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신묘년 '나 경영하기'의 화두

카잔 2011. 1. 11. 10:06


오전 8시, 스스로 정한 카페로의 출근 시각이다. 오늘은 7시 50분 즈음에 집을 나섰다. 가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문득 열흘 전 즈음의 일이 생각났다. 아마도 지난 달 27일인 것 같다. 밤새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얀 색으로 물들었을 때, 나는 카페로 가다 말고 선릉공원에 갔었다. 하얀 세상을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도 챙겼으니 필수품은 챙긴 셈이다. 원고 마감일거나 긴급한 오전 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도 가벼웠다. 노트북이 든 가방은 무거웠지만, 나의 신바람을 막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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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공원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동화 속 세상이 펼쳐졌다. 관리인 분들이 싸리비 질로 길을 터 놓은 것도 잠깐이다. 조금 걸어들어가니 밤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였다. 어느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길도 있었다. 강아지들이 왜 이렇게 눈을 좋아하는지 공감할 정도로 나는 즐거웠다. 그 녀석들과 내가 눈을 좋아하는 이유가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 '아,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집 가까운 곳에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좋다. 코 끝이 시러워질 때 즈음이면 돌아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좋다.' 대나무 너머로 보이는 기와가 예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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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행복이란 단어를 썼지만 나는 기분이 들뜨거나 흥분하지는 않았다. 행복이 늘 들뜬 기분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날의 행복은 차분하고 고요함 그리고 한적 여유와 함께 찾아 든 행복이었다. 나는 이렇듯 행복을 잘 찾아 나서는 편이고 그 행복이 어떤 상태인지를 잘 알아채는 편이다. 이것은 나의 기질에서 오는 것이지, 합리적인 사유를 거쳐 나온 결정은 아니다. 선릉공원에 갔던 날에도 원래의 아침 계획은 곧장 카페로 가서 일감 바구니 비우기 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집에서 플래너로 하루 계획을 세울 때에만 해도 그럴 줄 알았다.


계획은 집을 나서자마자 흔들렸다, 눈 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을 보다가, 늘 가던 길 대신 선릉공원을 볼 수 있는 인도를 택했고, 선릉공원을 보다가 홀린 듯이 나는 65분 동안 선릉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이런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 것은 어떤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라, 나의 기질대로 따른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나는 즉흥적이고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다. '해야 한다'는 의무보다는 '하고 싶다'는 소원에 몸을 맡기는 편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해야 할 일을 미루고서라도 즐겨야 한다. 말하자면, 마시멜로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와우팀원 중에 나의 기질을 더욱 강하게 가진 이가 있다. 그는 한 시간 후에 식사를 할 터인데도, 눈 앞의 간식을 참아내지 못한다. 처음에는 간식도 먹고 식사도 하겠지, 하며 그러려니 했는데 그는 간식 때문에 입맛을 잃거나 배가 불러 식사 정찬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일 과제를 제출해야 함에도 오늘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과제 대신 책을 집어들기도 했다. 나보다 더 마시멜로 이야기가 필요한 경우다. 나도, 그도 소원을 따르는 편이라 즐겁게 인생을 사는 감각이 발달해 있다.

나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철학자가 되면, 그는 과정이 즐거워야 하고, 소원을 따르는 것이 행복이라는 주장을 하며 목적론적 의무설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소원과 의무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 감각을 발휘하는 노력에 달렸다. 소원에만 치우치든, 의무에만 치우치든 어느 한 가지로는 지속적인 행복을 누리기가 힘들다. 나도, 그도 소원에 치우쳐 있는 경우다. 즐겁게 살긴 하지만, 맡은 일을 제 때 해내지 못하여 책임감이 없거나 약속한 일정을 곧잘 취소하여 사람들에게 빈축을 사곤 하는 것이다.

나의 기질이 어떠한지를 알게 된 것은 20대 중반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약속은 신중하게 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내려고 노력해 왔다. 맡은 일에 대해서는 허술함이 없도록 완료하기 위해 애썼다. 시간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개인 캠페인, 이를 테면 '1분도 늦지 않기'를 일년 내내 실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20대 초반에 비해 신뢰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고,(남들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마감기한을 넘길 때는 있을지언정 원고를 펑크내는 일은 없다. 약속 시간에는 거의 정시에 도착하는 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글을 쓰는 까닭은 다시 한 단계 도약하고 싶기 때문이다.
신뢰 있는 사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1) 시간 약속은 더욱 철저히 지키자. 약속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을 담아 문화상품권 한 장을 선물하자.  이를 위해 문화 상품권 10장을 샀다. 12월 31일에도 10장이 남아 있다면 2012년 새해에 나에게 책을 선물하자.

2) 원고 마감일을 지키자. 기한을 넘기면 담당자에게 식사를 대접하자. 이것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마감일을 놓치지 말자. 마감일을 승부를 걸어야 하는 날이 아니라, 완료된 원고를 검토하고 담당자에게 보내야 하는 날이다. 원고 초고를 미리 작성하고 마감일 오전에 확인하고 송부하자.

3) 최소한 3권의 책을 출간하자.
나와 같은 기질은 과정을 즐기느라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편이다. 2011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성과를 창출하자! 3권을 출간하지 못하면, 2012년에는 와우 9기를 모집하지 말자. 말한 바를 실천하지 못하는 리더라면, 수련이 필요할 테니까.

오늘 아침, 눈이 내렸다. 한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난 뒤, 잠시 창 밖을 내다보니 눈망울이 굵어졌다. 나도 모르게 잠시 카페 밖으로 나왔다. 눈을 보며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다. 잠시 후면, 눈이 그칠지도 모르니 지금 즐겨야 한다. 선릉공원이 코 앞인데, 잠시 다녀올까? 이것이 나의 기질에서 오는 행동과 생각들이다. 나는 선릉공원에 가지 않았다. 30년 넘게 과정을 즐기며 살아왔으니, 올해 만큼은 결과에 집중하자. 2011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를 향한 집중과 끈기'다! 이것이 나의 기질을 더욱 아름답게 보완해 줄 가치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