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두일이의 수술은 끝났다. 그날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마음은 병원에 있는데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병원에 직접 가서 두일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친구 한 명이 병원에 있었으니 병원행을 참았다. 친구들이 너무 많이 가는 것도 부담이 될까 싶어서였다. 사무실에서 강연을 준비해야 하는데도, 집중이 잘 안 됐다. 이럴 바에야 가는 게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허나, 그 날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게 나았다.
적어도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내가 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다. 고작해야 가족의 말동무일 텐데, 말동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을 테니까. 2) 수술이 끝나고서 병실에 옮겨져 온 친구를 보고서 나는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곁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좋은 반응이 아니다. 3) 두일의 형님도 섭섭치 생각지 말고 내려가라고 병원에 있던 친구를 보냈다. 당분간은 친구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내가 직접 형님의 말을 들었으면 섭섭했을까? 순간적으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섭섭치 않을 것이다. 내가 만일 두일이라도 너무 아파하는 모습은...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테고 (더 정확하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고), 오직 극소수의 가족과만 있고 싶을 것 같다. 내가 가족이라도... 그저 눈앞에서 아파하는 피붙이나 배우자의 고통에만 신경을 쓰고 싶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친구의 아내에게 수술 경과를 묻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가족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면회를 삼가자는 말이 카톡을 통해 친구들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해서 목요일 강연 이후 그리고 금요일 오전에 면회를 가려는 나의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틀이 지나 지금은 토요일 밤이 되었다. 친구의 아내는 금요일에 한 번, 토요일에 한 번 내게 문자를 보내주었다.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지도 못하던 터라, 고마웠다. 조직검사 결과는 안 나왔고, 빈혈이 약간 있는 것 외엔 모두 괜찮다고 한다. 다행이다. 천만 다행.
"두일이 안정을 위해 면회를 자제하고 있는데 주말에 한 번 갈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네가 내려가는 날에 갈까?" 하고 문자를 보냈다. (친구와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그녀와 나는 편하게 말을 주고 받는다.) 토요일엔 의사로부터 받은 숙제가 많아 안 되고, 일요일 쯤 한 번 와도 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문자만으로는 흔쾌히 오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내일 오전의 상황을 보아야겠다. (그녀는 내가 이리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모를 텐데...)
내일 병원에 간다면, 수술 후의 친구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울음이 터질지도 모르니 마음을 한 번 추스르고 병실에 들어가야겠다. 내 마음과 내 울음이야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으니, 내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이틀동안 와우MT를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수술일 익일에 떠나서 두일이를 잠시 잊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순간순간 두일이가 자주 떠올랐다. 녀석의 고통을 상상하기도 하고, 이 기막힌 상황을 한스러워하기도 하고.
아! 친구야, 이겨래라. 힘들겠지만, 꿋꿋하게 모두 이겨내어 다시 함께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