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죽음이 안겨다주는 생의 열정

카잔 2012. 10. 7. 21:26

 

 

산타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의 내부입니다. 근처에 있는 베드로 대성당과는 화려한 내부와는 사뭇 다릅니다. 내부장식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해골입니다. 수사복을 입고 있는 것도 해골입니다. 제단은 인간의 척추로, 샹들리에는 자잘한 뼈들로 만들었습니다. 유골더미 앞에 있는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뜻의 라틴어 글귀가 새겨져 있지요.

 

"한때 저들도 당신과 같았으며

언젠가 당신도 저들처럼 될 것입니다."

 

나는 이미 글귀의 뜻을 알고 있었고 저 기기 막힌 글귀가 주는 떨림도 체험했지만, 눈 앞에 서 있는 죽은 수사들이 전하는 교훈을 마음 속 깊이 새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인간의 필멸성을 기억하자고. 용기를 내어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자고. 지금 이 순간을 살며 나의 미래를 한껏 기대하자고. 의미 있는 일들을 더 이상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곧 로마로 여행을 떠나는 와우가 있어 그에게 저 성당에 들러 보라고 권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독서토론을 하며 훌륭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이지요. 우리는 참된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어디에서 살 것인가, 삶을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죽음'은 참된 삶을 위한 중요한 키워드라고 서로들 동의했습니다. 

 

나는 일년에 한 번 즈음은 집안 정리정돈을 하는데, 내가 언제 다른 세상으로 떠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년을 살 수 있을거라고 누가 100% 장담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이건 비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인생의 불확실성일 뿐입니다. 내게 새해가 다가올 때,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감사한 까닭입니다. 생에 대한 열정도 피어납니다.

 

죽음이 주는 생의 열정이라, 묘한 역설입니다. 두렵다고 죽음을 밀쳐 두는 게 아니라 직면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삶의 선물입니다. "한때 저들도 당신과 같았으며 언젠가 당신도 저들처럼 될 것"이란 말이 두렵지만은 않은 까닭은, 죽음이 내게 주는 유익과 교훈이 이처럼 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벌써 죽는 건 싫지만, 나는 온전한 삶을 살고 싶네요. ^^

 

"죽음이 함축하는 바를 대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지 반쪽짜리 인생만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 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