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에 무사 1루. 1:3으로 뒤지는 삼성의 공격.
그러나 이어진 것은 병살타였다. 오늘 경기 안 풀리네, 라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그후 8회초에 1실점을 하여 스코어는 1:4, 경기 분위기는 완전 한화 쪽으로 기울었다.

8회말, 다시 선두타자 안타에 이은 다음 타자의 볼넷.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 어제 역전타의 주인공이었다.
딱! 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밀어진 타구는 담장을 넘었다.

오.
오.
오. 이 짜릿한 기분. 혼자 박수치며 괴성을 지르며 난리블루스를 쳤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4:4.
이어진 타석에서 양준혁이 볼넷을 얻었지만 박석민의 병살타로 더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지금은 9회초. 과연 오늘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5연승의 기분 좋은 비행을 이어갈까?

*

스코어는 4:4, 9회말 삼성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다.
1 아웃, 주자는 1, 2루였다. 그리고 신명철이 나왔다. 쳤다.
타구는 높이 떴고 중견수를 넘어 그라운드에 툭, 떨어졌다. 끝내기 안타다!

야호! 승리다. 삼성의 5연승이다. 오늘의 히어로, 신명철은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다.
"언더핸드에는 자신있었기에 '아, 오늘 끝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커브를 노렸습니다."

바뀐 투수는 언더핸드 투수였고 신명철은 자신감에 넘쳤다.
한 가지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섰고 끝까지 그 볼만 노렸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목표가 중요하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에 교훈까지 얻었다.

*

야구는 내 삶의 활력소다.
야구를 보면 신나고, 승패에 나는 연연해한다.
패배하면 퍽이나 아쉬워하고 승리하면 춤추며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게다가, 야구를 하며 나를 발견한다.
나는 지고 있는 야구라도 끝까지 본다.
터무니없이 지고 있는 경기라도 끝까지 관람한다.

친구가 전화가 와서는 지고 있는 경기를 안타까워하며 보고 있는 나에게 묻는다.
뭣하러 그 경기를 보고 있느냐고. TV 끄고 다른 일을 하라고.
그러면서 자기는 0:5의 스코어가 되었을 때 꺼 버렸다고 말이다.

그렇네. 나는 왜 지고 있는 경기를 끝까지 보고 있을까?
안타까워 하고, 때로는 열 받아 가면서까지 왜 경기를 끝까지 볼까?
야구를 보며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정말 반가운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 아저씨가 내가 아는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나는 가만히 있는다.
어디로 가냐고 바로 물어보는 친구가 있을 때, 그 물음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머릿 속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더 빠른 길을 알고 계시겠지.' 나는 아저씨를 믿고 있었다.

강연을 하고 난 후, 대부분은 당월, 혹은 익월에 강연료가 입금된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나도 입금이 안 되는 기업도 있다. 그 때에도 나는 독촉전화를 하지 않는다.
담당자가 알고 있을 터이고 무슨 일이 있어서 다음 달에는 보내주리라고 믿는다.
한 때, 나는 확인을 안 하는 내가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게으름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부는 담당자를 향한 나의 믿음도 있었다.

야구를 할 때에도 삼성이 지고 있을 때가 많다.
사람들이 TV를 끄고 경기장을 떠날 때에도 나는 끝까지 본다.
마음 속에는 경기의 종반부에 대반격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다.
점수차가 커도 나는 늘 9회말 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끝까지 보곤 했다.
나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승패를 모른다는 믿음으로 선수들을 지켜 보았던 게다.
8회말까지 삼성의 선수가 단 하나의 안타를 치지 못할 때에도 나는 경기를 끝까지 보았다.

치유 안 되는 초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나,
누군가를 끝까지 믿는 신뢰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바로 이런 믿음으로 와우팀을 바라본다. 그들을 끝까지 신뢰한다.
내가 죽는 날까지 기다리고 신뢰할 것이다. 그들이 결국엔 해낼 것임을.
결국엔 행복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나는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취미도, 일도, 관계도, 사랑도 모두 나의 자기다움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