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100일, 집중폭우 그리고 아쉬움

카잔 2013. 7. 22. 21:39

 

1.

100일이 지났다. 오늘이 7월 22일,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신 날은 4월 13일, 지나간 날수가 딱 100 이다. 그동안 선생님을 100번은 떠올렸다. 요즘엔 매일 한 번씩 사진을 보며 지낸다. 사진 속의 선생님께, 나도 모르게 묻게 된다.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대답이 없으시다. 그 옛날 엄마처럼. 엄마 사진을 구해서 선생님 곁에 두어야겠다. 내 인생의 그리운 분들!

 

그들은 나에게 죽음으로 삶을 가르치셨다. 

삶이란 하나둘 떠나보내는 과정임을,

달라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성숙임을.

 

2.

오늘 새벽,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사망자, 실종자가 속출했고 방안까지 흙탕물이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새벽잠에서 깬 시민들도 많았다. 엄청난 무게의 비행기를 띄우고 달나라를 여행하고 복제양까지 만들어내는 놀라운 인간이지만, 자연재해 앞에 서면 작아지고 만다. 인간의 가능성은 경이롭지만, 자연은 인간의 경이를 뒤덮는 위대한 힘을 지녔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지혜는 중용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동시에 인간의 필멸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인간의 업적에 한껏 취해 오만해지거나 자연의 재해에 함몰되어 절망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3.

피할 수 없는 일을 사랑하는 법, 병산서원이 절경을 품은 비결,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습니다, 하루는 작은 인생이다. 매주 월요일 발송하는 마음편지의 제목들이다. 쓰고나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던 글들이었다. 스스로 흡족하니 발송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편지 발송이 언제나 기분좋음의 행진이면 좋으련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지난 해에 썼던 '내 삶에 실패가 가득하기를!' 이란 글을 고쳐써서 발송했는데, 고쳐 쓴 대목이 미미하여 극히 적은 시간을 투자했을 뿐이다. 책에서 따온 인용문도 길어서 내가 쓴 대목보다 인용한 분량이 많을 정도다. 지난 주의 메시지와 이어간다는 점에서 나름 숙고했지만, 노력한 양이 적으니 보람도 적다. 보람의 크기는 땀과 노력에 달렸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