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1. 기일

4월 2일은 어머니 기일이었다. 올해로 17년 째 되는.
청도 인근의 남성현 고개, 어느 작은 산으로 갔다.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곳. 앞에 서면 눈물 나는 곳.

망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있지 않기에
망자를 그리는 이들은 이렇게 뼈가 묻힌 곳을 찾는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기에 항상 함께 하지만
그리움이 절절해질 때, 혹은 특별한 날에 그 곳으로 간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엄마 묘 앞에 두고 왔는데 아직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찾았는데, 책은 없었다.
올해는 외삼촌, 외숙모,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에게 갔다.
이렇게 넷이서 가기는 처음이었다.

엄마가 무척이나 반가워하셨을 게다.
엄마, 남동생, 올케, 그리고 아들이 함께 왔으니.
허나, 할머니는 여느 때보다 더 서럽게 우셨다.
아들과 함께 오시니 큰 딸이 더욱 그리워지셨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우시다가 "석이가 저렇게 컸다. 영화야 니 모르제?" 하신다.
삼촌이 당신의 어머니를 달래며 "모르긴 왜 몰라. 다 보고 있는데..."

먼 발치에 앉아 엄마를 지켜보던 나도 삼촌과 할머니의 대화를 듣고 울컥한다.
몰래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의 가슴 아픔이 느껴졌다. 아..!

삼촌이 내 곁에 오셔서 앉으셨다.
삼촌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엄마와의 추억을 여쭈었더니 몇 장면을 말해 주셨다.
엄마에 대한 기억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묻고 싶던 것이었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날들보다
엄마가 떠난 후의 살아 온 날들이 더 많아질 무렵부터 
이렇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고 싶었다.

삼촌과 단 둘이서 한엄마에게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2. 봄날의 슬픔

올해 기일은 봄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17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그 날처럼.
이것이 가끔씩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원형이었다.


#3. 외할머니의 슬픔

"하나님이 데리고 갔다 해도 그게 지워지지 않어.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 2000년 7월 19일, 할머니가 하신 말.


#4. 나의 슬픔

엄마랑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헤어진 것.
젖가슴을 만지며 잘 수도, 엄마 머리칼을 꼬아가며 잘 수도 없다는 것.

하늘에서 다시 만난다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픈 소원은 이뤄질 수 없다. 슬픔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 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 『엄마를 부탁해』中



#5. 사별

선배 형의 친척분이 밤사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단다. 3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친구 교회의 누나 오빠가 역시 밤사이 사망했다. 30대였고, 참 건강했단다.
함께 청년부 생활을 했던 교회 형도 갑자기 사망했다. 모두 올해의 일이다.

사별은 인생의 과정이다.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축하하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죽음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언급하지도 않은 것이 나은가?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 존재 자체를 끝내버리는 무서운 것인가?

두 가지 모두 올바른 반응이 아니다.
죽은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엄연한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 내고 죽음에 대하여 생각할 때 삶에 대해 배우기 때문이다.

20대 중반, 첫 책을 기획하면서 하나의 장(章)을 죽음으로 쓰고 싶었다.
어머니와의 사별, 친구와의 사별 등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읽었던 죽음에 대한 책을 훑어 보다 이렇게 메모한 구절을 발견했다.

"이희석! 넌 어디서 어떻게 죽고 싶니?"    - 2002.3.16 경상감영공원에서

나의 죽음이 내가 사랑했던 이들, 나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보여 줄 수 있기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기를.
이를 위해서 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저작자 표시 비영리
Posted by 보보

백년 학생 리노의 인생수업 이야기. "삶은 여행이고 실천이 곧 존재다."
보보

달력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래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