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포트폴리오 생활자

카잔 2009. 12. 10. 19:00


나는 밥벌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재정 관리를 못해 돈이 솔솔 새어나가곤 한다.
과소비를 한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4년 전, 할머니께서 오시면 보신다는 목적으로 설치한 케이블 TV 시청료가 그 예다.
나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TV를 켜고, 할머니는 요즘 거의 대구 본가에 계신다.
매월 통장에서는 3만원 남짓의 케이블 TV 이용료가 빠져 나간다.
참 비합리적인 모습이다. (일년에 6개월 동안은 그나마 좋다. 프로야구를 볼 수 있으니.)
이런 사정이 여럿 있으니 돈을 모으는 데에는 '꽝'이다.

물론, 잘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상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일을 잠시 동안 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몇몇 사람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인터뷰를 하자고 하고, 어떤 이들은 서비스를 요청하고 수수료를 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밥벌이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부자'와 '밥벌이를 해결하는 자',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나더러 무슨 일을 하냐고 물을 때가 있다.
답변하기가 참 곤란하다.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늘 똑같기 때문이다.
와우팀원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는 일, 기업 혹은 단체에서 강연하는 일,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글쓰는 일을 한다.
매번 이 세 가지를 모두 소개하는 것도 불편해서 정성껏 "늘 똑같지요" 라고 대답한다.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러운 것은 아닌데, 남들과는 뭔가 남다르다는 것 때문에 움츠러들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늘 똑같지는 않다. 와우팀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다.
늘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해가면 성장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삶은 밋밋한 삶이 아니다. 성장하기에 역동성이 있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다.
찰스 핸디는 뭘 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는 사람을 '포트폴리오 생활자'라 이름지었다.
"다 말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어느 부분을 듣기 원하시는지?"

나는 포트폴리오 생활자다.
투자 철학 중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위험을 분산하라는 이야기다. 포트폴리오의 생활은 불안정하지 않다. 오히려 안정적이다.
여러 개의 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모든 소득의 원천이 사라질 일은 드물다.
갑자기 강의 요청이 사라져 강연료가 들어오지 않아도 수입의 1/3이 줄어들 뿐이다.
이것은 포트폴리오 생활자의 안정감이다.  
밥벌이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이 말은 밥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돈에는 관심이 없지만,
돈이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경우에는 신중해진다는 뜻이다.
나는 프로가 되고 싶다. 최고의 것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수수료를 요청하고 싶다.

5, 6년 간의 삶을 통해 나의 포트폴리오가 몇 개의 바구니로 된 것인지는 대략 결정되었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이 없어도 세 개의 바구니는 나의 '밥'을 해결해 주었다.
그렇게 3년을 명랑하게 즐기며 지내왔더니 이렇게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각각의 바구니에 어떤 것을, 얼마만큼 담을 것인지를 실험할 일이 남았다.
내가 얼마만큼의 무게를 짋어지고 갈 수 있는지를 실험할 것이다.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제안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모두를 실험할 것이다.  
외부의 조언과 나의 소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겠지만,
우선순위를 둔다면 후자를 먼저 실행하리라.
그렇게 내 머리로 사유한 생각의 길을 따라, 나의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리라.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