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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에게 떨어진 날벼락

카잔 2013. 10. 21. 09:23

 

어젯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 절친이 입원해 있거든요. 그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 반이었고,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고, 대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한 날들, 추억, 우정이 많이 쌓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는 내 속도 많이 썩였습니다. 나도 그의 애를 좀 태웠습니다. 연락이 잘 안 되는 저니까요.)

 

그 친구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가 '췌장암'이라는 슬픈 사실을 들은 것은 지난 주였고, '4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어제입니다. 마른 하늘에 어찌 벼락이 내릴까요? 허나 인생의 날씨는 화창한 하늘에서도 날벼락이 내리는가 봅니다. 암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10월 6일 이후, 나는 종종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제 친구의 아내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할 말도, 도울 만한 지혜도 없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습니다. 함께 울어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고요. 나의 예상보다 그녀는 훨씬 지혜롭고 강인했습니다. "나 씩씩하지요? 결국 자기가 이겨내야지. 뭐." 통화 도중 그녀가 한 말입니다. 인생은 부부도, 아니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체불가능함, 인생의 본질이네요.

 

"제가 할 일은 내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웃으며 지내는 거라 생각해요. 오빠가 만나면 함께 울어주세요. 제 앞이라 그런지 괜찮은 척 안 울더라고요." 뜨거운 것이 목구멍에 차올랐습니다. "그래, 울 때 실컷 울어야 싸울 힘이 생겨나니까. 울고 싶어하면 함께 울께." 전화를 끊고 내 할 일을 하러 갔습니다. 면회 가서 친구와 함께 있는 일 말입니다.

 

어젯밤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그녀가 참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전화상의 씩씩한 웃음은 노력이 아니라, 진정이기도 했습니다. 울음에서 뽑아낸 삶의 긍정일 테니까요. 친구도 씩씩했습니다. 부창부수네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살다보면 서운하기도 얄밉기도 한 인연이 부부인데, 위기의 순간에 힘을 내고 빛을 발하는 내외가 저는 참 고맙습니다. 

 

"석아, 니가 대변인 역할 좀 해라. 애들한테는 니가 좀 연락해 줘." 애들이란, 우리 친구들을 말함입니다. "그래 알겠다. 핵심은 이거다. 들어봐라. 췌장암 4기란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니 참으로 다행이다.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환자가 지금 씩씩하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되지?" 덧붙일 말이 있으면 하라는 투로 물었습니다. "그래, 됐네."

 

방금 수술 날짜까지 잡혔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하게 되어 이것 역시 다행입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월요일마다 발송하는 변화경영연구소 마음편지를 친구의 이야기로 전하는 덕분에, 지금의 심정과 상황을 이리 글로 적어둘 수 있는 것도 좋네요.  저는 이제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한 살짜리, 네 살짜리 두 아이로 인해 병원에 오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까지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