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친구, 와우팀원 & 즐거운 대화

카잔 2013. 7. 28. 20:12

 

1.

23일 화요일은 친구를 돕느라 정신없이 보낸 날이다. 그는 곤경에 처했다. 3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다. 스트레스로부터도, 곤경으로부터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나는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의 부도적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고, 내가 어떻게 도울 수가 없는 류의 일이다. 친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은 그저 그의 말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듣는 일이다. 그의 하소연을, 그의 넋두리를.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친구의 이번 일을 묵묵히 듣기란 참 힘들다. 우선 주제부터가 나를 힘들게 만든다. 왠만한 삶의 힘겨움은 곧잘 듣지만, 친구가 만들어낸 상황 이야기는 듣고 나면 힘이 빠지고 불쾌해진다. 통화를 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화요일은 친구의 힘겨움이 극에 달한 날이었다. 나는 그날 8~10번은 친구와 짧고 긴 통화를 했다. 결국 조르바 원고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날이다.

 

원고는 기한을 하루 넘긴 수요일에 보냈다. 이것 때문에 친구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나를 넘어섰어야 했는데, 하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친구를 향한 마음은 원망이 아니라 분노다. 그런 상황으로 몰고간 것에 대한 분노! 마음이 오직 하나의 감정으로 채워질 때가 있을까? 내 마음엔 분노와 함께 안타까움과 우정도 있다. 결국 친구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으로 보낸 며칠이었다.

 

2.

24일 수요일에는 나를 아주 극진하게 대하는 4기 와우팀원을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다. 우리는 아마도 대원외고 강연에서 처음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듬해 그는 와우팀원이 되었고, 이후에 일년에 한 두 번씩 만나 회포를 푼다. 지난 만남에서 좋은 음식을 맛보게 해 준 게 고마워서 이번에는 식당을 내가 정했다. 내가 계산하려는 의도였지만 한사코 말리며 그가 지불했다. 이런 말을 남기며. 선생님 사드리려고 준비한 돈이예요.

 

우리는 서점에 가서 서로 책선물을 주고 받았다. 근처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인사담당자로서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MBA에 합격하여 엄청난 수업료를 감당하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흐뭇했다. 그의 인생을 위해 내가 거들 수 있는 일이나 조언으로 건넬 만한 말은 없다. 자신의 인생길을 잘 살아가고 있기에. 잘 살아온 삶을 주제로 대화를 하니 분위기가 명랑하고 아름다웠다.

 

3.

25일 목요일은 두번의 강연이 있던 날이었다. 최근 일이년은 한달에 약 4회 정도의 강연을 하니 강연을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하는 일은 드물다. 매학기마다 참여해온 고려대학교 커리어리더십캠프의 강연은 빠질 수가 없었고, 와우팀원의 부탁도 이왕이면 들어주고 싶어서 생긴 일이다. 나는 두 번의 강연에 강사로서의 삶을 꿈꾸는 와우팀원과 함께 갔다. 강연 참관이 그에게 괜찮은 배움의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첫 강연은 오전 8시, 파주 홍원수련원에서 열렸다. 회사 회의실이나 학교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강연보다 연수원에서 하는 강연은 집중도가 높다. 나 역시 연수원에서의 강연을 몰입하기 좋다는 이유로 더욱 좋아한다. 이날도 몰입했고 즐거웠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욕심을 부린 탓에 다소 많은 강연 내용을 소화하느라 4시간 강연인데, 10분을 오버해서 마쳤다. 강연 후에는 얼른 식사를 하고서 서울 신설동으로 차를 몰았다.

 

둘째 강연은 오후 2시, 서울의 어느 작은 사립도서관에서 열렸다. 차에 올라타서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니 42분이 소요될 거라 했다. 강연 시작 시간까지는 75분이 남았으니 넉넉하다 생각했지만 서울 시내의 교통 정체가 30분이라는 시간을 꿀꺽 잡아먹었다. 우리는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강연 지각은 강사로서는 치명적인 일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인지 청중인 독서모임 멤버들도 다수 지각을 했다고 한다. 

 

강연을 마치고 와우팀원과 치맥을 먹으며 아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두 번의 강연에 대한 피드백, 지난 주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일상에 관한 담소를 주고 받았다. 시원한 맥주보다 유쾌한 대화였다. 아침 6시 40분에 만나 저녁 8시 40분여에 헤어졌으니 14시간을 함께한 날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두 번의 강연으로 뿌듯함을, 마음을 나눈 대화로 인해 충만함을 느낀 날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