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이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20 이모네 고깃집 (16)

지난 월요일, 친구와 함께 마포에 있는 이모네 가게로 갔다.
이모는 고깃집을 하는데, 친구와 함께 찾아가기는 처음이다.
2008년 가을, 외출나온 동생(군 복무중)이랑 함께 이모네서 고기를 먹었고,
2009년 겨울, 이모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것이 최근 일이다.
이리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내가 자주 찾아뵙는 것은 아님을 알리는 게다.
그런데도, 묘하게도 나는 이모가 무척 편하고 좋다. ^^

'이모가 편안하고 좋은 것은 당연하지. 엄마랑 다른 없는 사람이 이모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엄마의 친자매가 아니라 사촌 여동생이고, 이모와는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살았기에
최근에 저렇게 두 번 뵌 것이 이모와 나와의 거의 첫 만남이기 때문이다. 
'거의'라고 한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결혼식 등 가족 잔치 때에 
많은 이모, 삼촌들과 함께 만났던 기억은 있기 때문이다. 

우정은 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쌓일 리가 없고,
같이 어울려 다니며 함께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 함께 떠들어야 쌓이는 법이다.
이것은 인생사도 마찬가지여서 잔치 때 함께 결혼을 축하는 것보다는
이모와 함께 밥 한 번 먹는 것, 이야기 한 마디 나누는 것에서 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친구와 만나 이모네 가게로 들어가기 전, 지갑을 들여다 보고 친구에게 말했다.
"종준아, 잠깐만! 저기 편의점에 잠깐 다녀오자. 현금을 좀 찾아야겠다.
카드 결재를 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안 받으실 것이 뻔하거든."
나는 모처럼만에 찾아 뵈었으니, 고깃값을 꼭 내고 싶었다.
그래서 현금으로 책에 끼워서 드리든, 이모 주머니에 넣고 달아나든지 할 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모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못한 그저 내 생각이었다.)

고기는 퍽이나 맛있었다. 목살의 두께는 내가 먹은 고기 중 최고였고, (친구도 동의했다. ^^)
안창살의 부드러운 맛은 캬,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절대, 소주 먹고 난 뒤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모는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사랑을 내놓으셨다.
"어, 석이 왔어? 뭐 먹을래? 일단 쇠고기부터 순서대로 내줄께. 많이 먹어라."
"네. 이모. 그럼 안창살부터 먹을께요."

안창살 뿐 아니라, 곧이어 목살 2인분이 나왔고, 찌개와 계란찜 그리고 공깃밥 두 개가 나왔다.
마지막은 오리구일로 할래?, 다시 이모의 권유에 우리는 오리구이까지 먹었다.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이 어찌나 포근하고 따뜻해는지... 정말 엄마 같았다.

2시간 동안,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사이다와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일어났다.
"이모, 나 이모에게 부탁 하나 해도 돼요? 이모 들어주실거죠?"
당황하실 만한데, "그래. 말해. 이모가 들어줄께" 하신다.
"들어준다 하셨으니까 말할께요. 오늘 고깃값 계산하고 가려구요. 그래야 다음에 또 오지요."

혼만 났다. 그러는 거 아니라고. 이모가 먹이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왜 그러냐고.
그 말을 듣는데, 아차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다. 서운하실 것도 같았다.
입장을 바꿔, 내 누이의 아들이 찾아왔을 때의 반가움을 상상해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
돈은 다시 내 주머니로 집어넣어야 했고, 준비한 두 권의 책을 전해 드리고 나왔다.
이모의 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하하, 사실 내 책이다. 호호. (이거 부끄럽구만.)

다음에는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다. 내가 이렇게 고마워함을 이모에게 전하고 싶다.
거리만 가깝다면(선릉에서 마포구청역까지는 쬐금 멀다) 자주 갈 텐데 그게 어렵다.
자주 가야 이모도 포기하고(^^) 고깃값을 계산하도록 허락하실 테니 말이다.
친구도, 나도 이모의 사랑에 기분 좋은 식사와 대화 시간을 즐겼다.

생각해 보면 이모의 언니들도 참 그렇게 나를 따뜻히 맞아준다. (그 집안, 뭔가 있나 보다.)
모두 엄마의 사촌 여동생들인데, 이모들은 만나고 나면 엄마가 떠오르곤 한다.
'엄마, 잘 계시죠? 엄마 생각하면 잘 살아야 하는데, 좀 더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부끄럽네요. 그래서, 이렇게 엄마 동생들을 만나게 하시나 봐요.'

플래너를 뒤적여 본다. 또 언제 한 번 갈까, 날짜를 꼽아보기 위해.
선물은 뭐가 좋을까? 일단 손편지 하나는 꼭 써야지, 라는 것으로 정했다.
선물은 자문을 구해야겠다. 근데, 누구에게 구하지? 하하. 어쨌든 기분좋은 고민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저작자 표시 비영리
Posted by 보보
1

보보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