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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1 괜찮은 어느 일요일 오후 by 보보 (16)

두 손 가득 짐이 많았다. 두 개의 무거운 쇼핑백과 가방 하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도착역에 왔다 싶어 얼른 짐을 챙겨 들고 내렸다.
아뿔사. 잘못 내렸다. 선릉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역삼역이다.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했는데.
걸어갈까, 하다가 짐이 많아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에 앉았다.

5분여 후, 다음 열차가 왔다. 짐을 챙기는데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의자 주변을 살펴봐도 없다. 으악! 지하철 짐칸 위에 두고 내렸나 보다.
헉! 들고 내렸는지, 두고 내렸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 저기 주변을 살펴 봐도 없으니 두고 내렸음이 분명하다.

순간 아찔했지만, 반갑게도 지갑이 재킷 안 주머니에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가방에 든 물건들을 떠올리며 잃어버려도 상관없지만 찾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와우팀원 한 명이 노트북을 두고 내렸다가 다시 찾았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에 80여 분 뒤에 한 바퀴를 돌고 오는 지하철에서 다시 찾았다는 일화다.

그 일화가 나의 희망이 되었고, 잠시 후에는 확신이 되었다. "그래 반드시 찾을 거야."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지하철에서 내린 지점을 확인하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것은 과거이니 어찌할 수 없다.
아쉬움을 느끼거나 화를 내봐야 '지금'이라는 시간에 대한 실례다.

나는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하여 점잖게 굴었다.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오늘처럼 이렇게 대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걸어오며 지난 날 나의 실수와 실패에 대하여 모두 인정하고
앞으로의 삶에 집중하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잠깐, 기도를 했다.
가방을 찾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가방을 찾든, 찾지 못하든 이렇게 다급한 순간에서 하나님을 찾으며 그 분께 영광돌리고 싶었다.
기도하는 순간에 나의 내면을 만지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기도 응답보다 중요하니까.
이런 위기(?) 상황 뿐만 아니라, 내가 잘 되고 기쁠 때에도 하나님을 찾는 내가 되기를.

가방을 잃어버려도 기분이 괜찮은 오후다.
지하철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이 쪽으로 오는 시각은
친구 수범이와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과 비슷하다.
나는 친구와 함께 가방을 찾을 것이고, 신기하다며 함께 담소를 나눌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게다.

누구나 살아가다가 자신이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그 일은 당황케 할 수도, 슬프게 할 수도, 화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반응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매 순간마다 승리의 가능성, 행복의 가능성을 가지는 지점이다.
나의 목표는 그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오늘 그 목표를 살짝 이룬 것 같아 기쁘다. 날씨만큼이나 괜찮은 일요일 오후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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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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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1 16:4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넘 귀여우세요(실례일지요..ㅋㅋ) 넘 잼있어서 한참 웃다가 가네요 웃음주심에 감사^^ 분명 가방을 찾으시고 친구분과 신기해하셨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 보보 2008/05/12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실례 아니지요. 저는 귀엽다, 라는 말을 기분좋게 듣는 남자랍니다. 생각이 없는지, 철이 없는지... 아니면 귀엽다는 소리마저 고마운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 좋습니다.

      가방은 잘 찾았답니다. 웃어주심에 나도 기쁩니다.

  2. 2008/05/11 23:4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08/05/12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토요일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메일은 잘 받았는데 제가 연락처를 적어두지 못하여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날 은성교회에서 강연을 하면서도 계속 잘 찾아오실까 걱정을 하였지요.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 2008/05/12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08/05/13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하! 그랬군요.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요. 미리 모두 알려주셨는데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강연장소 문자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받으셨지요? ^^

  3. 세계평화 2008/05/12 02:3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ha ha~, wow! 어쩌면 저리 긍정적일 수 있을까?^^; 그 상황이 눈 앞에 선하면서 선생님의 받아들이고 생각하시는 모습이~ 신선하고 놀라움이에요, 덕분에 또 하나 배워가네요, 감사합니다.
    p.s. 잃어버린 가방은 찾으셨는지 궁금하네요^^

    • 보보 2008/05/12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방은 잘 찾았답니다. 그 이야기를 짧게라도 써 보려구요. ^^

      신선함과 놀라움. 왠지 오늘 하루도 이 두 가지를 조각하며 살고 싶네요. 세계평화님도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근데, 궁금했던 것인데, '세계평화'라는 닉네임을 쓰는 어떤 이유나 사연, 혹은 닉네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 2008/05/13 0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08/05/13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별것 아닌 것은 아니네요. ^^
      참 좋은 마음이네요. 다른 이들의 형편까지 돌보는 마음 말입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다보면 점점 그 가치를 닮아가리라 생각합니다.

  4. 행인 2008/05/12 17:1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역시 찾으셨군요~~ !!^^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는걸 보여주시는 예인거 같네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잃어버린 그 시간만을 탓하며 화내기 나름인데 역시 보보님의 여유, 보기 좋네요^^
    늘 좋은 글들안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 보보 2008/05/13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나가시다 던져 주는 한 마디에 여유와 낭만이 있습니다. 저도 그 여유와 낭만을 갖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이고, 제가 뭘요. 부족한 사람인걸요."라고 답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꾸 부족하다, 부족하다, 라고 말하다 보면 자신의 크고 작은 재능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사람이 따로 있고,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좋음과 나쁨이 섞여 있더군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의 좋음을 극대화하고 나쁨을 최소화해나가다 보면 더욱 좋은 사람이 되겠지요.

      행인님의 여유와 낭만이 참 좋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도 그렇게 기분좋은 한 두 마디를 던질 줄 모르더군요. 그래서 행인님의 댓글이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갖지 못한 행인님의 그것을 여유와 낭만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부디 당신안의 좋음을 더욱 끄집어내고 늘려가시어 어제보다 행복하고 성장하시는 삶을 누리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5. Im possible 2008/05/13 10:1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한가지 더 보태드립니다... ^^
    만일 그렇게 빠르게(?) 두고 내리신것을 아셨다면 해당역 역사무실에 가셔서
    얘기를 하신다면 좀더 빠르고 확실하게 물건의 유실에대해서 확인하시거나
    찾으실 수 있습니다.
    내린 시간과 열차의 위치 유실물의 특징을 가서 설명하시면
    현재 해당 열차가 위치한 곳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찾아주신답니다.
    지하철 직원은 아닙니다만...
    TV컨텐츠를 통해 본적이 있는 상식이라고나 할까요...
    찾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
    지하철은 아니지만 저도 잃어버린 물건이 있었는데... 못찾았죠... ^^;

    • 보보 2008/05/13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하! 그렇네요. 그렇겠군요. 그럼 제가 신당역까지 가는 일도 없었겠네요. 사실, 가방은 신당역 역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찾았거든요. ^^

      이번 일을 통해서 나에게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고집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저에게는 혼자 노력하는 것과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가장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배웠습니다.

      Im possible님이 도움을 구하는 것의 유익함을 알려 주시었네요. 감사합니다~ ^^

  6. 2008/05/13 21: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08/05/14 0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
      이렇게 가끔씩 소식 남겨 주세요. 좋잖아요. 편하고 즐겁잖아요. ^^ 나만 그런가? 아니죠? 하하하.
      이렇게 댓글 남기실 만한 즐거운 탄성을 지를 만한 글을 써야겠네요. 결국 제가 문제였군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

      세 명의 친구들? 궁금하네요.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4기 와우팀입니다. 작년 이맘 때 3기가 시작되었으니 어느 새 일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세월이 빠른 만큼 나의 성장도 그 속도였으면 좋지만 그것은 욕심인 것 같네요. 그냥 날마다 기쁘고 조금씩 성장하는 일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