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사랑의 사생아

카잔 2015. 6. 9. 14:36

 

 

[짧은 소설경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교습을 하는 첼리스트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여 맞춤 교육을 잘 하기로 유명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인내심으로 지켜볼 줄도 알았다. 그래서인지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이웃집 엄마들보다 현명했다. 앞집 엄마는 딸을 학원에 보냈다. 행여 자신이 다른 엄마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옆집 엄마도 딸을 학원에 보냈다. 엄마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믿었고, 학원을 보내는 일은 그 중 하나였다. 경숙 역시 딸을 학원에 보냈다. 딸이 원했기 때문이다. 경숙의 딸 지영은 학원 수업을 즐거워했고 곧잘 배웠다. 엄마의 직감으로 딸의 열심을 느끼고 있던 경숙에게 학원 선생님이 지영의 남다른 재능을 전하자, 경숙은 욕심이 생겼다. 딸의 필요로 시작된 학원 수업이지만 경숙은 어느 새 자신의 욕망을 투사했다. “지영아, 연습을 좀 더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엄마 마음을 모르지 않는 지영이라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며칠 새 엄마가 같은 얘기를 연거푸 세 번 말하자 잔소리로 들렸다. 잘 해낼 일도 엄마의 잔소리 탓인지 짜증이 났고, 결국 연습마저 싫어졌다. 경숙은 자신의 교습을 받는 학생들보다 딸을 더욱 사랑했다. ()

   

 

[각주]

 

1) 모든 부모가 사랑만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위한 행동의 근원이 두려움이거나 책임감인 경우도 많다. 이것이 나를 위한 일인가, 아이를 위한 일인가. 사랑은 후자를 선택한다.

 

2) 오래 참지 못하고, 온유하지 못하고, 교만하지 않던 사람도 사랑에 사로잡히면 달라진다. 사랑으로 행하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세상에 다툼과 오해가 많은 것은 사랑의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3) 사랑보다 강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시간이다.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감정과 결합하기도 한다. 조바심은 사랑과 욕심이 결합되어 낳은 사생아다.

 

4) 유능한 교사가 자녀교육에 종종 실패하는 이유는 욕심을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욕심을 사랑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무엇이든 컨트롤하려는 성향과 사랑으로부터 기인한 욕심은 겉모습이 비슷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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