠 있었다."

자기를 신뢰하지 못하면 인생의 바다에서 떠 있을 수 없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실행하지 못하거나 생각에만 잠겨 있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방향 조절을 위해 사방을 관찰하면서도 항해를 멈추지 않는 항해사처럼 살고 싶다.

2.
“70이 넘어서도 계속 글을 쓸 생각이야.
마흔 이후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 위해서
먹을 것 이상은 돈 벌지 않겠다고 각오했지.
그때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어.
좋아하는 글 쓰고, 좋아하는 작품 번역하고,
낚시도 가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고.”


소설가이자 걸출한 번역가인 안정효 선생의 말이다.
내가 서른 다섯이 되던 해, 그러니까 2012년 1월 8일에
나도 똑같은 결심을 했기에 선생의 저 말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 내가 원하는 방식의 강연만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것도 그달 필요한 돈벌이가 끝날 때까지만 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안 할 수는 없었던 강연이 오늘로써 끝났다. 작은 해방이다.

멋진 옷이나 불필요한 물건들에 욕심이 생겨 그것을 가지려면 일을 해야 한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남은 두 가지를 불러 들인다.
돈을 번다는 가능성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다른 모든 가치 위에 두기로 했다.
어떤 이들은, 포기하는 것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것은 착각이다. 나는 이제 착각과 기대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3.
인물 연구는 유익하다. 버나드 쇼, 안정효 선생을 잠깐 생각했는데도 배움이 크다.
누군가의 불찰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들은 내게 반면교사가 되어 준다.
누군가의 위대함을 만나게 되면 나는 깨달음을 얻거나 열정을 회복한다.

2012년에 내가 연구해 볼 인물들을 정해 보았다.
유진 피터슨, 켄 윌버, 에리히 프롬, 파커 파머, 니코스 카잔차키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괴테, 오에 겐자부로,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7명의 와우연구원.

일년 동안 연구한 인물치고는, 무엇보다 저들의 명성을 고려한다면 너무 많다. 
하지만 얕고 피상적으로 알아가는 나의 기질을 감안하면 적당한 공부 방식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깊이를 추구하긴 하지만 여전히 산만한 나의 기질을 한껏 고려했다는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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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어제는 후배 연구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친하게 지낸 사이였지만, 이미 강연 일정이 잡혀 있었다. 결혼식 참석을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강연이 취소되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달래는데 애를 먹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은 원래 가지 못했던 거였고, 가야 하는 강연이 취소되었으니... 와! 나만의 시간이 생겨났네.'

결혼식에 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혼자 있고 싶은 열망이 더 컸다. 연구원 동문회장으로서의 역할 중 하나로서도 경조사 참석은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혼자 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다.

2.
결혼식 20분 전에서야 집을 나섰다. 고민을 거듭하느라 참석을 결정한 게 다소 늦었던 것이다. 결정한 이후에 신속하게 움직였지만, 샤워를 하고 모처럼만에 정장을 꺼내 입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서둘렀지만, 버스 타고 가기에는 빠듯했다. 예식장까지는 대중교통으로 25분~30분, 차로 이동하면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어떻게 가야 빨리 갈 수 있을까?

차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차를 잘 몰지 않지만, 특히 주말에는 오피스텔 주차장 입구가 혼잡하기에 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 편이지만, 나는 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종합운동장에서 코엑스로 가는 도로는 차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를 타고 가는 게 빠를 것이라 판단했다. 이 결정이 불러올 결말은 전혀 예상 못한 채로.

3.
차에 탔다. 시간을 확인하니 2시 40분. 그렇다면 차가 살짝 막히더라도 제 시각에 도착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희망은 좋은 길벗이지만 종종 좋은 안내자는 아니다. 희망은 주는 긍정적 착각을 삶을 살아갈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희망이 주는 독도 있다. 그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잘 될 거라고 믿거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경우다. 

주차장 출입구를 향해 우회전을 하자마자, 나의 희망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때도 희망이 남아 있긴 했다. 제 시각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 겨우 20m 즈음 전진할 뿐이었으니까. 오피스텔 주자창을 나서기도 전에 시간은 3시를 넘어섰다.

내 차 뒤에도 행렬은 이어졌기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차를 다시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가더라도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순 없었다. 나는 꼼짝없이 차 안에서 30분을 보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밝은 햇살이 가득한 날씨가 얄미웠다. 날씨는 내 마음과는 정반대였다. 탈출구가 없는 거대한 우주 차원의 감옥에서 지금 막 탈출한 느낌이 들었지만, 날씨는 매우 화창했고 맑았다.

4. 
난관이 끝난 건 아니었다. 주말에는 롯데마트,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토이저러스 등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오피스텔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다. 이 차량들로 인해 오피스텔을 빠져나가는 데에 무척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실 나는 주말 이 시각 즈음에 오피스텔 창을 통해 이 광경을 내려다 보곤 한다. 고약한 심성인 듯하나 꽉 막힌 차량 행렬 보며 재밌게 웃곤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의 한 가운데에 있어 보니 전혀 재밌지 않았다.

'이게 뭔가?' 라는 생각도 들고, 슬슬 열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결혼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차려 입은 정장도, 반짝거리는 구두도 무색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아가 더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컨트롤 할 수 없는 것 : 교통체증, 결혼식 시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 처한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

우선 상황을 직시하고 결혼식을 포기했다. 아쉬움과 짜증은 그대로였지만, 포기하고 나니 어깨 위에 놓인 무게가 깻잎 한 장 정도만큼은 가벼워진 듯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없지만, 샤워하고 옷을 차려 입은 게 억울했다. 나는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사거리를 한바퀴 돌아 귀가할 것인가, 아니면 어딘가로 자동차를 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멈춰 있는 차 안에서.

5.
내가 내린 결정은 두 가지였다.
1) 엔진오일 교환하기
2)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가서 책 읽다 오기
 

누구랑 함께 갈까, 를 두고 잠시 생각했지만 혼자 가기로 했다. 결정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엔진오일 교환하러 가는 길도 막혔으니까.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결혼식장 부근을 지나칠 때의 시각은 3시 50분이었다. 결혼식 참석을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포기되었을 법한 이런 상황에, 나는 무얼 믿고 차를 끌고 나온 걸까? 하하.

6.
집을 나선지 2시간이 지나서야 헤이리예술마을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차를 타고 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냈기에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이런 생각들을 했다. 나의 일하는 방식, 특히 효율성에 대한 생각들.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지는 못한다는 결론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열정, 지식, 성실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나는 나름대로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지만, 드러커가 성과에 필요한 능력으로 제시한 목표달성능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헤이리에 도착할 즈음에 결론내려진 자가진단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유쾌하거나 기분이 뜨는 즐거움은 아니었다. 차분하면서도 고요한 평온에 가까운 것이었다.

7.
차에서 내리니, 해가 서산에 떠 있었다. 측광이 예술마을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욕심이 생겼다. 석양을 받아 예쁘게 반짝거리는 카페들 사이로 난 길도 걷고 싶었다. 한길사가 운영하는 전시형 서점에서 책을 보려 했던 원래의 욕심과 충돌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이 마음을 분주하게 했다. 

나는 하나를 포기했다.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다. 시간 안배를 잘하여 두 가지를 모두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저 하나에 시간을 듬뿍 주자고 생각했다. 우유부단은 안 좋은 결정보다 나쁜 것이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 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나만의 결정 원칙을 상기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책이었고, 책을 구입하여 카페에서 독서하기 위해 이 곳에 오기도 했다. 
 
8.
한 시간 후, 서점을 나서는 나의 두 손에는 봉투 2개가, 봉투 안에는 9권의 책이 나뉘어 들어 있었다. 『아도르노』,『하이젠베르크』,『정신, 자아, 사회』(조지 허버트 미드 저),『역사를 위한 변명』,『타키투스의 역사』 등의 책이었다. 아도르노는 비판 이론과『계몽의 변증법』으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의 대표 주자다. 『아도르노』는 2세대의 거장 하버마스를 읽기 위한 초석을 쌓기 위해 선택한 책이다.

슐라이어마허의 철학을 소개한 『지평 확대의 철학』은 '점진적 자기발견의 정신탐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놀라워하며 구입했다. '점진적 자기발견'은 나도 자주 쓰는 용어이기도 했으니까. 전공자를 위한 난해한 철학서지만, 이번에 쓰려는 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구입했다. 사실 아닐 것을 알면서도 그저 '알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에 구입한 까닭이 가장 크다.

9.
카페에 앉아서는 고명섭 기자의 책을 읽었다. 그는 훌륭한 독서가이드다. 지적 호기심이 무척이나 강하여 서평가로서는 아주 멀리까지 나아갔다. 나를 포함하여 독서법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보다 내공이 훨씬 깊다. 로쟈는 고명섭의 『즐거운 지식』에 아래와 같은 추천사를 썼다. 책의 바다를 항해할 때의 '일등 항해사' 고명섭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 관한 책’을 두 권 냈지만,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일은 내게도 언제나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심이 우리를 매혹하면서도 두려움을 안긴다.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디쯤 읽고 있는 것일까란 물음에 한번이라도 붙들려본 독자라면 ‘일등 항해사’의 고마움을 알 수 있으리라. 그 바다의 유혹과 폭풍에 맞서 ‘두려움을 모르는 자’ 고명섭 기자는 오랫동안 내게 그런 ‘일등 항해사’였다. 서평을 일삼아 쓰면서도 그는 ‘앎의 기쁨’과 ‘배움의 즐거움’을 항상 누리고자 했고 전달하고자 했다. 덕분에 나도 기쁘고 즐거울 때가 많았다. 『즐거운 지식』은 그런 기쁨과 즐거움을 그러모은 선물 보따리이자 묵직한 도전장이다. 한번 읽어보라고 그가 우리 앞에 던져놓는 ‘프로블레마’다. 이 갑판 위의 씨름이 한 번 더 흥겹고 즐겁다. 문제를 사유하는 자의 즐거움이다.
무척이나 재밌게 읽다 보니 배가 고팠네요." - 로쟈 이현우

나는 2시간 동안 고명섭의 책을 읽었는데, 일등 항해사의 가이드를 받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그의 책은 그간 공부한 나의 얕은 지식이 정리되도록 도와 주기도 했고,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재정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왕성한 지식욕을 불사질러 주어 고맙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다. 또 사야 할 책의 리스트가 늘어났으니. (요즘 나의 책 구매 속도는 엄청난 과속이다.)

10. 
배가 출출해졌다. 나는 헤이리예술마을에 갈 때마다 들르는 카페 '파머스 테이블'에 갔다. 치즈 포테이토와 햄버거 맛이 기막히는 곳이다. 나는 파머스 세트를 먹으며 다시 책을 읽었다. 고명섭의 책을 읽기도 했고, 명상을 즐기기도 했다. (말이 즐긴 것이지 아직은 고행 수준이다.)
밤 9시가 넘자, 홀을 서빙하던 직원이 퇴근하려고 옷을 갈아입었고, 손님들도 줄었다. 나도 집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으면 딱 좋을텐데, 결혼식에 가느라 가방도 없이 나왔기에 카오디오의 음악을 들어야 했다.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take 5'를 필두로 재즈곡을 연달아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헤이리로 갈 때보다 즐거웠다. 여전히 들뜬 즐거움이 아니라 차분한 평온의 감정이었다.
돌아올 때에는 45분 만에 왔다. 밤이라 살짝 밟긴 했다.

결혼식에 가지 못해 짜증으로 시작한 외출이었지만, 마무리는 뿌듯했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고 귀가하는 기분이랄까.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머물렀던 3시간 30분 동안 한 일은 신체적, 정신적 양식을 먹은 것 뿐인데도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혼자 먹어도 괜찮을 만큼. 그리고 하루는 꽤 길다. 짜증과 만족감이 하루 동안에 모두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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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부터 새롭게 시작할 세미나 <독서대학 : 세계문학편>의 수업료를 두고 고민했었다. 진행자인 나도 배우는 점이 있을 테고 참가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가자는 원칙만 세워 둔 정도였다. 자기계발 시장의 높은 가격대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 가격을 염두에 두고 생각 중이었다. (합리적인 기준이란 것도 주관적이긴 할 것이다.) 30만원, 25만원, 20만원 이렇게 세 가지의 옵션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혜민 스님의 글로써 고민을 종결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은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알고 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p.56

2.
'7명,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만원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혜민 스님의 말로 나를 설득했다. 멋진 말에 순간적으로 감동한 것이라면, 감동이 사라진 후에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결정에 기여한 것은 감동만이 아니다. 약간의 손해를 보면서 살 때 비로소 주고 받는 것이 비슷해진다는 것은 평소의 내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니 결정, 20만원!

3.
결혼을 앞둔 후배를 만났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비는 '당연히' 내가 낼 생각이었다.무엇 때문에 내가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선배여서?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둘 다 이유일 것이고, 몇 가지의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하철역에서 만나 백화점 식당가로 갔다. 나는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골랐고, 그는 나보다 비싼 메뉴를 골랐다. 함께 먹었기에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시고 일어날 때, 그가 말했다. "제가 낼께요." "아냐, 내가 낼께." 나는 얼른 계산서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점심 식사 치고는 비싸게 나왔다.
3만 7천 5백원을 계산하며, 
아주 잠깐동안 '내가 안 내도 되는 건가?'를 생각했지만, 이내 '조금씩 손해 보며 살자'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 생각은 맞는(right) 걸까?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테지. 배려와 도덕은 지켜지면 좋은 것이지만, 세상에는 그것 외에도 멋진 가치들이 많고(창의와 즐거움 등), 배려와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비도덕이고 배려하지 못함이다. 

다행하게도, 내가 비싼 돈을 내면서도 괴롭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다. "조금씩 손해 보며 살자"는 생각이 내게는 그럭저럭 맞는(fit) 셈이다. (손해를 보며 괴로워지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균형점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4.
손해 보며 사는 삶의 은근한 동기는,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획득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손해를 선택하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평판의 획득이 아니라, 보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궁리한 결과로 손해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베풂'의 모양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분될까?

아마도 끝이 다를 것이다. '전략적 선택'의 끝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은 이득일 것'이라 생각하며 부분적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이 뒤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손해 보는 것이 결국 주고받음의 균형을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합리적 선택'의 끝은 평온함이다. 자신의 내적 가치를 추구할 때마다 온전함에 가까워지고, 그 때마다 느껴지는 평온함 말이다.

5.
매번 나의 손해가 전략적인 술책인지, 합리적인 순수함인지 따져볼 필요는 없다. 구분하기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어느 하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를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사람과 순수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들어 있을 테니까. 둘을 구분하려는 노력보다 합리적인 순수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마음 속엔 항상 두 마리의 늑대가 있다. 한 마리는 이기적인 욕심과 두려움이 가득하고, 한 마리는 따뜻한 의지를 지녔고 선하다. 어떤 늑대가 이길까? 우리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이기적인 본성을 지닌 우리가 손해를 보며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손해를 보며 사는 일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까지 돈과 행복은 함께 가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오피스텔은 비싼 임대료에 걸맞게 시설이 좋다. 주방에는 전화와 라디오가 내장되어 있는데, 나는 이 작은 편의시설 하나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심리학의 통찰을 경제학으로 흡수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네만 교수는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연봉이 9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2만 달러 미만인 사람에 비해 두 배 이상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연봉 5만 달러를 버는 사람과 9만 달러를 버는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돈이 많아진다고 행복이 마냥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감이 떨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행복에 큰 도움을 주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돈이 행복에 주는 영향력은 극도로 미약해진다. 행복에 관한 카네만의 연구 결과는 손해 보는 삶의 한계와 필요성을 모두 이해하게 한다.

한계는 손해 보느라 자기 삶을 지켜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일정 수준의 수입을 지켜내지 못하면서도 손해 보는 삶을 지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면, 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을 위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그 때도 손해 안 보려고 바득바득 살아갈 필요는 없다.

7.
손해 보며 사는 삶을 추구하든, 또 다른 어떤 가치를 추구하든 그것은 이차 문제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수입의 확대 말고도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가 되는 삶 말이다. 이기적인 본성 대신 선한 의지를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본래 내 마음에는 선함이 없었다. 선한 행동이 쌓여가면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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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를 만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다. 교보문고에서 만나 가까운 카페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직전에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받아 든 광고 전단지를 D에게 건네 주었다. 녀석이 내게 물었다. "이게 뭐니?" 일단 질문을 이끌어냈으니, 성공적인 장난이었다. 나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쓰레기."

"역시,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오는군. 어이구! 이 쓰레기통 같은 놈."
녀석은 나를 짓밟는 유머를 했다.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투로 던진 녀석의 말은 무지 웃겼다. D는 덧붙였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속에 가득 찬 것이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라고."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2.
D는 전도사님이다. 그도 교회에서는 점잖은 전도사님이겠지. 나도 와우스토리연구소에는 폼 잡는 선생이다. 하지만 우리도 친구지간으로 만나면 유치하고 짖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어린아이가 된다. D가 이 말을 들으면 바로 대꾸할테지. "이 자식이 돌았나? 너 혼자 유치한거지. 나까지 끌어들이고 난리네." 그러면 나는 또 한바탕 배를 잡으며 웃을 것이다.

3.
카페에서는 자뭇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평소에 궁금했던 이것저것에 대해 물었다. 사본학, 칼 바르트의 신학, 『야곱』이라는 책의 탁월함 등 우리의 대화 주제는 꽤 깊었다. (대화 내용은 얕았다.) D는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간단히 끝났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 혹은 한 사람이 얼마나 복합적인 면모를 지녔는지에 대한 말이었다.
"결혼 첫해에 아내를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 해가 되니까 새로운 면이 또 나타나더라고. 올해는 또 다른 면이 나타났지. 정말 놀라워." 여기까지는 해도 나는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말을 듣고서야 '함께 행복하게 살기'의 어려움이 진하게 전해졌다. "결혼 전의 모습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빙산의 일각."

나는 플래너를 꺼내 '빙산의 일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적으며 생각했다. '일각'의 경험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일은 다행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결혼을 못할 테니까) 불행한 걸까? (결혼한 후에 빙산을 발견하며 당황할 테니까) '빙산'까지 안다고 생각하며 결혼할 수많은 커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들은 사랑의 힘으로 선견지명을 발휘한 것일까? 아니면 사랑에 눈이 멀어버렸기에 결혼에 성공한 것일까?


4.
D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곰돌이 푸우 인형이었다. 가방에 왠 푸우? 정말 예측못할 전도사님이다. 요즘 인형뽑기가 취미란다. 동전을 놓고 갈고리 모양의 걸개를 전후좌우로 조정하여 인형을 건져 올리는 기계 말이다. "내 카톡 사진 못 봤어?" D가 묻길래, 얼른 카톡에 등록된 그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을 보고 웃었다. 인형이 소파를 점령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모두 자기가 뽑은 인형이란다. D가 사진 밑에 적어 둔 글귀를 보고 또 한 번 웃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소파에 충만!"


5.
D와 나는 매우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의 만남은 인생의 활력소다. 우정이 중요한 까닭이다. 우정을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는 깊은 우정을 쌓거나 속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거의 불가능함을. 존 오트버그는 이런 말을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우정,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부부애 등을 전자레인지에 음식 데우듯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6.
물론 30분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곧 우정이나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정과 사랑 모두 속깊은 대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서 D에게 아쉬운 점이 생긴다. 우리는 고작 2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생각해 보니, 지난 만남도 
2시간만을 함께 했었다. 그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우리는 친.한. 친구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D도 나처럼 인생의 여유를 만끽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할 일은 많고 세상 돌아가는 속도는 엄청 빠르다 보니 풍류를 즐기는 법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는 공부도 해야 하고(아직 신학생이다), 사역도 해야 하고(전도사님이니), 아내와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그녀는 함께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도 해야 할 일은 늘 넘쳐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정을 쌓는 일에 시간을 듬뿍 주기란 쉽지 않다. 좋은 삶, 균형 있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노력할 때마다 삶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사실이 참 좋다.

7.
봄에 만날 때에는 3시간 동안 이야기나누자고 말했다. 알겠단다. 나는 또 쓰레기 같은 걸 준비할지도 모르겠다. 녀석을 골탕먹일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매번 기막힌 반격을 주는 녀석은 설교 준비는 안 하고,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농담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닐까? 참 좋은, 재밌는, 고마운 친구다. 그에게 <목회와 신학> 정기구독을 신청해 주었다. 마음은 3년짜리이지만, 1년치 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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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어젯밤 씻지 못하고 잠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빨 만이라도 닦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쩔 수 없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 나는 꽤 피곤했다. 아마도 어젯 밤에 진행했던 <1인 기업가 대담회>가 참가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참가비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위로가 되었다.

2.
대담회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준비했다. 1인기업가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론)과 '시도해 볼 만한 도구'(실천). 사전 질문에 기반하여 이론 파트를 준비했고, 유용할 거라고 생각되는 실천 도구들을 몇 가지 개발하려고 애를 써 두었다. 시간 조율만 잘 해냈더라면 괜찮은 시간이 되었겠지만, 실천 도구를 설명할 때에는 이미 예정된 종료 시간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이론 : 실천 = 7 : 3 정도의 균형 잡힌 대담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

3.
이런 결과를, 나는 대담회 시작 즈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담회 시작회를 이런 말로 열었으니까. "오늘 이 시간이 즐겁고 여러분에게도 유익하다면, 오늘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2차 대담회를 진행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습니다." 7 : 3의 비율을 꿈꾸었지만, 오늘은 이론만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었던 것이다.

마음 속에 은근히 품었던 생각들도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문장을 쓰자마자, 나는 의지가 흔들릴 만큼 몸서리를 쳤다. 생각의 힘이 섬뜩할 정도로 강력하게 다가온다. 물론 입 밖으로 내었던 영향도 있겠지만, 말의 근원은 마음 속의 생각이었다. 범죄도 마음 속의 어두운 생각이 현실 속에서 적절한 기회를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4.
완벽주의자는 자주 지친다. 가혹한 기준 앞에 자신을 세우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과한 기준이라 생각될 테지만, 비현실적인 기준을 세운 것은 결국 본인이다. 그들은 좀처럼 타인을 칭찬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기준을 통과하는 이들이 매우 드물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두려워 하고 결과를 지향하면서 최고가 되려고 애쓴다. 탁월한 사람은 성공을 기대하고 과정 지향적이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완벽주의의 모든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패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 그들의 비현실적인 생각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탁월함을 향해 노력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행해온 노력 덕분인지 완벽주의로 인해 지치는 일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들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함의 추구 대신 탁월함과 온전함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정교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5.
다행스러운 사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거나 나에 대한 평가를 좋게 만들려고 나를 꾸미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가 나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의 깊은 안정감을 소유하지는 못했지만, 외부 세계에 휘둘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완벽주의로 나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에도 내게 숨쉴 공간이 되어 준다.

6.
나의 관심, 나의 문제에만 함몰되지 않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여전히 이기적인 나지만, 종종 선한 의지를 발휘하여 이기적 본성을 이겨내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완벽주의로 타인을 질타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일들로 나를 괴롭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비결은 타인과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항상 나만 들여다보면(그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더라도) 오히려 나의 문제 속에 휘말릴 때가 많다.

7.
오늘은 수많은 날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모든 하루는 특별하다. 어떤 하루도 지나가고 나서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내일이면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는 듯 하지만, 날짜가 바뀐 24시간이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 우리는 같은 시간을 두 번 살 수 없다. 오늘을 눈부신 하루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기경영의 정수다. 잘 보내는 오늘이 쌓이면 멋진 인생이 된다. 오늘을 힘차게 아름답게 자유롭게 살고 싶은 까닭이다.

'오늘'은 특정일만이 아니다. 날마다 맞이하는 그 날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산다.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앗아가는 2인조 강도다." 내가 주문을 외우듯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글을 쓰는 지금은 이를 닦은 이후고, 대담회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냈으며, 완벽주의에 빠지려는 나를 관찰하여 구원해 내었다. 이 모든 것은 현재에 집중하여 오늘을 잘 살기 위한 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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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성,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출발점
- 에릭 부스의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고

1.
그는 구도자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인생을 이해하고 지혜를 구하고자 오대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 속에서 정각 9시 취침과 새벽 4시 기상을 기본 생활 수칙으로 여기며
미숫가루와 신선한 채소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겨울엔 아궁이에 불도 때지 않고 냉방에서 생활하며 심신을 단련시켰다. 
단전호흡을 하고 매일 100리 길을 산책하며 구도자처럼 살았다.
20년 세월을 보내니, 그를 지칭하는 말들이 생겨났다. 
오대산의 현인이라 불리는 박해조 선생의 이야기다.

박해조 선생의 지혜는 한없이 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쓴 책을 쉬이 권하기는 힘들다.
난해하기보다는 내용과 표현이 생경해서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분명할 테니까.
아마도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팔렸을 텐데, 나도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다.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즐겁게 풀어야 할 ‘놀이’에 불과하다고, 책은 말한다.
요컨대, 인생살이는 3가지의 놀이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그리고 문제해결 놀이.
나는 글에서도, 강연에서도 박해조 선생의 놀이 비유를 소개하곤 했다.
사명완수 놀이를 덧붙이며, 나는 인생을 4가지의 놀이로 생각한다고.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은 '삶은 3가지의 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수 있으면 살아가는 태도와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많은 구루들이 관점 전환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다룬 까닭이다. 
구루들마다 관점 전환을 조금씩 다른 명칭으로 불렀지만, 핵심은 하나다. 
관점을 바꾸면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하는 행동이 달라지면 얻는 결과가 달라진다! 

2.
찰스 핸디와 톰 피터스는 경영학의 구루들이다.  
그들 모두 관점 전환의 중요성을 재구성 Re-framing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찰스 핸디는 『비이성의 시대』에서
"관점을 전환하는 재구성(Re-frame)은 사물, 문제, 상황, 사람 등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보거나 앞뒤를 바꾸어서 바라보기, 
다른 배경이나 맥락 속에 놓아보기,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기,
대재앙이 아니라 가벼운 딸국질로 간주하기" 등이 그 예다.
재구성의 달인이 되려면 "기존의 방식에는 '왜지?'라고 되묻고,
재구성 작업으로 얻은 대안에 대해서는 '안 될 게 뭐야?'라고 묻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렇게 묻기만 해도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톰 피터스 역시 『The Project 50』[각주:1] 에서 이렇게 썼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재구성이다.
모든 업무를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로 바꾸는 일이다!"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와우 프로젝트의 세계는 이 하나의 단어를 기초로 한다. 재구성(Re-frame)!"

스티븐 코비는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이 처음 사용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을 설명했고 관점 전환(
패러다임 시프트 paradigm shif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구성을 뜻할 법한 용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Re-imagine이다. 
Re-frame 이란 단어가 보편적이지만, 관점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이란 점에서 나는 Re-imagining이 더 좋다.

Re-imagine은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의 원제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개념으로 웹에는 종종 등장한다.)

3.
박해조 선생은 삶의 관점을 전환하라는 말을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냈고
찰스 핸디는 학습 과정에서 재구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톰 피터스는 선동가답게 재구성으로 독자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톰은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다음과 같은 행동법칙을 적어 놓았다.

(1) 현재 프로젝트를 한 페이지로 설명하라. 
명함철을 뒤적여 3~4명의 멋진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내라.
재구성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2) 가장 멋진 사람과 48시간 이내로 약속을 잡아라.
프로젝트의 전권을 그에게 넘긴다면 어떻게 재구성할지 물어보라.  


4.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이하『일상 예술』)의 핵심 아이디어도 재구성이다. 
저자 에릭 부스는 '예술'을 도구로 가져와
삶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한다.

"섹스를 다른 사람에게 대신 부탁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전문가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무척 클 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은 매혹적인 것들과 끝없이 교감하는
우리의 타고난 예술적 권리를 되찾는 데 있다."


책이 지향하는 곳은 예술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의 예술화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거나 예술 입문을 권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예술처럼 살라고, 특히 예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그것이 곧 예술이다.
인간이 빚어내는 예술의 스펙트럼에서 우리의 일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예술은 또 다른 한쪽 끝을 차지한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정성스럽게 차린 저녁 식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다른 쪽 끝에는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책의 제목에도, 본문에도 줄곧 예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고
하루를 경영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예술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술은 삶의 관점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일상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삶의 순간마다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다.

5. 
"예술이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예술은 '짜맞추다'라는 동사로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이란 일련의 경험이나 실험처럼
무엇인가를 관찰해서 얻어내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예술이 어떠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책의 아이디어는 너무 비약적인 것이 되지만

예술의 어원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에 주목하면 이 책은 인생경영의 잠언집이 된다. 

6. 
그렇다면 예술 행위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 행위는 3가지다. 세상 만들기, 세상 탐구하기, 세상 읽기.
세상 만들기는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는 행위다. 
세상 탐구하기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행위다. (호기심, 사랑, 감정이입이 중요하다.)
세상 읽기는 평범한 부분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행위다. 
창조하고 배우고 의미를 찾아내려는 모든 노력이 예술 행위라는 말이다.

삶의 경영에 예술 행위의 과정을 도입하라는
책의 핵심 아이디어가 아주 매혹적인데도, 책을 이해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3가지의 예술 행위를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들고 배우고 의미 찾기를 각각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라는 비유로 전환한 것과
거기서 다시 비유로 사용한 개념(세상)을 설명하다 보니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3가지의 예술 행위에 대해서는 '3장 : 일상 창조의 조건'에서 자세히 기술된다.

7.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뉜다. 
다시 소주제로 구분되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챕터 구분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Chapter one. 책의 메인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예술의 본질은 결과(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행위)에 있다.

Chapter two. 결과물(예술 작품)이 아니라,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예술 행위)을 소개했다.

걸작 탄생의 원천 5가지로 열망, 관찰, 비유, 재구성, 참여를 들었다.
당연히 나와야 할 내용이고 모두 예술 행위의 중요한 재료들이다.


Chapter three.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 라는 예술 행위를 파고든 장이다.
책의 핵심 주제는 '예술 행위'를 구체적으로 다루었기에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2장과 3장의 순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Chapter four. 예술 행위를 시작하기 위한 조언 등의 실제적인 문제를 다룬 장이다.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정신을 소개하며 열망과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의 구조는 안정적이나 챕터의 내용이 어색하여
다른 챕터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었고, (아마추어 정신)

챕터의 순서에 대하여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니, 괜찮은 구조다.


8.
책을 읽다가 자주 톰 피터스를 떠올렸다. 
재구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먼저 깨달음을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시드니 코퍼레이션의 필 다니엘스의 말을 들려 주며
내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뛰어난 실패에 상을 주어라. 그저 그런 성공에는 벌을 주어라."
(Reward excellent failures. Punish mediocre successes.)


『The Project 50』책의 여백에는 2002년 9월에 써 둔 메모도 있었다.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었다.
또 하나의 그저 그런 성공을 거부하자.
주어진 임무를 재구성하여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로 만들자.
실패하더라도 뛰어난 실패가 되게 하자."


2008년에는 톰 피터스의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예술 작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나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몽골의 초원과 하늘만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한 통의 이메일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진정 내 삶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에 있는가?
아름다움은 예술과 자연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도, 나의 일에도 아름다움을 조각할 수 있다."


9.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그리고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가 재구성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또한 어느 정도는 재구성에 성공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예술』을 일독한 것은 도움이 됐다.
재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할 수 있었으며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거나 배움을 더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상 예술』이 재구성 그 이상을 다뤄준 덕분이다.


예술가처럼 살아가라는 관점을 제대로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 (재구성)
예술이 이뤄지는 과정(예술 행위)을 보여줌으로 재구성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게다가 예술 행위의 원천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고
아마추어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뤄주었다.

보상을 바라지 않기에 더욱 순수한 열망으로 몰입할 줄 아는
아마추어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아마추어의 열의를 지니지 않고 탁월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없음도 상기했다.

10.
첼리스트 요요마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우리의 삶 자체"다.

『일상 예술』을 읽은 이가 시도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일상 예술가가 되어 날마다 예술을 행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예술 행위에 몰입할 것이다.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일상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면서.

내 삶이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꿈꾸고 도전하고 실천하고 싶다.
2
008년에 썼던 나의 글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자, 이제 일하러 가자. 일감바구니를 뒤적여보자.
한 가지 업무를 꺼내 Beautiful하게 만들 방안을 생각해 보자.
필요한 것은 재능과 최고의 지식이 아님을 명심하고 시도하자.
집중력을 발휘하고 상상력을 덧입혀 업무의 개념을 재창조하자.
나는 평범한 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고객을 ‘열광하는 팬’으로 만드는 유혹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것이다.
나는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변화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하루를 멋지게 사는 비결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상 예술가다.

Wow를 조각하는 예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1. 『The Project 50』는 2002년에 출간된 『와우프로젝트 1, 2, 3』중에 두 번째 책인데 절판되었음. 2011년에 세 권을 합본하여 『와우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음. (21세기북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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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휴일 오후, 양평 서재의 책장을 정리했다. 책장 정리는 즐겁다. 읽고 싶은 책을 꿈꾸는 시간이고, 읽은 책을 확인하며 되새기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책기둥을 살피다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발견했다. '어? 밀란 쿤데라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별 일 아닌데, 반가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말고도 한 권 더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랐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글자로는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단어라는 사실은, 책 뒤표지의 글귀를 통해서야 알았다. 쿤데라의 '향수'는 Perfume이 아니라, Nostalgia이었다. 파트리크의 『향수』는 읽었으니, 언젠가 밀란 군데라의 『향수』도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뒤표지의 글을 읽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이다. 괴로움은 '알고스'이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탤지어'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생긴 괴로움이다. 향수는 무지(ignorance)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무엇이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잃어버린 유년기 또는 첫사랑에 대한 욕망."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는 안개 같은 글귀였다. 이해될 듯 하면서도 아리송한 느낌.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이 반가워 『향수』를 뽑아 들고 책장을 드르르륵 넘겨 보다가, 깜짝 놀랐다. 책의 곳곳에 밑줄이 그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었다. 군데군데 쓰인 메모는 내 필체가 분명했으니까.

2.
분명히 읽었는데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상쾌한 충격이다. 읽은 책을 꽤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다. 삶의 어떤 진실을 만난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모두 기억할 수 없다는. 그리고 읽은 책의 내용은커녕 책의 목록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는.

3.
얼마 전, 비전과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 긴 강연이 끝나고 자신의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사의 사례도 30분 가까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열정적이었고, 명석했다. 많은 도전을 감행했고, 하나의 도전이 성공에 이르지 못할 때에는 다시 시도할 만큼 자신감과 열의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후,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그를 만든 힘은 비전과 목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기지식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는 하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다.'

그가 비전과 목표를 신중하게 세우기도 했다. 그가 20대 중반에 작성한, 무려 6페이지에 달하는 인생 로드맵은 감동적이었다. 로드맵은 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성공요인을 모두 설명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비전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자기 삶을 들여다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도 비전이 큰 역할을 해 주었군.' 하지만 그가 실행력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실행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떤 주제를 인식하고 나서야 그것의 유용성을 깨닫게 된다. 그날 만난 강사는 아직까지 비전과 목표에 대한 책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4. 
우리가 무엇 덕분에 성공하고 성장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책, 어떤 만남, 어떤 사건이 우리를 크게 도왔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결정적인 도움이었음에도 우리가 그것을 잊었을 수도 있다. 『향수』를 읽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나처럼 말이다.

5.
기둥 사이에서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를 본 순간, 나는 옛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무엇 때문에 힘겨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찾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 밑줄을 쳐 둔 것을 보니 희망과 꿈을 찾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시련이 크고 고통이 심하더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질 필요가 없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당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삶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시련을 기회로, 비극을 승리로, 상처를 행복으로, 분노를 봉사로,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20대 초반, 나는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밑줄을 그었는지, 당시의 내가 어떤 힘겨움에 허덕거리고 있었기에 감동이 되어 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20대 초반부터, 위로를 안겨다 주는 책,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책,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용서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눈물이 나도록 용서하라』,『부서진 영혼을 고치는 공구상자』,『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을 읽었으니 말이다. 어떤 책은 끝까지 읽어냈고, 어떤 책은 중간 정도까지만 밑줄 그어진 것도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긴 메모가 있었다. 메모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모든 힘듦을 이겨내고 다시 결심하자."

6.
자신이 읽어 온 책들을 살펴보면, 그간의 지적 성장과 자기 영혼에 일어났던 일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예전보다 영혼의 힘이 강해졌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강인한 영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으니까. 

7.
하지만 나는 내가 읽어온 책들을 잊고 있었다. 눈물 나도록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유익과 변화를 안겨다 주었는지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내 영혼의 부서진 곳을 고칠 수 있는 공구를 찾아나섰던 날들도 내가 읽은 책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다.

나의 성공 경험을 말할 때가 있다면 성실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성공 요인을 모를 수 있다. 혹은 성공 요인을 전달한다고 해도 불충분한 수준으로 말하게 될 수도 있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로부터 시작된, 과거의 독서 회상은 휴일 오후를 즐기는 나를 잔잔한 감상에 젖게 했다. 자신의 책장을 살펴보는 일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향수를 불러 일으켜 진한 감상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자기 발견의 기회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옛 시절을 그리면서 느껴지는 애잔한 아픔 정도는 견딜만한 대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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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벳의 영적 스승 소걀 린포체의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읽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행하든지 우리의 모든 행적은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모든 것,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감안됩니다."
(p.48)

나는 영적 스승도 한번씩 그릇된 말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지난 날의 과오 몇 가지는 제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흐뭇한 일 몇 가지는 과중치가 부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의 순간, 내 모든 행적이 나의 평가에 반영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실제로 이 부분에서 포기를 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알려면 자신의 결점을 끄집어내서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신에게서 그것이 발견되면 쓰레기통의 뚜껑을 덮듯이 닫아버리게 됩니다."
(여원재님)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어느 블로그 방문객이 남겨 주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듯이 나의 과오를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도 받아들여야 함에 깊이 공감했다.
내 안에는 영적 구루의 말을 부정하려는 마음도, 인정하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은 지혜와 영성이 담긴 놀라운 책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간디에서 히틀러까지, 모든 인물이 될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히틀러가 될 수 있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부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은 결코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리가 없다며
자신에게 잠재된 어두운 면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인정하고 나면 노력으로 그것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p.26)


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에 힘을 얻고서야 
비로소 소걀 린포체가 던진 지혜로운 말들을 온전히 수긍하게 된다.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엘리자베스로부터 도전과 위로를 동시에 얻은 덕분일 게다.

죽음의 순간에 내 모든 행적이 나를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거부했던 것은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사람에 대해 믿음을 거둘까 봐 걱정해서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려 들지만
한 사람 안에도 좋은 면과 나쁜 섞여 있기에 보다 큰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우상화하지 않고, 나쁜 사람을 절대악으로 간주하는 않는 인간이해 말이다.

마틴 루터 킹의 여성 편력에 대한 실상을 알고 나서도 그의 업적을 존중할 수 있고
『악마』가 톨스토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상상하면서도 그를 존경할 수 있어야
사람의 양면성을 이해한다고, 그리고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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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학생 리노의 인생수업 이야기. "삶은 여행이고 실천이 곧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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