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 7

다시 건강해지면 뭘 하고 싶어?

"다시 건강해지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암 제거 수술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아산병원 서관 4층의 야외 휴게소에서 산책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고요. 점심 식사를 마친 탓인지, 따뜻한 햇살 덕분인지 꿈결 속을 거니는 몽롱한 기분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지며 제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답변은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아름다운 곳으로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뭐 이런 답변 말이죠. 잠시 생각하다가 말문을 연 친구의 답변은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일 하고 싶어. 다시 열심히 일을 해서 내가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인지 보여 주고 싶어." 의류 사업에 수완이 있는 그는 최근 3년 동안 다른 사업에 손을 댔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습..

카테고리 없음 2013.10.28

면회를 못 갔던 날들

목요일, 두일이의 수술은 끝났다. 그날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마음은 병원에 있는데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병원에 직접 가서 두일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친구 한 명이 병원에 있었으니 병원행을 참았다. 친구들이 너무 많이 가는 것도 부담이 될까 싶어서였다. 사무실에서 강연을 준비해야 하는데도, 집중이 잘 안 됐다. 이럴 바에야 가는 게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허나, 그 날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게 나았다. 적어도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내가 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다. 고작해야 가족의 말동무일 텐데, 말동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을 테니까. 2) 수술이 끝나고서 병실에 옮겨져 온 친구를 보고서 나는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곁에서 울음을 터트..

카테고리 없음 2013.10.26

오매불망, 수술시작 & 신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데... 이리도 자주 병원에 드나들다니! '난 이렇게 의리 있는 친구다'라는 숨은 의도를 안고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이리도 애타는 마음으로 매순간을 친구 생각으로 보내다니! 요즘의 내 일상은 병원 방문으로 점철되었다. 하루에 두 번씩, 한 번에 서너시간을 있다가 오면 하루가 지나간다. 시간을 의식하는 습관 덕분에 어느 장소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느끼고 있을 뿐, 어느 곳에 머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내가 머물 곳을 신중히 선택하고, 내가 현재 머무르는 곳에 마음을 흠뻑 주며 살아가려고 애쓴다. 친구의 병원에는 현재에 머무르려는 노력이 필요없다. 병원에 있으나, 일상으로 돌아오나 친구 녀석이 현재를 잠식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병원에 조금이라도 더 있으려고 하다가 ..

카테고리 없음 2013.10.24

10월 23일, 아침 풍경

1. 아침에 눈을 떴지만, 몸이 무거웠다. 어젯밤 1시가 넘어서야 병원에서 나왔다. 자정을 넘겨 새벽 한 시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경우가 일 년에 몇 번이나 될까? 약간의 피로감은 이 드문 일상이 안겨다 준 것이겠지. 이불에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킨 것은 몇 분 후였다. 병원에 있을 친구와 그 친구에게 들이닥친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에 생각이 이르자,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어서 할 일들을 하고, 병원에 가야지'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요." 어젯밤에 받은 문자 메시지다. 친구 병문안을 핑계로 내 할 일을 못 다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네 말이 맞다. 미안." 짧은 문자를 보냈다. 불쾌함은 없었다. 정말 미안했으니까. 마음 한 구석엔 친구 아내의 말을 품고 있다. "내 할 일을 열..

카테고리 없음 2013.10.23

절친에게 떨어진 날벼락

어젯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 절친이 입원해 있거든요. 그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 반이었고,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고, 대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한 날들, 추억, 우정이 많이 쌓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는 내 속도 많이 썩였습니다. 나도 그의 애를 좀 태웠습니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저니까요.) 그 친구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가 '췌장암'이라는 슬픈 사실을 들은 것은 지난 주였고, '4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어제입니다. 마른 하늘에 어찌 벼락이 내릴까요? 허나 인생의 날씨는 화창한 하늘에서도 날벼락이 내리는가 봅니다. 암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10월 6일 이후, 나는 종종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제 친구의 아내와 통화..

카테고리 없음 2013.10.21

친구야, 암이라고? 아닐거다!

10월 06일 일요일 오후 5시 13분. 정신과 전문의와의 미팅 직후였다. 차를 몰고 신림동을 지나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여느 때와 달리,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다. 친구 두일의 전화. 잠시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친구. "일단 니만 알고 있어래이.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데... 암일 수도 있단다." 친구의 말은 내 몸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전류가 되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용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컵 안의 물이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변하는 마술 같았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대답이 없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 "씨발놈아 병원에서 머라 카드냐고오." 나는 울먹이며 다그쳤다. 핸드폰 너머로 녀석의 우는 듯 속..

카테고리 없음 2013.10.21

일출처럼 일몰처럼

여기는 강화도입니다. 주말에 와우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어제 첫째날을 알차게 보냈네요. 강화산성 북문, 갑곶돈대, 광성보, 초지진을 둘러본 후에 전등사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동막 해수욕장에서 일몰을 보는 일정이었지요. 아침 9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6시 30분에 끝난 여행의 순간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여행지에서 산성이나 읍성을 만나면 나는 성곽에 오릅니다. 간단하게 높은 시선을 가지게 되어 평지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풍광을 만나니까요. 풍광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집니다. 강화산성 북문에 올라 오른편으로 펼쳐진 성곽을 걸어올랐더니 바다 건너 북한의 개풍군이 보였습니다. '이리도 가까운데, 마음 속의 거리감은 한없이 멀구나' 하고 생각했네요. 강화도의 서쪽 해안도로를 북에서부터 남..

카테고리 없음 201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