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번엔 한참만에 왔어요. 미용실 여주인은 싹싹하게 안부를 물었다. 바쁘셨나 봐요? 그렇게 바빴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려니 너무 길어서 네, 하고 대답했다. 단골 가게 주인이라고 해도 나는 쉽게 말을 주고 받는 편은 아니다. 4년 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이발은 대부분 이 가게에서 했지만 말을 주고 받은 건 올해 여름부터였다. 덥수룩했던 머리칼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저도 반곱슬 머리면 좋겠어요. 가위질을 하던 주인은 거울로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받았다. 손님 정도가 나아요. 부시시한 곱슬머리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그런 걸요, 라고 되받으면 나를 옹호하기 위해 곱슬머리의 이런 저런 단점을 더 설명하실까 봐 참았다. 곱슬머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