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유

카잔 2009. 9. 8. 05:25


책 출간의 기쁨은 컸다. 첫 책의 출간을 함께 기뻐해 준 와우팀원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동기들을 비롯한 선후배 연구원들이 마련해 준 출간기념회는 내게 큰 기쁨과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함께 축하해 준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또 축하받는 일은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허나, 가장 큰 기쁨은 책을 출간하기 위한 과정에서 느꼈던 희열과 만족감이었다. 하나의 주제를 매듭지어 갈 때마다, 좋은 착상이 떠올라 책을 조금씩 충실하게 만들어갈 때마다 최상의 기분을 맛보았다. 이것은 분명, 출간된 후에 듣게 되는 세간의 좋은 평가에서 얻는 기쁨보다 깊다. 동시에 책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하여 의연할 수 있는 근원이기도 하다.


몰입하여 전부를 걸면 과정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첫 책을 몰입의 즐거움으로 출간했다. 출간의 기쁨도 컸고, 책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자신감도 생겼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다는 것이 어떻게 나를 성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쁨을 안겨다 주는지 배웠다. 이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열정으로 전율케 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다면 최상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단어는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몰입'이기 때문이다. 몰입해야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 몰입은 좋은 감정을 만들어낸다. 몰입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어떤 일이든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과정보다 결과에 연연하게 되면 주의가 산만해지고 경솔히 다루게 된다. 결과는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과정을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과정에서의 치열함과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잊고 과정에 몰입할 수 있다면 최상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괴테는 바로 그것이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키는 정수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지 않고 가볍게 대하면 매너리즘을 불러온다. 에커만과 괴테의 대화로 글을 맺는다.


우리는 작품을 경솔히 다루어 결국에는 틀에 박힌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마는 다른 화가들 이야기를 했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은 늘 작업을 끝내기만 바라며 작업 자체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네. 진정으로 위대한 재능을 지닌 작가는 제작 과정에서 최상의 기쁨을 발견하지. 로스는 염소와 양의 털을 끊임없이 열심히 그려왔네. 그런데 그의 그림에 담긴 그지없이 섬세한 면을 보면, 그가 제작 중에 가장 순수한 행복을 누렸고 작품을 끝내는 걸 생각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네.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일수록 예술 그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그것을 끝내고 나서 얻게 될 이득만을 염두에 두는 법이지. 하지만 그러한 세속적인 목적과 경향으로는 위대한 것을 결코 이룰 수 없네."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p.126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