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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다른 현실을 맞았을 때

카잔 2011. 9. 10. 12:07


신문을 보다가 고려대학교의 전면광고를 보았습니다. "세계(적인) 고대에서 가장 찬란한 20대를 맞이하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수시모집을 홍보하는 광고였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당신과 세계 고대가 만나 인류의 내일을 준비합니다. 소통과 융합을 통한 신지식 창조로 지혜로운 글로벌 리더의 꿈을 이루십시오." 온갖 멋진 말을 모두 끌어모은 것 같네요.
 
'광고 모델'은 22세에 '다항식의 근에 관한 근본정리'를 증명한 가우스, 25세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성한 괴테, 26세에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입니다. 꿈많은 젊음에게 고대와 함께 그 꿈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광고는 많은 청년에게 자극을 주지만, 때로는 좌절을 안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꿈꾸고 도전하는 것은 젊음의 상징입니다. 도전 과정에서 심각하게 실패를 겪어서 고민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입니다. 실패는 인생의 자산이니까요. 여러분, 원대한 비전을 품고 힘차게 도전하십시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하십시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자기를 성장시키는 도구임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여러분께 "꿈을 꾸고 도전하세요"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세우고 원대한 이상을 가지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종종 우리는 그 목표와 이상 때문에 괴로울 때가 있음을 전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기대했던 삶과 자신이 맞이한 현실의 차이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린 적은 없으신지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한때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성취되길 갈망하면서 언젠가는 충분히 누릴 수 있으리라 꿈꾸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좌절을 겪으면서 더 이상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평범한 일상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꿈과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를 잃은 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앤서니 라빈스의 말입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분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높은 이상을 세웠는데, 왜 우리는 종종 목표실현 대신 실망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걸까요? 나는 이 질문을 붙들고 몇 가지 답을 해 보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감의 부작용 때문입니다.

"이십 대 초반엔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십 대 중반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서른 향해 가는 이십 대 후반이 되자 '내가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실이 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려는 배짱 한 번 품지 못하고 또 다시 현실에 만족해버리는 나를 본다."

대안학교 교사가 꿈인 27살 청년의 말입니다. 한 때 원대한 꿈을 꾸고 자신의 미래를 한껏 기대했다가 지금은 자신감을 상실한 스스로를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사랑하고 강인한 영혼을 가졌기에 일시적인 패배감일 것입니다. 그는 욕심이 많아 선택하고 집중하기 보다는 주어진 모든 일을 잘 해내려고 애쓰느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에 소홀하였습니다.

그가 꿈을 이루려면 단순히 일을 좀 더 잘 해내는 것보다는 더 중요한 일(목표 달성에 직결되는 일)에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원인 분석이 아닙니다. 원인이야 어떻든 우리는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자괴감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목표를 수립하는 일은 우리에게 에너지와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지금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달려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니 목표 수립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어나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목표수립시 발생하는 문제는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가 우리가 '기대'과는 다르게 펼쳐질 때 발생합니다.

스무 살 때의 나는 서른 즈음이면 경제적 안정도 이루고, 가정도 이루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서른 넷이 된 지금까지는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 기대감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목표 수립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거나 인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기대감의 부작용으로 목표 수립에 대한 회의, 비관적인 인생관, 자신감 상실 등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대하지 말자, 는 식의 생각은 해답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라"고 강연장에서 말하곤 했습니다. 기대감의 부작용을 겪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다섯 가지의 방법을 적어 봅니다.

첫째, 목표를 설정하는 활동 자체가 갖는 특성을 이해하기. 목표 설정을 하는 동안에는 현실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 자체가 나쁘지 않지만, 목표를 세운 후에는 투철한 현실 인식으로 한계단 한계단 밟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현재를 무시하면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만 매달리고 있는 거지요.

둘째, 기대와 목표를 혼돈하지 않기. 네이버 사전에 '목표'를 검색하면, "행동을 취하여 이루려는 최후의 대상"이란 정의가 나옵니다. 반면 '기대'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림"이란 뜻입니다. 목표와 기대는 분명히 다릅니다. 우리는 미래를 기대하는 대신 실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셋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세워 목표달성의 뽕맛을 체험하기. 목표와 기대가 어떻게 다른지 인식했다면 단기목표의 파워를 체험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목표를 세우며 해야 할 일은 기대감을 부풀리기보다는 작은 결실이라고 얻기 위해 과정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지나친 기대감이 주는 씁쓸함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넷째,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적고 질문 던지기.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욱 탁월한 수준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목표를 너무 자주 세우거나 목표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세우는 바람에 현실과 일상 그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 충실하기'입니다.

다섯째. 삶의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기. 성취를 제외하고도 멋진 가치들이 많습니다. 성취만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행복을 안겨다주는 5가지 요소를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로 명쾌하게 정의했습니다. 머릿글자를 따서 PERMA로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성취는 멋진 일이지만, 모든 20대가 자신의 목표를 쓴 종이만을 들고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느라 애쓰다 보면 다른 가치를 놓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어떤 이는 성취지향적인 삶보다 관계지향적인 삶이 더 편안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끌림과 떨림을 주는 가치를 향해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당신과 세계 고대가 만나 인류의 내일을 준비합니다. 소통과 융합을 통한 신지식 창조로 지혜로운 글로벌 리더의 꿈을 이루십시오." - 고대 수시모집 광고 中

어쩌면 우리 사회는 관계지향의 사회라기보다는 목표지향, 성취지향의 사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대의 광고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지만, 모든 사람이 그 문구에 힘을 얻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고대 입학생이 괴테나 가우스 혹은 아인슈타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목표를 세웠다가 기대감의 부작용에 빠진 이들에게는 절망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성취만이 삶의 최고 가치는 아닙니다. 그러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가치를 잊고 살거나 혹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마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목표를 수립하는 것 자체를 멈추시기 바랍니다. 당분간은 주어진 일에 열심을 내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다만, 기대와 목표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동시에 너무 많은 목표를 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순 없으니까요. 대안학교를 꿈꾸는 27살 청년도 새로운 목표를 세움으로써 에너지를 회복한 듯 합니다.

나는 좋은돈을 좋게잘 쓰고 싶다. 정직한 방법으로 땀 흘려서 돈을 벌 것이고, 나 한 사람 살아가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벌고 싶다. 돈이 행복의 유일한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행복을 돕는 조건임에는 틀림없으니까. 한 달에 500만원 정도 12달 내내 꾸준한 수입이 있었으면 한다. 6000만원 정도 벌어들이고 싶다. 현재로서의 나에겐 아주 거창한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못 오를 나무도 아니다. 나는 30세가 되기 전까지 꼬옥 일 년에 6000만원의 소득을 올려보겠다! 아싸~ 킥킥킥

그가 연수입 6천만원을 달성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그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가 언젠가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니까요. 다만, 현실 진단보다는 가능성을 위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목표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목표달성 기간을 너무 짧게 잡는 편입니다.

그가 20대 안에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를 그리고 기대감의 부작용을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지금도 여전히 멋진 사람이란 사실과 인생의 전성기가 반드시 20대여야 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표에 얽매여 피로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