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간략한 2013 독서활동 결산

카잔 2013. 12. 27. 14:32

 

1.

이틀(25~26일)에 걸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오래 전부터 접했던 이름, 줄리언 반스! 혹자들은 그를 영국 문학의 제왕이라 부르는데, 왠지 나도 그런 혹자들의 부류에 속하게 될 듯 하다. 소설의 곳곳에는 통찰이 가득했고, 그런 통찰은 서사를 방해하지 않았다. 통찰이 서사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은희경 소설이 종종 통찰과 서사의 느슨한 연결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삶의 진실을 수없이 보여주면서도, 그리 어둡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이런 점에서는 김영하 소설보다 밝다. 밝고 어둠을 좀 더 명징한 언어로 표현해야겠지만 그건 조르바 원고에 다뤄야겠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장면들(이를 테면, 화자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 역사 수업에 나온 명제들과 소설을 이끄는 서사를 씨줄 날줄 삼아 소설을 직조하는 작가의 역량, 다른 문화권의 소설인데도 놀라운 가독성 등이 나를 사로잡았다. 

 

책장을 덮고서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를 주문했다. 열광이 이어지면 『플로베르의 앵무새』마저 읽어볼 생각이다. 아무래도 내년엔 좀더 많은 소설을 읽을 것 같다. (올해 읽은 소설은 많지 않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은 소설이 몇 권 있어서 기록삼아 적어 둔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윤대녕의 「상춘곡」,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

 

 

2.

2013년에 읽은 책들 중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뽑아 둔 <Best Book 10>도 적어본다.

 

1.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항의 인문학』

2. 수잔 손택 『우울한 열정』

3. 김현『분석과 해석』

4. 앙드레 보나르『그리스인 이야기』

5.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6. 구본형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7.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

8. 헤르만 헤세 『세계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9. 니체 『이 사람을 보라』

10. 고종석『말들의 풍경』

 

아래는 순위권을 두고 고민했던 책들.

 

설혜심『그랜드투어』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작가의 얼굴』

구본형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강상중『살아야 하는 이유』

 

3.

2014년 첫날부터 읽을 책도 일찌감치 정해 두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 『미메시스』

휴버트 드레이퍼스 『모든 것은 빛난다』

김경집 『인문학은 밥이다』

김성보 외『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서동욱 외『싸우는 인문학』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강신주 『감정수업』

김우창 『체념의 조형』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마의 산』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헤르만 헤세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크눌프』『황야의 이리』

조지 오웰 『1984』『동물농장』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영혼의 자서전』

필립 로스 『휴먼 스테인』

줄리언 반스 『10 1/2 장으로 쓴 세계역사』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그리고

수잔 손택의 에세이 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