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한 남자. 내겐 그의 사진 한 장이 없다. 허나, 내 가슴 속에는 그의 환히 웃는 얼굴 또박또박하고 우렁찬 말투 책임감 넘치고 절도 있는 태도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나에게 그는 멋진 남자였다. 부하를 아끼며 신뢰할 줄 알고 당신의 책임을 다하는 믿음직한 상사였다. 얼마나 좋은 지아비인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어찌 이것을 알 것인가!) 내게 기억된 이미지로는 아주 자상한 남편이다. 처음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들려 온 컬러링 음악이 기억난다. (물론 그것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만든 착각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컬러링 음악은 김종국의 '한 남자'였다. 당신의 아내를 향한 마음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하며 한참 동안 컬러링을 들었다. 다행히도 전화를 늦게 받아 주어 고마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