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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처럼 일몰처럼

카잔 2013. 10. 13. 07:15

 

여기는 강화도입니다. 주말에 와우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어제 첫째날을 알차게 보냈네요. 강화산성 북문, 갑곶돈대, 광성보, 초지진을 둘러본 후에 전등사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동막 해수욕장에서 일몰을 보는 일정이었지요. 아침 9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6시 30분에 끝난 여행의 순간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여행지에서 산성이나 읍성을 만나면 나는 성곽에 오릅니다. 간단하게 높은 시선을 가지게 되어 평지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풍광을 만나니까요. 풍광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집니다. 강화산성 북문에 올라 오른편으로 펼쳐진 성곽을 걸어올랐더니 바다 건너 북한의 개풍군이 보였습니다. '이리도 가까운데, 마음 속의 거리감은 한없이 멀구나' 하고 생각했네요.

 

강화도의 서쪽 해안도로를 북에서부터 남을 향해 달리면, 강화대교에서 초지대교에 이르는 동안 갑곶돈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을 순서대로 만납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광성보입니다. 멋들어진 소나무 산책로, 자리를 깔고 쉴 만한 휴식처, 광성보의 끝 용두돈대에서 내다보는 바다 등 모두 추억이 될 만한 장소입니다.

 

강화도는,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부르지만,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가득한 역사 유적지입니다. 고려가 몽골에 항쟁하기 위해 천도하여 임시수도를 정한 곳이 강화도요, 그 자취가 고려궁지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의 방어를 위해 성, 진, 보, 돈대 등을 설치하여 왕실의 피난지 역할을 수행한 곳이고요.

 

역사를 알면 새롭게 보입니다. 강화도를 여러 번 다녀왔는데, 내 안에 아는 것이 쌓일수록 보이는 것들도 많아져서 하는 말입니다. 어느 역사가의 "과거를 망각하면 그 과거를 반복하는 형벌에 처해진다"는말로 어떤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집단 망각에 빠지면 중요한 배움을 놓친다는 점을 되새기고 싶습니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찰인 전등사를 한 시간 여 둘러보고 동막 해수욕장을 향했습니다. 동막해수욕장의 일몰은 장관입니다. 석양이 거대한 갯벌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희귀합니다. 동막의 일몰을 만끽하는 비결은 두 지점에서의 장관을 모두 만끽하는 겁니다. 해수욕장의 동쪽 끝에 솟은 분오리돈대에서 그리고 해수욕장의 갯벌 위에서.

 

지금은 둘째날, 일요일 아침입니다. 전날에 감동했던 동막의 일몰과 올해 초에 보았던 정동진의 일출을 생각하며 글을 하나 썼는데, 시가 되었네요. 수줍은 시를 공유합니다. 차 안에서 한 시간 여를 보내고 나니, 해가 떴습니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의 어김없는 성실함과 빛나는 기운을 날마다 채워오는 해의 고유성에 감탄하며, 이제 숙소로 향합니다.    

 

태양을 푯대 삼아

 

태동의 순간에 필요한 창조적 에너지와

하루를 열어젖히는 흥분이

일출에 깃든다.

 

시작은 빛나야 하리

태양을 뱉어 올린 파도의 반짝임처럼

 

퇴장의 순간에 젖어드는 아련함과

하루와 작별하는 보람과 아쉬움의 양가감정이 

일몰에 깃든다.

 

마지막은 아름다워야 하리

석양을 떠나보낸 하늘의 노을빛처럼

 

시작은 일출처럼

마무리는 일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