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 12

안분지족의 행복이 깃든 아침

아침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첫 차례대로 읽은 게 아니고 밑줄이 그어진 대목을 이곳저곳 뒤적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럴 만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운동을 하고 왔으니까. 어젯밤에 계획한 대로 하루를 열었다는 사실과 숙제 같은 운동을 끝냈다는 점이 기분을 좋게 했다. 아침 식사는 푸짐한 과일과 달걀 후라이 그리고 견과류로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충분히 행복할 만했다. 현재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대개의 경우, 행복은 과거를 추억하는 형태로 뒤늦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식이다. "네 엄마와 이모들 키울 때 정신없이 바쁘고 생활도 빠듯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게 행복이더라." 할머니는 그렇..

류현진, 개츠비 그리고 피드백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일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 끌려 오늘 하루만 써 보는 것 뿐이다. 아침에 류현진을 부러워했고 오후에는 개츠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내게 글쓰기를 배우는 이에게 이번 주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했다. 마음에 드는 하루였다. 1. 류현진은 6월 30일 7승에 재도전한다. 6승 이후 네 번의 도전이 있었지만 호투에도 불구하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이번 맞상대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클리프 리'다. 리는 사이영 상을 수상한,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지닌 특급 좌완이다. 류가 한국에 있던 시절부터 존경하던 선수다. 나는 류가 부럽다. 존경하던 모델과 같은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는 류는 이제 나의 역할 모델이다. 마인드와 실력 면에서. 사실 류를 좋아하기 시작한..

3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1. 내게 3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우선 독서! 나는 날마다 '30분 책읽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내게 30분은 독서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최소한의 노력마저 지키지 못하면 삶은 정체되거나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오늘도 책읽기를 실천했다. 대체로 책을 읽는 날은 한 시간 정도는 채우는 것 같다. 운동도 놓칠 수 없다. 내게 운동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 인생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 그래서 나의 운동은 인상을 찡그리며 땀을 흘리면서도 고통을 참아내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니라 그저 몸을 개운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인 경우가 많다. 특히 오전에 운동을 하고 나면, 숙제를 마친 듯한 개운함이 들어서..

병산서원이 절경을 품은 비결

안동 병산서원의 2층 누마루인 ‘만대루’에 앉으면 멋진 풍광이 펼쳐집니다. 호젓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절벽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여름이면 붉은 배롱 꽃이 색채의 아름다움까지 더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서원의 단아하고 우아한 경내 모습까지 보입니다. 만대루에서의 풍광은 다시 찾고 싶은 절경입니다. 나는 병산서원에 두 번 갔었는데, 다시 그곳이 그리워진 것은 한 달 전 논산의 돈암서원에 들렀을 때였습니다. 돈암서원에도 ‘산앙루(山仰樓)’라는 2층 누각이 있지만,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맛보았던 감동은 아니었거든요. 산앙루는 서원과 어우러지지 않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신축한 건물이라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웠습니다. 산앙루에서 내다본 전망은 손질되지 않은 풀밭과 저 멀리..

카테고리 없음 2013.06.24

피할 수 없는 일을 사랑하는 법

아침부터 엄마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6월 17일은 돌아가신 엄마의 생일이거든요. 21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삼십대 중반인데도 여태 ‘어머니’라는 말 대신 ‘엄마’라고 하는 까닭은 살아계실 적에 그리 불렀기 때문이겠지요. 10대부터 엄마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서럽고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마냥 힘들고 불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슬픔을 조금씩 가져갔고, 나 역시 성장하면서 변화된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불행이나 슬픔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내 운명에 맞서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그저 내 인생에 벌어진 일과 함께 살아왔을 뿐입니다. 돌이키거나 피할 순 없었으니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숙명을 타고납니다. 숙명..

카테고리 없음 2013.06.17

소크라테스는 다소 가혹했지만

종각에서 을지로를 향해 100m 남짓 걸으면 청계천을 만난다. 청계천로에서 좌회전하는 길을 따라 커피스미스, 커핀그루나루, 카페베네,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의 카페가 늘어서 있다. 나는 단연 커피스미스가 마음에 든다. 2, 3층 창가에서 내다보이는 청계천 풍광이 멋지고, 커피스미스 고유의 모던한 인테리어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매월 종로에서 강연을 해서 종종 들른다. 어느 초여름 날, 커피스미스 3층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단상에 잠기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으로 넘어가는 오후라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퇴근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3층까지 넘실거리며 올라왔다. 바람이 그네들의 미소마저 실어온 마냥 웃음소리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산새의 지저귐보다 기분 좋은 소리였다. 창밖으로 시선을 ..

마음편지를 시작하는 포부

나는 끈기가 부족합니다.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월요일 마음편지를 어떤 주제로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보다는 그저 마음속의 포부를 말씀드리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입니다. 주제는 아주 포괄적이고 모호한 것으로 정해두고서 말이죠. 계획이 나를 구속하는 것이 싫은 게지요. 하지만 책임감 없는 언행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성실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은 더욱 싫기에 3가지의 약속을 드리려고 합니다. 하나, 매주 한편의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마음편지 필진이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잊으셨군요. 제가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런 사람이 왜 매주 글을 써야 하는 마음편지를 시작했냐고요? 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제 인생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인생을..

카테고리 없음 2013.06.10

결과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사람의 업적은 재능 덕분이 아니라 대부분 훈련과 인내로 맺어진 결실이다. 재능은 탁월함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아니라, 행복과 의미를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훈련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만든다. 인내를 발휘하여 꾸준히 훈련하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능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재능은 전문성보다는 삶의 목적과 연관된 개념이다. 재능 발견이 중요한 까닭은 재능이 곧 이 땅에서 해야 할 자신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재능만이 소명은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고난, 어떤 것에 대한 부담감 역시 소명이다.) 그러므로 재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발견하는 키워드가 재능이고, 삶의 목적에 헌신할 때 행복이 커지니까. 전문성은 훈련을 통해 얻는 것이고, 행복과 의미는..

내 삶에 규율을 불러들이다

아침 5시 30분. 일요일에 이리 일찍 일어난 것이 얼마만이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즈음이니 세상은 이미 환하다. 이른 시각이라 시원하다. (머잖아 아침에도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찾아들겠지.) 간밤에 두번이나 깼다. 처음 눈을 떴을 때는 1시 55분이었다. 2시에 일어날 순 없었다.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생각해 보니, 나를 깨운 것은 두근거림이었다. 하루의 시작이 기다려지는 열정에서 기인한 두근거림. 기분이 좋다. 일요일 아침을 일찍 시작한 것은 이른 시각에 양평에 가기 위해서다.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면 시간절약도 되고 상쾌할 것 같다. 하지만 토요일 밤 11시에 잠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금방 잠이 오지는 않았다. 밤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

[독서강연 안내] 렉티오 리딩 (제6기)

저는 매월 마이크임팩트에서 독서 강연을 진행합니다. 강연을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블로그에 제대로 소개를 하네요. 새삼 나의 게으름과 미루기가 진상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도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실천하는 게 있긴 하지요. 그 중 하나가 독서입니다. 스무살에 시작한 책읽기를 거의 날마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십 육년을 책과 연애하다 보니, 이런저런 할 얘기가 많더군요. 6월의 강연은 10일(월) 저녁에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신청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신청 후에는 이 포스팅의 댓글로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분이 신청하시더라도 반갑게 인사라도 나누고 싶네요. 블로그에 방문해 주는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말이지요. 그나저나 너무 촉박하게 공지를..

카테고리 없음 201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