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와우팀원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몇 달 전에 출산하여 산후 조리 중이라. 오랜만에 내가 멀리 이동한 날이다. 바람이 매우 차가운 날이었다. 매서울 정도였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볼이 시렸으니까. 묘한 것은 몹시 추웠지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춥긴 했지만, 청냉한 기운이 상쾌한 기분을 들게 했다.
자기다운 겨울이 멋져 보였다. 자기다울 때, 아름다운가 보다. 이 진실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것들은 당연해 보이거나 초라해 보이고, 남이 가진 것들은 특별하거나 멋져 보이니까 말이다. 학창 시절, 조금이라도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애썼던 기억이 난다. 구두를 신어 보기도 하고, (요즘도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입어 보기도 하면서 나름 노력했다. 그것은 학생다움과는 거리가 멀고, 때로는 앳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 노련한 연출을 하기도 했으리라.
나는 지금, 규율이나 도덕, 혹은 사회의 잣대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다움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자기다움은 자기 길을 가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학생의 어른스러운 연출이 친구들의 시선이나 또래 문화를 맹목적으로 따른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판단한 결정이라면, 그것은 자기다움이다. 패션 디자이너나 모델을 꿈꾸는 학생일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다움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자기다움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가가 측정 기준이기 때문이다.
자기다움을 나에게 적용해 본다. 무엇이 나다운 것일까? 나는 남자요, 30대요, 미혼이다. 그리고 작가 지망생이고 와우팀장이다. 호연지기와 일에 대한 프로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고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는 인격적 준비와 최소한의 재정적 준비도 해야 할 시기다. 나에게 작가 지망생다운 삶이란,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하나의 책이 될 만한 주제와 흐름을 가진 글을! 또한 와우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꾸준히 힘써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답지 못한 것들이 내 삶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해야지.
오늘 아침, 찬바람을 얼굴 가득 맞으며 출근했다. 바람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차가웠다. 겨울은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사실 그제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한겨울다운 날씨였다. 지난 주에도 추웠다. 올해는 이상 기온이라 예년보다 더욱 춥긴 하지만, 겨울은 이처럼 12월에서 2월에 걸쳐 추위를 선사하는 계절이다.
겨울다움은 '반짝 추위'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추위'로 만들어진다. 삼한사온의 과정이더라도, 2~3개월은 내리 추워야 겨울이 된다. 반짝 추위는 봄도 가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꽃샘 추위라 부른다. 어쩌면 꽃샘추위는, 동장군이 이 곳을 떠나기 전 아름다운 꽃을 시샘하는 추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장군이여, 당신 역시 아름다우니 시샘하지 마시오. 당신이 만든 아름다운 겨울의 설경에 무지 감사했다오.
나다움은 반짝 열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노력과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다른 것들을 포기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예술가가 엄청난 몰입으로 자신의 작품에 집중하여 작업하듯이, 우리가 각자의 인생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몰입과 열정이 필요하다.
미셸 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모래 위에 그려진 얼굴이 바다거품에 씻겨가듯 인간 또한 사라지리라 장담할 수 있다." 언젠가 나도 떠날 것이다. 그 때, 인생을 한 번 더 살고 싶은 아쉬움에 남은 이들을 시샘하더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선생이여, 당신의 인생은 아름다웠소. 아름다운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 주어 진정 감사했다오."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