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지금은 계획만 잔뜩이지만

카잔 2014. 11. 6. 18:11

 

1.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 일찌기 눈밝은 이들로부터의 호평이 많았고, <서울의 달>에서 착안했다 하여 관심이 갔다. 10월 한달 동안 <유나의 거리>나 봐 둘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미뤄둔 글쓰기와 와우리더로서의 활동을 시작할까 했는데, 이 드라마가 자꾸 궁금해진다. 극작가 김수현과 소설가 이외수가 극찬했고, 시인 신경림은 사석에서 “요즘은 문학의 역할을 이 드라마가 하더라”고 말한 드라마다. 위시 리스트에 추가했다. 아니 Duty List인가? 어쨌든 목록은 <유나의 거리>, <신사의 품격>, <미생>까지 세 개가 됐다.

 

2.

"선배, 영화 <나를 찾아줘> 봤어요?" 내 생각이 궁금하다는 연구원 후배의 물음에 내가 내놓은 말은, 무슨 영환데, 정도였다. 얼른 영화를 보고서 그 물음에 답하고 싶었다. 시시한 답변일지라도 내 의견을 내놓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눈치 채셨는가? 그래서 영화를 봤다, 가 아니라 영화를 보기로 했다, 는 계획투성이의 내 문체를.)

 

그 날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카톡을 날리고 싶었다. 내가 생각은 이래... 라고 말하는 것은 쾌감이다. 정액이 쏟아지는 만큼의 쾌감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사유한 것들을 내놓는 데에는 기쁨이 있다. 쾌감! 그것이 공부의 목적 아니겠는가. 성장하는 기쁨, 표현해나는 성취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느끼는 보람과 의미!

 

의견을 물어준 그에게 고맙다. 언젠가 내가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움직인다면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나를 추동하는 힘이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다가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리라. 나만의 삶으로는 도무지 생의 의미가 보이지 않더니,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고 인정을 받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부터 생의 의미 비슷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3.

이번 달에는 책이라도 읽자. 다음의 책들을 주문했다. 역시, 읽지 못한... 앞으로 읽었으면 좋겠구나 싶은 책들이다. 제목을 적거나 기억하는 것은 내 지력과는 별도임을 인식하며, 몇 권의 목록을 기록해 둔다.

 

- 에드워드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 김광기 『이방인의 사회학』

- 권용선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 콘스탄틴 밤바카스 『철학의 탄생』

-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

- 조윤경 『3배속 살림법』

그리고 영화도 보자. <나를 찾아줘>, <인터스텔라>.

 

"계획하지 않으면 시간은 우리의 약점으로 흐른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계획만 잔뜩 세웠다. 소중한 시간들이 지금의 내 약점으로 흘러들어 허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현재 나의 약점은, 후회와 자책이다. 그 결과 시간을 TV를 보거나 멍하게 보낸다. 시간을 소비하는 습관을 다시 내가 소원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야 하는 과업 앞에 놓인 듯한 느낌이다. 나는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