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착함과 이타심은 다르다

카잔 2016. 6. 27. 11:20

1.

그녀는 자주 우물쭈물한다. 결정하지 못해 당황하거나 타인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의 매번 타인에게 양보하고 많은 부탁을 들어준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타적이라는 뉘앙스를 담아) 착하다고들 말한다. 사람들은 종종 착함과 이타심을 혼돈한다.사전은 '착하다'를 두고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상냥하다"고 풀이했다. 자기 이익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꾀하는 이타심은 보기 드문 미덕이다. 반면 착함은, 다시 말해 고운 마음씨와 상냥함은 사회적 관계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도 착할 수는 있다.


2.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힘이다. 눈치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눈치를 살피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눈치가 타인의 유익을 꾀함인가, 자신의 이익을 꾀함인가. 타인의 필요와 유익을 살피는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이 된다. 타인에게 비치는 자기 이미지를 신경쓰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된다. 아쉽게도, 자신의 착함을 이타심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3.

이타적이지는 않지만 착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내가 아는 어느 남자는 만나는 여자마다 그녀들의 환심을 사고 관심을 끄는 행동을 한다. 아주 다정하고 매너가 좋다. 표정은 상냥하고 행동은 부드럽고 말은 달콤하다. 그는 자신이 끌어낸 이성의 관심을 종종 감당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는 타인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자신의 이미지에 더 큰 관심을 두는 사람이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에 스스로도 현혹되고 만다. 그가 이타적이라면, 그녀들의 마음과 삶을 존중할 것이다.



4.

이타적이지는 않지만 착한 사람들은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이 거절하면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모욕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타심이기보다는 대개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생각이다.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자기 기만에 빠진 사람이거나 매우 훌륭한 사람이다. 대개는 전자다. 부탁도 두 가지다. 상대에게 성장을 안기는 부탁, 부담을 안기는 부탁! (성장과 부담이 명료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부담과 함께 성장을 안기는 부탁 VS 부담만을 안기는 부탁, 이라고 해 두자.) 이타적인 이들의 부탁은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드물다. 이기적인 이들의 부탁은 자주 상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5.

이타심은 소심함이나 순진함과도 구분된다. 항상 행동보다는 원인이 중요하다.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신중하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숙고나 지혜다. 타인의 유익을 위한 신중함만이 이타심이다. 대담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면 그것은 소심함이다. 순진함도 두 가지의 근원에서 탄생한다. 마음이 꾸밈이 없음에서 탄생하는 순진함은 아름답지만,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수룩함에서 탄생한 순진함은 답답하다. 타인의 욕망을 간파하지 못한 채로, 너무 자주 양보하거나 자기 취향을 속으로 삼키는 이는 착함이 아니라 순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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