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구두에 어울리지 않은 색깔의 양말을 신었다. 외출하고 나서야 지나치게 옅은 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양말이 많이 헤어져서 길거리에서 양말 2족을 5,000원에 샀다. 적당한 곳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다. 양말 하나 바꿨을 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양말에 구멍난 게 보였다. 발가락 부분의 봉제선이 1cm 가량 튿어진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2,500원을 주고 살 때에는 최소한 몇 개월은 유용하게 신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나 몰라라'하고 구멍이 나 버렸다. 이 놈의 양말은 내 기대를 완전히 져 버린 것이다. 근데 양발 터진 모양이 웃겨서 친구와 함께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이는 내게 얼마만큼의 인생을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