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나더러 어려운 형편에 참 잘 자랐다고 칭찬한다.
과분한 칭찬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1) 지금의 내 삶이 나의 판단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 상황, 그리고 우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영향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고 살 뿐이다.
이런 영향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듣게 되는
참 잘 자랐구나, 라는 말은 부끄럽고 낯 뜨겁다.
2) 누구나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을 만한 삶을 산다.
자기 삶을 누군가에게 들려 주어 보라.
힘겨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이야기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다시 힘을 내었던 이야기를 말이다.
사람들이 참 잘 커주었다고 칭찬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없었기에 칭찬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하면, 아마도 무안해지거나 부끄러울 것이다.
노력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임을 자신은 알기에 그렇다.
혹은 힘겨움을 넘어선 자신만의 재능과 기질이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삶에 정면으로 맞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누구나 머릿칼이 자란다.
그러니, 머리카락이 참 잘 자랐군요, 라는 칭찬은 어색하다.
나에게는 참 잘 성장해 주었군요, 라는 칭찬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엔 나의 작은 노력에 괜히 우쭐했다가도
누구나 그 정도는 노력하고 있음에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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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16 나는 정체하고 있다 (4)
나는 정체하고 있다.
나의 강연에 감동 받는 청중들이 줄어 들었다.
수년 전의 내 강연은 사람들에게 여러 번 감동의 눈물을 선사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런 적이 없다. 며칠 전에야 우연히 깨달았다.
소수의 내 독자들은 지금 쓴 글보다 수년 전의 글을 더 좋아한다.
독자들로부터 오는 메일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상한 점은, 강연 콘텐츠에 대한 실력은 늘었다는 점이다.
삶의 문제가 매우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나의 현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면서
직관적으로 던지던 메시지에 논리가 결여되면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신중함이고, 논리와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벼의 성장과 수확에는 지름길이 없다.
봄에 뿌리어 여름에 수고하면 가을에 거둔다는 자연법칙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성장과 결실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그러니 지금의 나는 조바심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관과 감각, 사고와 감정,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내가 머물 수 있는, 머물러야 하는 건강한 중간 지대를 찾고 있는 중이리라.
찾는 과정 역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극단적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방 안에 틀어박혀 신중하고 깊이 숙고하는 날들을 보내기도 하고,
밖으로 달려나가 마음껏 시도하고 도전하며 실패를 맛보기도 해야 하리라.
결정의 순간에 쉽게 속단하여 내 삶을 던져 보기도 하고,
비관적인 태도로 결과를 염려하며 세밀하게 따져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시행착오와 친하게 지내야 하리라.
그리고,
오늘은 책을 좀 읽자. 한동안 지적 영적 양식을 먹지 못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