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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9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보다 by 보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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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개봉일 : 2008. 2. 28
감독 : 김정권
출연 : 차태현, 하지원

관람 : 2008년 3월 7일, 최창연

평점 : ★★★★

간단평 : 바보 승룡이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순수했다. 승룡이는 동생 지인이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친구 지호, 이 두 사람을 좋아했다. 동생 지인이를 바.보.처.럼. 사랑했다. 동생에게 말도 붙이지 못하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지만 늘 지켜주었다. 그리고 지호를 순수하게 사랑했다. 승룡이는 행복했다.


줄거리 : 승룡이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혼자 토스트 가게를 하며 동생 지인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동생의 학교 앞 작은 토스트 가게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승룡이는 동생이 학교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늘 행복하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승룡이는 매일 저녁이 되면, 동네가 한 눈에 보이는 토성에 올라 ‘작은 별’ 노래를 부르며 10년 전 유학간 짝사랑 지호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호가 10년 만에 귀국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승룡이는 지호를 첫 눈에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처음엔 기억을 못하던 지호도 살며시 살아나는 추억과 함께 자신의 곁을 맴도는 승룡이의 따뜻함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늘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동생 지인이와 10년을 기다린 첫사랑 지호를 매일 보게 된 승룡이는 생애 최고의 행복함을 느끼며 더욱더 즐겁게 지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상하게 대하다가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부모님들. 친구들에게는 친절하다가도 자신의 애인에게는 툴툴거리고 매정하게 대하는 젊은 청춘들. 대부분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사랑의 능력을 표현하고 전하는 것에 서툴다. 마치 사랑애 어떤 장애를 느끼는 것처럼.

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번 사랑의 실체를 눈으로 보았다. 그 중 하나는 군에 입대하던 날에 외할머니가 보여주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외할머니의 손자에서 막내아들이 되었다. 외할머니는 딸을 먼저 하늘에 보낸 깊은 슬픔과 손자를 향한 가련함을 수없이 느끼셨이리라. 나를 향한 외할머니의 사랑은 지극했다.

만 25의 나이에 입대하던 날, 나는 밤새 친구들과 보내다가 아침해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 외할머니는 밤을 지새우며 나를 기다리셨다. 군대에 입대하는 전날 밤, 손자와 함께 이야기라도 하시려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할머니는 "야 이 무정한 놈아.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고 소리를 지르실 만도 했다.  화가 나실 만도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왔냐고, 잘 왔냐고 맞아주셨다. 부드러운 걱정으로 화를 표현하셨고 할머니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밤새 나를 기다리셨을 것이고, 누구보다도 손자의 늦은 입대를 염려하셨을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은 지극했지만 극성의 선을 넘지 않았다. 십대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도움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한 세심한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님의 십대 자녀를 향한 사랑은 쉽지 않다. 안내라고 해 주면 거절당하고, 도와 주려고 하면 간섭이라고 오해받는다. 민감한 십대를 향한 사랑은 정서적으로 지원해 주고 말없이 사랑하는 것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외할머니께서는 나에게 이런 사랑을 보여주셨다. 외할머니는 "너를 믿는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나는 외할머니께서 나를 신뢰한다는 것을 안다. 신뢰는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태도를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이다. (외삼촌과 외숙모도 나를 신뢰해 주셨다.) 영화 <바보>를 보며 말없이 신뢰해 주고, 정서적 지원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서 항상 나를 지켜봐 주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승룡이가 그렇게 자신의 동생을 사랑하였고,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승룡이와 할머니가 오버랩될 때마다 나는 울었다. 사랑은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고, 멋지게 차려 입고 함께 식사하는 것도 아니다. 말없이 지켜보는 것이고 신뢰해 주는 것이고, 늘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다. 신뢰와 애정어린 관심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지금쯤 할머니도 내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할머니의 행복이리라. 오늘이 소중해지고, 내 존재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위대한 창조자다. 사랑 받는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안녕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들은 모두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나 역시 바보가 되었다

옷을 사지 않은지 일 년이 넘었다.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양말 하나도 사지 않았다. 얼마 전, 운동화를 보니 군데 군데 떨어졌는데 구입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옷은 늘 그녀와 함께 구입했었다. 잠실 롯데마트에서 우리는 자주 쇼핑을 했다. 그런데, 늘 나와 함께 옷을 골라주던 그녀는 지금 내 곁에 없다. 나는 옷을 구입하는 법을 잊어버린 마냥 그냥 가진 옷을 입고 산다.

인천으로 강연을 갔더니, 언젠가 그녀와 근처의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와 보았던 곳이었다. 그녀가 생각났다. 참여 정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잠깐 2006년 월드컵 얘기가 나왔다. 2006년 월드컵 경기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그녀의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보았다. 그녀가 생각났다. 사당에서 4호선을 타고 안산 방면으로 갈 때마다 관문체육공원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산책했던 날이 떠올랐다. 역시 그녀가 생각났다.

어디 과천 뿐이랴, 코엑스몰가 그렇고, 잠실역이 그렇고, 성남이 그렇고, 교회가 그렇다.
어디 월드컵 뿐이랴. 무한도전이 그렇고, X맨이 그렇다. ... 아!

그녀와 함께 있을 때에는 사랑을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나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었으며, 화난 감정대로 그녀를 힘들게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헤어지고 난 후부터 사랑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불필요하다면 참는 법을 배웠고, 그녀의 마음이 어떠한지 깨닫기 시작했으며,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이 배움은 너무 늦은 것이리라.

헤어진 후, 참 많이 보고 싶었지만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열 번은 생각했지만 메일도 보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나를 보며 '집착'인가 싶기도 해서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진단해 보기도 했다. 집착하는 이들은 기다릴 줄 모른다고 했다. 연락을 참을 줄 모른다고 했다. 옛 연인이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못 견뎌 한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을 참고 기다리는 나를 보며 '집착은 아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은 내게 애정 공세를 퍼부으라고 조언했다. 나의 마음을 전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내 마음을 전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멀리서 지켜보고 싶었고,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소식도 알지 못하여 꼭 한 번만이라도 얼굴 한 번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았다. 그녀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했고, 나의 애정공세는 그녀에게는 힘겨울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다가 눈이 오면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나는 그녀를 보러 갔다. 그러나 만나지 못했다. 첫눈이 오는 날, 그녀의 집 앞에서 밤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홀로 그 날의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은 퍽 쓸쓸했다. 올해 초에는 새해 선물을 준비하여 가까스로 전해 주기는 했지만, 역시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나는 사랑할 때 사랑을 몰랐던 바보였다. 승룡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길 줄 모르는 순수한 바보였고, 나는 뒤늦게 깨달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어리석은 바보가 된 것이다. 영화를 보며 바보 같은 승룡이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며 참 많이 울었다. 엉엉 울었다. 나의 어리석은 사랑 때문에 울기도 했나 보다. 언젠가 다시 사랑이 오면, 그 때에는 바보 같지 않기를...

- 2008. 3. 7


2년 전, 썼던 영화 리뷰를 공개글로 바꾸며 드는 생각은
내가 인생을 참... 둘러 가고 있구나, 하는 회한이다.
대중가요 가사처럼,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인생길을 둘러가는 것 같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아 헤맨다.
연인을 떠나 보내고 나서야 사랑을 배우고
젊음이 속절없이 지나간 뒤에야 젊음의 소중함을 발견하다니.
80세의 지혜로 18살까지 서서히 젊어지는 인생이라면 좋으련만. 허허.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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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9 17:3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10/01/31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너는 만화로 보았구나. ^^
      내게도 참 여운이 길었던 영화였다.

      사랑하며 살자. "사랑에서 멀어지면 삶에서도 멀어진다."

  2. 2010/01/29 19:3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10/02/01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구절마다 동감이 되었다는 말씀은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는 뜻이겠군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도록 지혜로워집시다.
      당신도, 그리고 저두요~ ^^

  3. pumpkin 2010/01/30 03: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네… 그래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지요…
    사랑 때문에 자신의 삶을 온통 그 사랑에 쏟아 부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삶은 없어져 버리고..
    사랑이 휩쓸고 간 자리는..
    온통 공허감으로 가득 차게 되지요..
    그리고 그 공허감은 그리움으로 가득 메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그럼에도..
    사랑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아픔과 함께 삶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삶의 레슨을 배우게 되는 때문인가 봅니다..

    몸과 마음을 넘어서 영혼이 함께 했던 사랑은..
    언제나 아픔이 함께 하는 것 같아요…

    그분은 행복한 분이시네요..
    사랑했던 분의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분명 그 분 마음 속에 선생님도 그렇게 잊혀지지 않는 그분으로 남아계시겠지요..

    너무 머지 않은 날에..
    지난 날의 사랑이 아름답게 웃으며 기억되어질 수 있는..
    행복한 사랑을 만나시게되길 바래요..^^
    등잔 불 밑도 가끔씩 살펴 보시길요..^^

    할머니의 선생님에 대한 하늘 같은 사랑을 보면서...
    우리 애리와 리예에게 주는 사랑의 표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지..
    가슴에 담습니다..

    오늘 이곳은 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네요..
    슬프다기 보다는..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맑은 느낌이 드는 느낌이네요....

    참~ 선생님~
    브라질 와우팀..
    내일 정모 날이에요..^^
    (무슨 뜻인지.. 제 마음이 전달 되었을까요..?? ^^)

    이멜로 드리는 것보다..
    요기다 적는게 더 빨리 읽으실 것 같아서..
    살짝 귀뜸해드립니다..^^

    선생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며...^^

    펌킨 와우 Dream~

    • 보보 2010/02/01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브라질 와우수업이 즐겁고 알차게 진행되었다는 소식은 잘 받았습니다.
      그것은 참 반갑고 기분 좋은 소식이랍니다. ^^

      어제 설교 말씀은 "부모님께 공경하라"는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이 댓글을 보니 저는 할머니께 효를 다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엉뚱한 적용이지만, 저는 아직 내리사랑할 아이들이 없으니 위를 바라보게 되네요. ^^

      일상에서의 승리를 이어가시리라 믿으며...
      안성의 모 연수원에서 강연 직전에 씁니다.

  4. 2010/01/30 00:2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 보보 2010/02/01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사람, 참 멋있는 사람이네요.
      아무도 울지 않은 밤이 없다는데
      그 날 밤에는 당신의 눈물이 떨어졌나 보군요.

      결국, 사랑 후에는 둘 다 바보가 되나 봅니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헌신한 순수한 바보와
      사랑할 줄 모르다가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바보.

      지금 나는 순수한 바보가 되자고 결심합니다.

  5. 2010/01/30 00:3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6. J. 빌리 2010/01/30 12:5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 글을 읽고 제가 있는 곳 창가를 내려다보니 그녀와 교통사고가 났던 곳이 한눈에 쏴악 들어오네요~^^* 참으로 세상에는 참 비슷한 사람이 많음에 감동입니다~ㅎㅎ

  7. 겨울나무 2010/02/24 00:3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하면서 밤마다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눌때도 내 자신이 멍해지는모습을
    상대방이 눈치챌정도로 순간순간 그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쓰리고,답답하여 터질것만 같은 통증을 나이가 많이 든
    후에 경험하였습니다.
    맛잇는 음식을 먹을때,좋은곳을 갔을때,
    시시때때로 그와 함께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랑"일까요? 아님 "집착"일까요?
    보고싶은 마음에 연락하는건 바보같은 행동인가요?
    그사람이 부담스러워 하겠죠?
    그래도...........

    • 보보 2010/02/24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슴 아픈 사연이군요.
      크게 한 번 숨을 내쉬게 됩니다.
      나에게도 기억나는 사연이 있으니까요.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를 참 많이 도와 준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제가 스무 다섯 살이었을 때 읽었던 책임을
      감안하여 어떤 책인지 한 번 살펴 보세요.

      멜바 콜그로브,『마음의 행복을 찾아주는 책』

      아이고야, 확인해 보니 절판된 책이네요.
      그 때 썼던 독후감을 블로그에 올려 둘께요.
      독후감 후반부에 책의 내용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